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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고음과 저음

트럼펫 고음을 더 쉽게? 이렇게 하면 됩니다 - 아담 라파

by J.5 2023. 1. 3.

트럼펫 하면 고음에 욕심을 내는 것은 거의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자신부터도 고음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고 (뭐랄까... 연습할때 못해도 3옥 도까지 커버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다 싶은 것도 있습니다만), 글 조회수나 검색 같은 것을 봐도 고음 쪽은 스테디셀러(?) 입니다.

연습할 때 3옥 라~시 정도 까지 어쩌다 한번씩 올려본 정도이고, 곡에서는 아직 3옥 도 아래쪽에서도 완전히 통일이 되지 않은 입장이라 고음에 대해서 뭐라 이야기하기가 껄끄러웠습니다만, 수요를 무시할 수는 없는지라 한번 씩은 언급해볼까 합니다.

대략적인 수치로 보았을 때에 3옥 도는 1초에 천번, 그리고 한 옥타브를 더 올라가려면 그 두배 속도의 떨림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출처 - Trumpet Professor 영상) 이 정도까지 떨리게 하는 바람의 속도를 어디서 뿜어낼 거냐 하는 문제에서는 방법론이 갈립니다. 아랫 입술을 더 적극적으로 쓰는 사람도 있고, 혀를 이빨에 대는 주법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지만, 기본 원칙은 같습니다: 입술이 빠르게 떨리기 위해서는 그게 가능할 정도로 유연한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하고, 힘을 제대로 받쳐주기 위해서는 호흡 / 힘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그 단어, '릴랙스'가 되어있지 않으면 양 쪽 다 스타트부터 제대로 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영상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많이 보여지는 것은 휘파람, 혀의 사용이죠. 근데 이건 사실은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트럼펫 학파들 간의 회담 시리즈에서도 수차례 언급이 되구요. 제 견해로는 많은 분들이 오히려 신경을 써야할 것은 그 밖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트럼펫은 생각보다 공기를 많이 쓰는 악기가 아니다

 

이 얘기는 ACB의 한 영상에서도 트렌트 오스틴이 색다른 관점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마우스피스의 쓰로트 구멍을 보여주면서 그런 얘기를 하지요. "여러분이 아무리 숨을 불어넣어봤자 결국은 요 구멍에 들어갈 정도밖에 안되는 거에요!"라고. (실제로는 버징이 일어나면서 에너지가 거의 분산되기는 하지만... 추운 날에 리드주자분이 고음 불때 벨 밖으로 김이 보이는 동영상도 있지요.)

제가 요즘 트럼펫 연습의 가장 근본인 롱톤 연습에 대해서 드문드문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폐를 활성화시키고 톤 안정, 숨 컨트롤... 장점들도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잘못된 주법을 고착화시키거나... 무엇보다도 과호흡 습관을 들이기가 너무 좋습니다. 여러 대가들의 의견은, '고음일수록 숨은 적게 쓴다' 입니다.

 

내 신체의 완벽한 컨트롤. 극한의 효율 추구.
입술은 그냥 고깃덩어리이고, 알아서 피스/악기를 밀어내 준다.

 

제 예를 들면 그냥 '3옥 도만 내는' 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음역대에서 왔다 갔다 놀면서, 도중에 숨도 쉬어주면서... 쉽게 말해 음악을 연주할 때 그걸 그대로, 같은 느낌으로 낼 수 있는가. 전(全) 음역과 셈여림, 아티큘레이션에서 일관적이고 통일적인 폼(형태) 유지가 가능한가, 그런 것들입니다.

요즘 인기 있는 찰리 포터의 음역 확장 글에서도 같은 언급을 합니다.

트럼펫을 불면서 압력을 실어줄 수 있는 포인트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입술, 구강내 공간, 숨. 그런데 주자들도 사람인지라 본능적으로 '긴장 = 힘'이라는 직관이 발휘되어 버립니다. 대가들의 고음 팁은 결국에는 그런 겁니다. "이렇게만 하면 돼. (그러니까 쉽게 생각해. 나머지는 (쓸데 없는 힘 등) 다 필요 없어.)" 물론 코디네이션의 문제는 따라 붙습니다. 위 영상에서 예를 들면 고음을 작게 내는 건 쉽지만, 크게 내려면 혀를 살짝 더 내려서 숨을 더 내보내야 하고, 그러면서 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숨 쪽에서 더 강하게 압력을 밀어줘야 된다던가 말이죠.

예전에 멜빈 존스의 언급에서도 나오지만 가장 문제는 머리, 혹은 본능 쪽에 있습니다. 특히 독학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간단한 스케일 업다운을 할 때에도 세팅이 마구 바뀌거나 긴장으로 목을 조이고 몸에 힘이 빡 들어가고 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으실 겁니다. 이런 것들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몸과 의식을 달래주고 길들여야 되는데, 스스로의 뇌를 속여야 한다고 할까요. 고음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절로 긴장이 됩니다. 이걸 아무리 머리로 원리를 알아도 소용이 없어요. 진짜 자신감이라는 것은 수없이 반복되는 훈련, 그리고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서 각인되는 겁니다. 몸에도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면 약 3주간은 꾸준히 각인을 시켜줘야 한다고 하지요.

개인적으로 취미생활 수준에서 즐기시는 분들께 더 도움이 될만한 팁은 예를 들면 어느 때건, 어느 음역대이건 손가락에 힘을 빼라는 것이나, 한숨 쉬는 느낌, 말하는 느낌을 유지해라 라는 겁니다. 부디 조급해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끌어줄 사람이 없다면 '천천히', '연구'를 해보세요. 원하는 것이 될 때까지. 나팔이란 악기는 '되는 것을 더 익숙하게' 할 수는 있지만, '안 되는 것을 계속 한다고 되는' 악기가 아닙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100일 연속을 하면 쌓이고 쌓여서 차츰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된 방식이 100일어치만큼 단단한 습관으로 굳어질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것도 다르고, 추구하는 소리나, 지금 처한 상황, 본인이 소리를 내는 방식(접근법, 주법)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온라인 상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편한 느낌, 좋은 소리' - 근본적으로 이 두 가지를 따라가라는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좋은 방법이기도 하구요.

이제 정기적인 포스팅은 손에서 놓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ㅜㅠ), 앞으로도 틈틈이 연주에 도움 될만한 것들을 적을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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