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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마스터클라스 & 인터뷰

케니 램튼 (Kenny Rampton) 과의 만남

by J.5 2023. 9. 11.

윈튼 마살리스!

트럼펫을 부는 분들이라면 거의 누구나 알 만한, 우리 시대의 손꼽히는 거장입니다. 요즘은 링컨 센터 재즈 오케스트라 (Jazz at Lincoln Center Orchestra, 이하 JLCO) 에서 전통 재즈의 보전과 홍보, 후진 양성 등에 매진하고 있지요. 트럼펫 세션으로는 윈튼 마살리스 외에도 라이언 카이저, 마커스 프린텁 그리고 케니 램튼까지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달 쯤 전에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다가 우연히 이 분들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나마 예약을 했습니다. 그 후 기다리던 와중에 얼마 전에 본 테크톤 컵뮤트가 아무래도 괜찮은거 같아서 디에페스 수리점 홈페이지에 한번 가 봤더니... 며칠 뒤에 위 멤버 중 한 분인 케니 램튼의 마스터클라스가 열린다고 공지가 올라와 있더군요. 헉...?

주말 사이에 열심히 그의 4부작 유튜브 강의 영상을 복기하고, 월요일 저녁에 디에페스 수리점으로 갔습니다. 처음에 들어섰을 때 바로 옆에 서 계셨는데 영상에서보다 살이 많이 빠지셨어서... 거기에 옷차림이 너무 소탈하셔서 동네 아저씨인줄 알고 멀뚱히 서있다가 뒤늦게 깨닫고 혼자 빵터졌네요.

아직 마스터클라스가 시작하기 전까진 시간이 좀 남았기에 어쩔까 하다가 일단 앞줄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에드 사장님이랑 그 앞 무대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아담 라파와 로터스, AR 레조넌스 얘기가 나오길래 입이 근질근질 했지만, 기회를 보고 있다가 같이 들어도 되겠냐고 여쭤보고 옆에 서서 두 분의 이야기를 가만히 경청했습니다. 보아하니, 케니가 지인과 개발한 플런저 뮤트가 있는데 디에페스가 시드니에서 독점 공식 딜러가 된 것 같더군요. 사업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로터스와 AR 이야기도 나왔었나 봅니다.

허쉬만(Hirschman) KR 인디고 플런저 뮤트. 오리지널인 맥스 버전이 더 좋긴 한데, 살짝 큽니다.

그리고 마스터클라스가 시작했는데... 으헉... 실질적인 내용은 그 뮤트 홍보더군요 🤣 하이고... 내심 살짝 헛웃음이 나오긴 했습니다. 마스터클라스라고 해도 스타일이 여러가지 있는지라, 어떨지 몰라서 트럼펫이랑 마우스피스들도 바리바리 챙겨서 들어갔었거든요. 그래도 뮤트는 확실히 좋더군요! 클락 테리의 조언을 화두 삼아 개인적으로 개발하다가, JLCO 멤버들한테 부탁받아서 개량도 하고, 그러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는데, 확실히 음정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앞쪽의 동전(?)을 돌려서 음색이나 빠지는 공기 양을 조절할 수 있게 해놓은 것도 재미있구요. 그 외에도 요즘에는 거의 사라진 버즈 뮤트와 픽시 뮤트 등이 나온다고 하네요.

실질적인 '마스터클라스' 스러운 이야기들은 이후 자유 문답 시간에 이것저것 보충하는 느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여러 분들하고 공유해도 좋겠다 싶은 이야기가 한 가지 있어서, 케니 램튼의 막간 연주 (제가 구입하려는 테크톤의 컵뮤트 시연)과 함께 다음 글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날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강연 전에 앞에서 에드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다 뭔가 들려주려고 했는지, 잠깐 ppp로 '네이쳐 보이' 멜로디를 불었는데, 그런 작은 음량에서도 완벽하게 소리가 '각'이 잡혀 있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100% 온전한 소리... 멜로디에 따라 음을 오르내리거나 아티큘레이션을 넣는데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소리가 딱 잡혀서 똑같이 나오더라구요. 예전에 에릭 미야시로 연주를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소위 대가 분들을 직접 들어보면 정말 기교고 고음이고 그런건 둘째고, 일단 소리 그 자체에 감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케니 램튼의 장비는 델 쿼드로의 그리즐리 트럼펫 (제 값 다 주고 직접 사셨다더군요), 그리고 그렉 블랙의 커스텀 마우스피스였습니다. 윈튼이야 당연히 모넷이고, 라이언 카이저랑 마커스 프린텁은 요근래에 로터스 트럼펫으로 바꿨는데, 자기한테도 바꾸라고 그러는데 본인은 뭐가 그리 좋은지 딱히 모르겠다고... 하하.

마스터클라스 후까지 남아있던 인원들끼리 한장. 앞줄 맨 왼쪽이 케니 램튼, 그 옆이 에드 사장님입니다.

이날 좀 재미있는 만남이 있었는데, 위 사진에서 케니 반대편 끝에 서 계신 분이 재작년 레슨을 알아봤을 때 고민하던 두 분중 다른 한 분이더군요. 당시에는 전화로 연락만 잠깐 주고받았었는데, 맞겠다 싶어서 물어보니 맞다고... 하하. 그때 레슨 알아봤던 사람이라고 하니까,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구강구조를 보니까 나팔을 아래 쪽으로 하고 부는게 잘 맞겠구나?' 라면서 나름의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감사하게도... :) 에드 사장님 옆에 서 계신 분은 과거 미국에서 프로로 상당히 활동하셨던 분이던데, 둘이서 같이 다니시더라구요.

자리가 슬슬 파하는 상황에 음... 저녁을 뭘 먹어야 되지... 하고 핸드폰을 들고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에드 사장님이 넌지시 물어보십니다. "우리 이제 다같이 저녁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갈래?" 헉... 사장님 ㅜㅠ 💓💓💓💓💓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인근 호텔 주점으로 가서 케니 램튼과 사장님, 직원 분, 위에 언급한 두 분, 회색 티셔츠 입은 분... (나중에 알았는데 이분도 준 프로시더군요) 저까지 이렇게 7명이서 높은 테이블에 앉아서 저녁이랑 맥주 한잔 하며 담소 나눴습니다. 저 밥이란 미국 출신 프로 분께서 같은 바닥(?)에서 활동했던 분을 만나니 엄청 반가우셨는지, 케니 옆에 딱 붙어서 옛날 얘기랑 아는 사람들 얘기를 계속 하시더라구요 (후일 따로 찾아가서 밥도 사주셨다고.) 저는 감히 낄 군번이 아닌지라 눈만 반짝반짝 하면서 재미나게 듣다 왔습니다 하하. 어쩌다 보니 제 바로 맞은 편에 케니가 앉았고, 밥 어르신이 따라오셨다가 상석을 만들어서 옆에 ㄷ자로 앉으신 구도였거든요 😅

그렇게 10시가 넘어서 해산하는데, 차를 같은 편에 세워놔서 에드 사장님+케니랑 같이 셋이 걷게 되었습니다. (에드 사장님이 케니를 숙소로 태워주시나 보더군요.) 가볍게 얘기하면서 차까지 모셔다 드리고 인사를 하려니, 케니가 "공연 뒤에 우리 뒤풀이하는데 그 때도 올래? 다들 만나봐, 윈튼이랑 인사도 하고" 라셔서... 헉... 정말? 가도 돼요? (반짝반짝🤩) 라니까 쿨하게 오라고 하시면서 에드 사장님한테 자기 전화번호 좀 저한테 건네주라고 하더군요. (국제 번호다 보니 어떻게 알려줘야 될지 좀 난감했던 듯?)

운전도 오래 하고 밤바람 맞고 해서 몸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만, 돌아오는 길에 참...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더군요. 설레발 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뭔가 내내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언빌리버블...!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건데... 윈튼은 결국 못 만났습니다 😂 뒷 이야기는 다음 글에 간략하게 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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