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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학파/美 트럼펫 학파들 간의 토론

미국 트럼펫 학파들 간의 회담 (3. 소리 vs 기술)

by J.5 2020. 6. 27.

- 2부에 이어서 -

 

약 32:00~42:40 분량입니다.

 

Q4. '소리를 추구하면 기술은 저절로 따라온다' vs '올바른 기술을 터득하면 좋은 소리가 나온다'?

※역주: 축약해서 썼지만, 실제 진행자의 질문은 상당히 모호하다보니 (4분 중 두 분이나 질문을 다시 물어봅니다) 답변들도 약간은 중구난방입니다. 각자 최선의 답변을 주려고는 하지만 이 질문은 조금 아쉽네요.

 

스토크스 (빌 애덤): 시간이 지나면서 숫자가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제 대학 시절에 말씀하시길 트럼펫 연주는 ~ 연주할 때 집중할 부분은 ~ 99% 소리이고, 1% 테크닉이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 테크닉을 생각하지요.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바로 잡아서 다시 99%로 돌아가고 하는겁니다. 애덤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추구했던건 저희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였어요. 소리의 자유, 호흡의 자유... 편한 연주는 우리 모두의 목표입니다. 아까 텐션을 얘기했지요?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단단하지만 느슨하게' 연주하라는 것을 생각했어요. 여러 번 거듭해서 듣게 되는 것들이지만... 소리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요. 이런 답변이면 괜찮을까요?

 

빌 애덤 - 제임스 스토크스

로이 포퍼 (스탬프): 선생님은 말이 많이 없으셨던 분이기 때문에 내가 대변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좋은 소리는 자기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음상에서 나온다'라고 생각한다. 스승들은 우리에게, 또 우리도 교육자로서 귀기울여 듣고 영감을 얻어낼 수 있는 좋은 모델을 선보여 주는거다. 우리 대부분은 소리내기에 문제가 있어서 선생님을 찾는다. 내가 16살이 된 이후로는 한번도 숙제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하루는 내가 '선생님 왜 숙제를 안 내줘요?!' 하고 여쭤보니, "내가 1시간 동안 도와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네가 질문들을 가져오지 않으면 그 때 숙제를 내 주던지 하마" 하시더라. 나는 매주마다 뭘 하라는 지침이 필요한 그런 학생은 아니었다. 스스로 문제들이 무언지 찾아내서 뵐 때마다 선생님한테 이리 저리 질문을 해대고, 선생님은 레슨 시간에 그 문제들을 도와주느라 바빴던... 우리 관계는 그랬다.

 

나는 '좋은 소리'와 '좋은 테크닉'은 '바르게 소리내기 (Correct production)'에 따라오는 부산물인 것 같다. 소리를 내는 데에는 더 나은 방법도, 덜 좋은 방법도 있기 마련인데, 나는 '맞는 소리내기'에 대해서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스승을 만나게 되어 참 복받지 않았나 싶다. 프로를 꿈꾸던 어린 학생으로서 내가 가장 어려웠던... 갖추기 힘들었던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일관성이었기 때문에, 내가 필요로 하던 것을 스탬프 선생님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답이 되었을까?


밥 오도넬 (클로드): 클로드는 진짜 테크니션이었어요. 유연성부터 해서, 그때 그때 여차하면 꺼내서 쓸 수 있게 총체적인 수단을 다 갖출 수 있도록 하셨죠. 다양한 아티큘레이션 모델이라던가... 항상 얘기하시길, '좋은 소리(톤)을 내야 하지만, 가진 힘의 85% 이상은 절대로 들이붓지 말라'고 하셨어요. 째지거나 터질듯한 소리는 내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항상 스스로의 통제 하에서 연주하도록 하셨습니다. 결국 '소리'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 논한 적이 없었어요. 다음에 해야 할 것이 뭐가 나올지, 혹은 저한테서 뭐가 나올지, 선생님은 이런 것들을 항상 의식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총체적인 트럼펫 연주법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으로 다양한 것들을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오버해서 불지는(오버블로우) 않도록 하셨죠.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것들 중에 거의 혼자서 터득하게 됐던 것 중 하나는 여리게(소프트하게) 부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 받쳐주는 (서포트) 현상이 유지되게끔 하셨으니까 그런 부분을 다지기 위해서였기도 하지만, 소프트하게 부는 것이 크게 부는 것보다 더 핵심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니까... 그런 건 있었지요.


리치 윌리 (라인하트): 아까 짐(스토크스)가 애덤 선생님이 학생들을 자유롭게 해 주고 싶어하셨다 하는데, 우리가 다 공통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얘길 들으니 좋네요. 라인하트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 ~ 실은 아까 로이 (포퍼)가 '소리는 머리 속에 있다'고 이야기한 것과 같은 건데 ~ '내 소리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트럼펫 소리가 뭔지에 달렸다'고 했어요. 대가들의 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가진 소리에 대한 구상도 같이 진화하고, 결국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트럼펫 소리에 다다르게 됩니다. 라인하트는 또 우리가 가진 소리의 '질감/결(texture)'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었어요. '마치 지문같은 거다. 모두의 소리의 질감은 각자 다 다르다.' 만약 클락 테리가 여기 들어와서, 이 안에 있는 누구의 나팔을 가져다 불어도 그는 언제나 클락 테리스러울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자기 머리 속에 있는 사운드 컨셉을 따라서 어떤 나팔을, 어떤 장비를 사용하든 결국에는 자기가 내고 싶어하는 대로 소리를 낼 거라는 거죠.

 

머리 속에 크고 어두운 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거기에 맞지 않는 장비를 사용하는 건 미친 짓이에요. 자기 머리 속의 소리를 따라가려고 스스로를 엄청나게 혹사시키게 될 테니까요. 다른 장비였으면 그 과정을 쉽게 지나갈 것을. 저는 넉넉하니 풍성한 소리(nice, rich sound)를 좋아하는데, 예를 들면... 말도 안되게 얕은 마우스피스가 뭐가 있죠?

 

밥 오도넬: 캣 앤더슨 스페셜?

 

리치 윌리: 좋아요. 그럼 그걸 가지고 분다 치면 한 5년씩 걸릴지도 모르지만, 도중에 죽지만 않는다면야 결국에는 제가 추구하는 소리에 이를 겁니다. 장비도 물론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중간에서 방해가 되냐 안되냐의 문제인 거죠.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 아까 누가 뭐라고 해서 생각난 건데 ~ 심포니 (클래식) 주자들은 상업 주자들에 비해서 좀 생소한 문제일 수도 있는데, 나도 내 소리를 못 듣게 될 정도로 시끄러운 상황이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만약에 그런 상황에서 소리에 의존한다? 큰일 날 겁니다. 들리지도 않는데. 그래서 라인하트는 느낌에 의존하도록, 느낌을 자각하도록 가르쳤어요. '느낌이 맞으면, 소리도 맞잖아' 라면서.

 

어후, 무슨... 살사 밴드 같은 데에서 연주하면, 베이스 터지지 보컬도 터지지... 옆에서는 팀발레스 (타악기) 두드려대고 있고, 이쪽에는 트럼본 주자때문에 쪼그라드는 기분이고...

 

스토크스: 우린 맨날 징징이들 같아지잖아요. 자기 소리가 안들리면 항상 '모니터 어딨어? 내꺼 소리 좀 키워줄래요?' 하면서.

 

리치 윌리: 바로 그거죠. 맞는 '느낌'을 목표 삼아야... 전 안면 신경마비가 온 뒤부턴 귀마개를 끼기 시작했잖아요. 밴드에 앉아있으면 너무 (귀가) 아파서. 이제 한 3년 좀 넘었는데... 요는, 내 소리가 어떤지는 알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느낌이 맞으면, 소리도 맞게 나온다는 걸 아니까요. 얘길 너무 길게 한 것 같네요.

 

제프 퍼틀 (진행, 클로드): 아니에요. 질문에 (소리, 기술과 함께) 느낌도 같이 집어넣었어야 되는데 그랬네요.

 

- 4부에 계속 -

 

** 보너스 **

제임스 스토크스 주니어

아팔래치아 주립대 교수

1964,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

 

이 분은 대외적으로 많이 활동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런지 정보가 많이 있지는 않지만, 위에 보시듯 바하 아티스트이고 협연 목록을 보니 역시 쟁쟁하네요. 대학교의 프로필 페이지는 이 곳으로! (링크)

 

도중에 이 분을 지칭할 때 짐(Jim)이라고 부르는데, 제임스의 약칭입니다. 마찬가지로 빌 애덤 역시 본명은 윌리엄 애덤이지요.

 

인디애나 대학에서 빌 애덤에게 사사했는데 크리스 보티가 '인디애나는 도무지 할 것이 없어서 나팔만 불게 된다'고 농을 치던게 생각나네요. 빌 애덤 학파는 특히 제리 헤이, 찰리 데이비스 등 LA 세션 쪽에 영향이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크리스 보티, 랜디 브렉커 등도 애덤의 제자라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현재 인디애나 대의 교수 역시도 개인적으로 호감있게 보고 있는 존 레이먼드 (John Raymond & Real Feels의 리더)입니다. 인디애나 대학 고유의 '트럼펫 정신' 같은 것이 맥을 잇고 있나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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