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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학파/美 트럼펫 학파들 간의 토론

미국 트럼펫 학파들 간의 회담 (2. 버징)

by J.5 2020. 6. 6.

- 1부에 이어서 -

 

약 18:00 ~ 32:00 분량입니다.

 

Q3. 립 / 마우스피스 / 리드파이프 버징에 관한 의견들

로이 포퍼 (스탬프): 한 번은 빌 애덤 선생님과 이것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있다. 마우스피스 버징에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워낙 좋은 성과를 보여준 분인지라... 피스 버징에 부정적인 이유가 뭔지 물어보았는데, 기본적으로는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과 연관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셨고, 본인이 사용하는 리드파이프 버징이 더 월등한 방식이라는 의견이셨다. 나는 리드파이프 버징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참고로 스탬프도 좋아했다. 피스 버징과 리드파이프 버징에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더 많다고 본다. 스탬프 선생님은 - 요즘 시대로 치면 이스트만 음대의 제임스 톰슨처럼 -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입술에 힘(텐션)을 너무 많이 주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마우스피스로 건반과 음정을 맞춰가면서, 음정에 극도로 주의하면서 가까운 인터벌을 연주하는 것이, 입술의 힘을 빼고, 이윽고 버징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연주하도록 유도해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나중에 애덤 선생님한테 가서 그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그거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아놀드) 제이콥스랑 한번 얘기해 봐야겠어!' 라고 하시더라 (웃음). 상당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애덤 선생님도 열린 사고를 가지고 계셨고, 나도 그의 견해를 즐겁게 들었다. 그리고 양 쪽 (마우스피스와 리드파이프) 다 훌륭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답변이 되었을까?

 

제임스 스탬프 - 로이 포퍼

만약 내가 생초짜라면 나한테 버징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겠는가?

로이 포퍼 (스탬프): 초보자는 이젠 안 가르친지 한 18년 됐는데...(웃음), 일단은 마우스피스를 들고 연주하기 좋은 위치에 맞춘 다음에, '음~' 상태에서 공기를 내보내도록 할 거 같다. 욕조에 띄우는 오리 장난감처럼 편하고 자연스러운 떨림이 일어나도록. 그런 뒤엔 스탬프가 사용하던 인터벌들도 있고... 반음, 온음을 더 하라고 할 것 같다. 가능한 한 가장 가까운 인터벌로.

(※역주: 인터벌은 기본적으로 음정 간의 간격을 이야기하지만, 트럼펫에서는 배음을 뜻할 때도 있고, 스탬프 연습처럼 익히 알려진 음정들을 이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ex. 도레도솔라솔도) '인터벌'로 표기하였습니다.)

 

스토크스 (빌 애덤): 공감한다. 이 선생님들을 위대하게 한 것은, 자기가 해온 것이나 본인의 방식, 학생들과의 소통 등에 있어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에 관해 강한 믿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나 스탬프처럼 애덤 선생님도 항상 호기심이 많았다. 내가 '그건 어떻게 아시게 된 거에요?' 라고 물어보면, 거울 앞에 몇시간이고 앉아서 연주하면서 각 학생들을 위한 방안을 고안해낸다고 하셨다. 나는 초기에 트럼본 주자인 키그 가빈 (Keig Garvin)에게 배웠었는데, 마우스피스 연습을 좀 했었다. 트럼본 주자들이 마우스피스로 어떤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기도 했지만, 우리가 마우스피스로 주로 한 것은 멜로딕한 것들이었다. 곡들을 연주하곤 했고 그게 내가 아는 전부였었고... 브레바드 대학의 찰리 버논 (Charlie Vernon) 과는 림만 잘라낸 것에 버징을 하기도 했다.

 

애덤 선생님을 뵈었을 때에 선생님이 내 연주에서 어느 정도 텐션(긴장)이 들어있는 것을 듣고 - 나는 굳이 마우스피스랑은 상관 없다고 생각하지만 - 내가 리드파이프를 부는 것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게 하셨다. 내가 2~3년 동안 해보고 나서 느낀 것이 뭐냐면, 리드파이프 연주가 트럼펫 연주에 걸맞는 밸런스를 잡아준다는 것이다. 밥 말론도 Bb조와 C조 트럼펫을 바꿀 때에 포커스가 여기 있다고 얘기했는데... 어쨌든, 리드파이프 연주는 특정한 밸런스를 찾는 한가지 방법이고, 그래서 애덤 선생님이 리드파이프 연주를 시키셨다고 생각한다. 25 리드파이프의 바하 37로 파(F - 콘서트키 Eb)를 불면, 애덤 선생님이 지시하는 음정을 따라가게 하면... 나한테 초보자나 어린 학생이 맞는 소리를 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때면, 리드파이프로 F 음을 5분 정도 불게 하고, 내려놓고 얘기만 좀 더 나누다가 다시 불게 하고... 그러다가 마우스피스를 트럼펫에 꽂고 불게 하면 바로 (딱!) 나팔에서 맞는 소리가 나온다. 소리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 선생님은 트럼펫을 불면서 소리를 찾아 따라가는 것 또한 같은 방식이라고 하셨다. 그러다보니 마우스피스 버징에 중점을 두지 않으신거라 생각하지만, 나한테도 언제나 마우스피스 버징이 효과가 좋은거 같으면 할만큼 하라고 하셨었고, 나도 하던대로 (멜로딕하게) 마우스피스 연습을 하곤 했다.

 

밥 오도넬 (클로드): 클로드는 한번도 마우스피스를 불라고 시킨 적이 없었어요. '그런 건 그냥 악기로 소리내는 데에 집중해라'는 식이었고. 저는 아주 어리거나 완전 생초보인 분을 가르치면 마우스피스로 일단 어떤 소리든 내게 하고는, '소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고, 트럼펫은 그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도구일 뿐이다' 고 설명합니다. 보통 2옥 도 같은 음을 마우스피스로 불게 하고, 그대로 트럼펫에 꽂으면서 그 떨림을 유지하도록 하라고 하면, 적어도 시작할 수 있는 초점은 잡게 되는거죠. 클로드는 마우스피스로 스케일을 한다던가 아르페지오를 한다던가... 그런 것들보다는 본인의 시스템적인 접근 (Systematic Approach) 에 맞추어 조정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도 만약 이른 시간에 스튜디오 일정이 잡혀있던가 하면, 차에서 마우스피스를 가지고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르페지오라던가, 심지어 어쩔땐 클로드의 1번과 2번 루틴까지도 하곤 합니다. 그렇게 해야 최소한의 워밍업이라도 되고, 그 안에 들어가서 해 볼 만한 가능성이라도 생기는 거니까요 (웃음).

 

우리 모두 비슷비슷한 공통분모가 있다고 봅니다. 사사한 분들도, 뵙지 못한 분들도 여럿 있지만 결국 학생의 연주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건 다 같아요. 다만 접근법이 다를 뿐이죠. 이렇게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리치 윌리 (라인하트): '닥터' (도널드 라인하트)는 우리가 무대에 나가면 연습실에서 했던 것들은 잊고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어요. 교정하는 절차를 거치고 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밸 때까지 연습을 하고, 연주하러 나갈 때가 되면 "야, 무대에서는 라인하트는 잊어라. 음악만 생각해."라고 하셨죠. 오늘 나온 친구들 얘기를 듣게 돼서 아주 흥미로워요. 빌 애덤 학생들도 몇명 알고, 카루소 친구들도... 그러고 보니 카루소 친구는 왜 없죠? 안 불렀어요? 뭐, 없으면 없는대로...

 

라인하트에게 있어서 (립)버징 암부슈어는 모든 것의 기반이었어요. *시범* 코너는 아래로, 턱은 평평하게. 마우스피스 없이 버징하라고 가르쳤어요. 마우스피스가 입술을 이빨에 대고 짓이겨버리면 그 사람은 죽여도 무죄라고. 입술과 근육이 아무 것 없이도 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고 했죠. '릴랙스 (편히 분다)'라는 것의 기본적인 정의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처음부터 아무 힘도 없는데 릴랙스하면 무너져버린다. 무너지지 않고 편히 불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버징을 하는 것으로 릴랙스하기 위한 그 힘을 키울 수 있는거죠. 어제 밤에 5시간짜리 공연을 했는데 어유, 시작할때부터 다 릴랙스하고 있었으면 마지막 5시간 째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겁니다. 여기 헬스하는 사람 있어요? 이 사람들은 힘이 얼마나 센지 가구 나르는 건 일도 아니에요. 저라면 죽어나갔을 겁니다. 트럼펫 연주도 같은 겁니다. 편한 상태로 음악에만 집중하면서도 충분한 여력이 있으려면 잘 불고 힘이 있어야 되요.

 

라인하트는 이런 훈련도 시켰는데 어... 윗바람 (업스트림) 아랫바람 (다운스트림) 구분을 처음으로 한게 라인하트에요. *예시* (콘래드) 가조 (Conrad Gozzo) 처럼... 라인하트는 이걸 스트레이트 타입 3 라고 불렀는데. 플로리다에 톰 파메터 (Tom Parmeter) 라고 아는 분 계세요? 아주 환상적인 친구인데 연주를 이렇게 클라리넷처럼 해요. 여러 유형의 트럼펫터들이 있죠. 아랫바람 주자들은 이렇게 버징하다가 들어가는 것도 있어요. 입술이 너무 풀려있지 않도록 잡아주고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기도 했는데, 선생님은 저한테 마우스피스 버징은 시간 낭비라고 하셨습니다. 아 여러분들 디스하는거 아니에요. 좋은게 좋은거죠? (웃음) 뭐 저는 1978년 이후로 마우스피스 버징은 해본 적이 없고... 딱히 아쉽지도 않네요.

 

- 3부에 계속 -

 

** 보너스 **

아무래도 글을 나누다 보니 담화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한 분씩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글에는 제임스 스탬프의 제자로 나온 로이 포퍼 씨의 짤막한 영상을 같이 첨부해 봅니다. 대학교의 소개 영상인데 참 잘 만들어졌네요.

 

 

"제가 좋아하는 트럼펫의 소리는 둥그러우면서...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소리입니다. 마치 불과 얼음이 동시에 있는 것 같은 거죠. 숨막히는 표현의 폭과 범위를 미세함과 함께... ~ 불 줄 아는 사람이 연주한다면요 (웃음) ~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기입니다. 트럼펫 소리가 연주 위로 떠오르면서 듣는 이의 속까지 꿰뚫고 뻗어나가는 것 만한게 없죠. 도발적인 (사람의 감정/마음을 건드려 욱하게 하는) 악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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