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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학파/美 트럼펫 학파들 간의 토론

미국 트럼펫 학파들 간의 회담 (1. 소개)

by J.5 2020. 5. 29.

클로드 고든과 관련해서 검색을 해보던 중 찾아서 본 동영상인데 상당히 유익한 듯하여 정리해봅니다. 진행자가 논제를 던지면 각각 빌 애덤 - 클로드 고든 - 도널드 라인하트 - 제임스 스탬프에게서 수년 이상 직접 사사한 분들끼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진행자이자 주최자인 제프 퍼틀 역시 클로드 고든의 제자입니다만 본 회에서는 거의 진행자의 역할에만 충실합니다.) 영상이 1시간 30분에 가깝기 때문에 제가 본 몇가지 요점들만 적으려 했는데... 하다 보니 역시 길어지네요 ㅜㅠ 나눠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1부는 첫 18분 가량입니다.

 

 

Q1. 스승에게서 얼마나 오래 가르침을 받았고, 다른 학파들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제임스 스토크스 - 아팔래치아 주립대 교수, 빌 애덤 사사

18살 때인 1981년에 학부생으로 만나서 공부하고 조교로 있다가 1987년 뉴욕으로 이주할 때까지 함께 했다. 거리가 멀어진 뒤에는 비정기적으로 뵈었고, 콜럼버스 오하이오의 캐피털 대학에서 가르칠 때에는 자기 학생들을 빌 애덤에게 데려가 직접 배움을 받게 했고, 자신은 그것을 관찰하며 빌 애덤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계속 본 것이 교육자로서, 프로로서 아주 값진 경험이었다. 빌 애덤과 따로 이야기하며 어떻게 학생들을 다룰지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밥 오도넬 - LA 스튜디오 주자, 클로드 고든 사사

그 전에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배웠으나, 클로드를 찾아간 이유는 그가 정확도와 음역, 주력을 다지는 데에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들을 조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가 특별했던 것은 누군가가 문제를 끌어안고 오면 적절한 포맷과 계획으로 그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리치 윌리 - 각종 온/오프라인 활동 (홈페이지), 도널드 라인하트 사사

23살이던 1978년에 처음 뵈었다. 하루에도 5~6시간씩 공연을 하는 생활을 강행하면서 많이 연주하면 입술도 좋아지겠지 했는데 결국은 엉망이 되었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81년에는 (라인하트가 있는) 필라델피아로 이사했고, 친구가 되어 자주 만났다. 나는 당시에 받은 일 때문에 밸브 트럼본과 베이스 트럼펫을 연주해야 했고, 라인하트는 자신이 가진 자료들의 부피를 줄이고 싶어했는데 내가 식자(타이프세팅) 작업을 해주면서 레슨은 무료로 받았다. 나는 85년 즈음 필라델피아에서 나왔고 그 이후에도 종종 찾아뵙다가 88년 쯤에 돌아가셨다. 너무나 좋아하는 분이고,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끌어 준... 틀린 (효과가 없는) 말씀이 하나도 없으셨다. 기본적으로 내 커리어 전부를 빚지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결국 95년에 트럼펫으로 돌아왔는데, 돌아보면 내가 트럼펫으로 돌아올 것을 이미 알고 계셨다. 그래서 지금은 트럼본이랑 트럼펫을 둘 다 다룰 수 있는데 멋진 일이다. 처음에는 끔찍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이상 좋을 수 없다.

 

로이 포퍼 - 오벌린 음악원, 제임스 스탬프 사사

LA에서 나고 자랐고, 15살에 스탬프를 만났다. 이래저래 18년 동안 뵈어왔고, 그를 찾아왔던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일관성에 문제가 있었고, 그의 가장 큰 능력은 주자들이 일관성을 갖게 해 주고 톤의 중심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데에 있었다. 굉장히 인내심이 많은 스승이셨고, 다른 분들 이야기처럼 스탬프 역시도 100% 유효한 말씀밖에 없으셨으니... 물구나무라도 서라면 섰을 것이다.

 

빌 애덤 / 클로드 고든 / 도널드 라인하트 / 제임스 스탬프

Q2. 교본 등에는 실리지 않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스승인지 보여줄만한 사적인 일화들이 있다면?

로이 포퍼 (스탬프): 가끔은 무슨 치료사 같았다. 잘 안될 때 턱을 조금 만져준다던가, 여기 저기를 툭툭 교정해주면 갑자기 모든게 좋아지곤 해서, '대체 이런건 (잘 불리도록 자세를 잡아주는 것) 어디서 배우신 거에요?' 하고 물었더니 '아 내가 집에서 고생을 좀 하지' 라고 농을 치시고는, 학생에게 뭔가를 해보기 전에도, 그것이 모두에게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95% 있다고 하셨었다. 아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생님이셨다.

 

스토크스 (빌 애덤): 선생님이 와서 만져준다던가 말을 건네준 것으로 극적인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는 모두가 공감하고 나눌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우선, 내가 겪은 것만으로 애덤 선생님의 전부를 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받았고... 다만 나한테서 받는 인상, 내가 주는 말들의 정수는 애덤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온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특정 부분을 콕 짚어서 '이건 빌 애덤이다' 라고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많은 애덤 선생님의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그런 얘기를 하셨다고?' 라던가, '절대 그런 말씀은 안하셨을것 같은데' 하는 순간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각 학생들에게 맞도록 스타일을 다르게 하셨던 것이다.

 

마크 윌콕스가 쓴 논문이 있는데 나를 포함한 4명의 다른 빌 애덤 제자들을 비교하는 글이다. 여기에 쓰인 문구가 너무 적절하여 인용하자면, '빌 애덤은 트럼펫 교습만이 아닌 전체론적인 방식으로 그의 학생들에게 접근한다. 보충 서적들과 개인적인 독려로 그는 학생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마스터클래스에서 그는 트럼펫 연주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대학생다운 캐릭터를 발달시키는 데에 초점을 둔다. 덧붙여 그는 트럼펫 연주의 물리적인 측면이 아닌, 원하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원하는 소리를 모델링(구형화) 하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애덤 자신의 예(소리)를 카피하도록 지시한다.'

 

애덤 선생님이 나에게 얘기한 것은 이런 것이다: '지미, 내가 내는 소리를 잘 들어. 하지만 세상에 빌 애덤은 나 하나 뿐이야. 너는 너가 되려무나.' 내가 자신과 똑같은 소리를 내도록 얘기하신 것이 아니다. 당신(애덤)의 연주와 소리 안에서 그런 요소들을 찾으라 한 것이었고, 그것은 이 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그의 제자들 대부분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다.

 

진행자가 밥 오도넬에게: 내 경험에 클로드가 독특했던 것은 레슨 도중에 연주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견장에서 몇번 연주하는 것을 들은 것이 전부다. 어땠는가?

 

밥 오도넬 (클로드): 맞다. 연주하는걸 영 마뜩찮아 하셨는데 나는 기어이 비발디 듀엣이라던가, 우리가 하는 공연에서 같이 연주하자고 설득을 했다.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게 10년 만이라 하셨으니 눈이 번쩍 떠질만한 일이었겠지. 군데 군데 긴장도 좀 하셨지만... 나는 시작할 때부터 클로드를 굉장히 존중했다. 항상 잘 차려입고 계셨고... 관계가 쌓여가면서 아버지와 아들같은 분위기의 그것이 되었다.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연주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전화를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파악하고 전화 너머로 고쳐주곤 했다. 내가 계속 정도를 걸을 수 있도록 잡아주는, 믿고 기댈 수 있는 걸 알고 있는 그런 관계였다.

 

하루에 4~6시간씩 연주하는 아이스쇼 일을 하던 때였는데, 내가 고음을 잃어가고 있는 거다. 클로드에게 전화했더니, 놀랍게도 딱 이러시더라: '물러나 (back off), 너 지금 너무 크게 부는 거야.' 그러니까 한 곡만에 문제가 알아서 해결되더라.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게... 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분이었다. 부정적인 느낌은 하나도 없었고, 그런 것이 뭐가 자신감을 쌓아올리고 뭐가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도록 해 주었지.

 

진행자가 밥 오도넬에게: 레슨을 시작할 때 어떤 기분이었든지, 마치고 나올 때면 항상 기운을 얻고 나오게 됐다고 아까 그러셨죠?

 

밥 오도넬 (클로드): 아주 긍정적인 분이셨으니까요. 필요한게 무엇이든지 준비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커버해주셨으니까... 그런 것들 때문에 그 분을 정말 존경하게 됐죠. 참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리치 윌리 (라인하트): 라인하트의 연주실에는 트럼본이 있었어요. 토스카니니, 스토코우스키 뭐 이런 분들 밑에서 트럼본을 부셨던 분이니까. 하루는 소리의 알맹이(코어)에 대한 시범을 보여줄 참이었는데, 먼지가 수북해서 몇 년은 손도 안댔겠더라구요. 그걸 집어들면서 '그래 이거 몇년 만에 부는구만' 하시더니 그걸로 3옥 파 같은걸 막 부는 거에요. 듣는데 털이 곤두서더군요.

 

라인하트는 칭찬해주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나도 잘보이려고 찾아간 것도 아니고. 콧대 높여주는 것 보단 문제가 뭔지 찾고 해결방법이 뭔지 알아내는게 핵심이었으니까. 찾아갈 때마다 잘 불었으면 아무것도 못 배웠을지도 모릅니다. 제 실력이 구렸어서 참 다행이지 뭐에요.

 

흥미로운 일화라면... 85~86년 경에 뉴욕으로 가서 찰스 콜린 출판사로 갔습니다. 주간에는 타이프세터 일을 했으니까. 옛날에 라인하트 선생님이 와서 책을 냈는데 이렇게 거대한 300쪽 짜리 책으로 해달라고 강력하게 얘기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가서 식자를 손보니까 이렇게 70쪽의 아담한 책이 됐습니다.

 

사적 관계에 있어서는... 스노우 화이트(백설공주)라는 작은 핫도그 가판대가 있었어요. 같이 나가서 거기서 핫도그를 먹고는 했는데, 앉아서 먹고 있는데 이러는 거에요. '9시.' 그래서 지금 뭐라시는 거지? 했더니 '9시!' 이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아 하고 왼쪽을 봤는데 어우야... 저랑 얘기하다가도 어디 보라고 하셔서 보면, 여자 보는 눈이 그렇게 밝으셨어요. 항상 빼어난 여성 분들을 정확히 찾아내시더라구요. 정말... 그거 하난 내가 인정합니다. 항상 리스펙트하는 부분이었어요. 물론 제 와이프도 그렇게 만났죠.

 

-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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