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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Kanstul 1502

by J.5 2012. 9. 14.


캔스툴 1s2, ZKT-1502, Model 1502...


모두 같은 말이다. 미국의 캔스툴(Kanstul)은 원래 기존의 명 디자인을 자기 식으로 튜닝 혹은 재해석해서 내놓는 것이 주를 이루는 회사인데, 이 『1502』의 경우는 칼리키오(Calicchio)의 1s2 (엄밀히는 1s/2 - 1s벨 + #2 리드파이프) 디자인을 바탕으로 했다. 언젠가 '트럼펫을 차에 비유한다면?' 이라는 글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슈퍼카의 상징인 이태리의 붉은 종마, 페라리(Ferrari)에 비견되었던 것이 바로 칼리키오다.[각주:1] 그 중에서 1s2 같은 경우는 리드 트럼펫 계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데, '궁극의 리드 혼(Lead Horn)' 내지는 '상업(실용) 음악의 스탠다드' 같은 수식어들이 곧잘 따라붙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다른 악기들을 넘어서 귀에 꽂힐 수 있는 선명한 소리와 빠른 반응을 갖추고, 고음 연주와 컨트롤에 이점이 있다는 소리다.


예를 들면 이런 용도다:

칼리키오와 캔스툴 버전 1s2를 둘 다 사용했던 제리 헤이(Jerry Hey)의 연주


하여간 상당한 역사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모델인데, 튜닝 모델인 캔스툴 1502 의 역사도 거의 20년이 되어간다니 명품은 명품인가 보다. 참고로 이번에 캔스툴 사측에 문의한 결과, 제품 명칭과 인그레이빙 정도를 제외하면 처음 그대로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쉽게 정리하자면 말그대로 '불싸질러버리는' 트럼펫인데, 캔스툴 모델의 경우 칼리키오의 오리지널에 비해서는 조금 더 보편적인 느낌으로 다듬어졌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중론이다 - 살짝 더 가볍고 오픈된 스타일, 기계적인 완성도의 향상과, 컨트롤의 용이함 등. 대신 오리지널의 강렬함은 살짝 떨어진다고 하지만, 칼리키오 1s2와 가장 가까운 트럼펫이라면 역시 캔스툴 1502라고.


워낙에 극단적이고 강렬한 면모가 상징적인 1s2여서 그런지, 1502는 어엿한 캔스툴 최상위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잘 안쳐다보는 듯 하지만(안습...ㅡ.ㅜ)[각주:2][각주:3], 어쩌다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들은 1502가 캔스툴의 숨은 진주라고 찬양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극한까지 밀어붙여진 오리지널의 '풍미'는 유지하면서 중용의 미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겠다.



좋은 가격에 보기드문 매물이 나왔다는 생각에, 볼라벤이 몰아치던 8월 28일 경북 안동까지 내려가서 당일치기로 입양해 왔다. 당시에도 상태가 굉장히 애매한 녀석이었는데, 데려와서 불어보니 역시 점검해볼 곳들이 군데군데 있다. 재미있는 건, 워낙 보기드문 녀석이라 그런지 대략 지금까지의 이력이 온라인 검색으로 파악 가능하다는 거. 푸핫... 아마 입시 준비생이 모 샵에서 처음 구입해서 몇년 불고, 친구한테 넘어간 다음에, 안동에 계신 분한테 갔다가 나한테 온 것 같은데, 지레짐작이지만 초기 주인이 어지간히 막 굴린 것 같다. (오늘 세척을 해보니 더욱 뚜렷해졌다. 심지어 나한테 오기 전까지 다른 주인이라고 딱히 예뻐해주진 않은 듯?) 수술도 아마 한번은 받았던 것 같고.



그런데 이 녀석, 그런 거친 삶이 그럭저럭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마치 작지만 옹골찬, 그리고 약간은 성마른... 대단히 호전적인 트럼펫이라고나 할까. 안락함이나 수비, 뭐 이런 느낌이랑은 거리가 멀다. 안동에서 처음 접했을때 대략 이런 표정이 관리가 안되었던 것도 그 상상을 초월하는 반응 때문이었다. 마치 숨만 닿아도 소리가 날 것 같은... 내가 접해본 그 어떤 트럼펫보다도 월등하게 빠르다. 그러나 - 물 건너편 선수들의 의견까지 참고했을 때 - 빠방한 호흡을 풍성하게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국내 클래시컬 스타일로는 이 트럼펫의 개성을 끄집어내기 어렵다. 지속된 고음 연주에도 지치지 않는, 효율 위주의 연주에 어울리는 트럼펫이고, 음색이나 반응하는 스타일 역시도 일반적으로 클래식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 캔스툴도 BMW 취급 정도는 받는다. 특히 최상위 라인업인 시그너쳐 시리즈는 M시리즈 정도는 된다!! [본문으로]
  2. 반응들이 대략 "님하 오리지널이 있는데 굳이 그걸 왜 삼? 'ㅅ' "스러울 때가 많다. 강렬함이 생명인 모델에서 보편적으로 튜닝한 모델이라 유독 이런 경우가 많은 듯. [본문으로]
  3. 게다가 본사(칼리키오)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현 세대 1s2는 구세대 1s2에 비해 기계적인 완성도 등에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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