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aig Morris, 2005/11/14
해야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나팔을 불기 시작한 그 날부터 우리는 기초연습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는 사람은 그 연습들이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알고 있을 것이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기초연습들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깨닫기 위해서 직접 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초연습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도, 매일같은 아티큘레이션 연습 속에 어택이 깔끔해지지 않는다거나, 입술의 유연성 연습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문제가 허구한 날 일어나는 것에 고생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렇고 이런 연습들을 하면 저렇고 저런 문제들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도움이 되질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하고많은 분야들 중에서도 목관악기 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의: 나한테 돌 같은걸 던져도 당신 모니터만 깨질 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찾는 해답은 일류 오보에와 바순 주자들의 연습에서 그 맥을 찾아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 주자로 활동하면서, 다행히도 나는 세계 유수의 겹리드 주자들과 함께 작업하고 그들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많이 있었다. 이 연주자들 한명 한명이 모두 갖고 있는 공통점은: 좋은 리드를 굉장히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아니, 좋은 리드 정도가 아니라, "완벽한" 리드라고나 해야 할까! 콘서트나 리허설 전, 그들의 손에는 리드 깎는 칼이 쥐어져 있었고, 가끔은 더욱 더 면밀한 관찰을 위해 덤으로 플래쉬를 들고 있기도 했었다. 몇 음인가를 불어보고, 리드를 꺼낸 뒤, 리드를 골똘히 살펴보다가,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듯할 정도로 미약하게 칼로 흝고서는, 입에 물고 버징을 해본 뒤, 칼로 다시 살짝 건드리고, 또 입으로, 버징, 다시 악기에 넣고, 음계를 한번 불어보고, ...이런 일련의 작업을 자신이 만족스러울 때 까지, 혹은 공연시간이 다 될 때까지 몇번이고 반복하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더러는 이런 것들을 보았을 것이고, 만약 나와 비슷하다면, 그 사람들이 아주 조금 정도는 정신이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보이는 것이 있었고, 어느날 홀연히 깨달음의 광명은 찾아왔다: 나는 이 사람들이 음계 연습을 하거나, 아티큘레이션을 다듬거나, 또는 다른 일체의 준비 연습을 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충분한 연마의 시간을 거친 사람들이고, 그 숙련도는 이미 지고의 수준에 도달했을 터이지만, 그래도 실연에 앞서서 확실한 점검을 위해 어느 정도는 준비연습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리드만 괜찮으면, 그들의 준비는 끝난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나 스스로는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리드" 준비에 투자하는가? 나한테 "리드"가 있기는 하나? 거기에 대한 대답은 반반인데: 네 - 나는 리드를 갖고 있고, 아니오 - 거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립슬러, 아티큘레이션, 스케일, 텅잉 등, 내가 해오던 기초연습이란 오보에 주자가 리드용 커터를 손에 쥐고 하는 그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기초'에 대한 정의를 정말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결과, 나는 기초라는 것을 두 가지로 나누어 분류하게 되었다: 기반(Foundation), 그리고 기술모둠(Skill Set) 으로.
기반 (Foundation)
기반 훈련이란 트럼펫 연주자들을 위한 "리드 만들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습들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연주를 위한 초석이 되며, 소리의 질 / 주력 / 중심 모으기 / 능률 등을 개선시킨다. 이런 종류의 훈련에 자주 쓰이는 세 가지는:
제임스 스탬프: Warm-Ups + Studies (editions BIM), 카마인 카루소: Musical Calisthenics for Brass (Hal Leonard), 그리고 제임스 톰슨의 The Buzzing Book Complete Method (editions BIM) 이다.
James Stamp: Warm-Ups + Studies (editions BIM)이 책들은 트럼펫 악보를 파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연습들을 등한시한다면, 앙부슈어를 이루는 기본 메커니즘을 최적의 수준으로 연마시키는 것은 쉽게 말해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일상적인 연습 과정의 큰 부분을 여기에 할애하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할 것을 지시한다. 트럼펫을 다루는 기본적 능력에 있어서 이 연습들이 가져오는 발전은 어마어마하다. 음역과 지구력, 소리의 질, 그리고 전체적인 컨트롤 능력이 향상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나아지지 않던 부분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전반적인 연주의 편안함이 늘어날 것이다. "거 참 반가운 소리군"싶으면서도, "그런데 정확히 뭘 어떻게 하면 된다는거지?" 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런 종류의 훈련을 어떻게 우리의 연습과정 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Carmine Caruso: Musical Calisthenics for Brass (Hal Leonard)
James Thompson: The Buzzing Book Complete Method (editions BIM)
나와 내 학생들의 경우, 기반 다지기 연습은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 두 부분으로 나누어 한다. 하루 시작 때의 연습과정은 본질적으로 위에 언급한 스탬프 서적의 기본 워밍업 수순과 같다. 'Stamping It Out'이라는 또다른 글에서 자세히 논할 것이지만, 이 책은 어쩌면 트럼펫 판에서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잘못 쓰여지고 있는 책일지도 모르니 꼭 읽어보기 바란다. 제대로 이행되었을 때에, 이 연습들은 연주자의 균형과 중심을 다듬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이 균형과 중심이란 두 요소는 연주자의 능률을 결정짓는 데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이 능률이란 진정 세련된 트럼펫 기법을 완성시키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일과의 시작 시에 적용 가능한 또다른 기반 다지기 훈련들로는 위에 이야기한 제임스 톰슨의 버징 북이나, 롱톤 연습, 립벤딩, 그리고 이런 것들의 다양한 조합 등이 있다. 아침 기반 연습을 마치고 난 뒤엔 바로 기술모듬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아니면 잠시 휴식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나는 보통 집에서 아침 분의 기반 다지기를 한 뒤, 기술모듬 연습은 일터에 도착하면 하는 편이다. 이 경우 나는 한 시간 반 정도의 쉬는 시간을 얻을 수 있고, 나한테는 이 정도가 썩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는 스스로 이리저리 해 보면서 찾아보도록 하라.
일과를 마무리할 때의 기반 다지기 연습은 힘 기르기 중심으로 되어있다. 근력을 완전히 소모할 때까지 연습하고 간밤동안 그 피로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하루의 끝에 이 과정을 집어넣는다. 이렇게 한 뒤 자고 일어나면, 전날 밤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거의 언제나 좋은 느낌을 받는다. 힘을 키우는 데에 권장할만한 연습들은 몇 가지가 있는데, 이후 이곳 지면(LivMusic News)을 통해 하나씩 다루도록 하겠다. 그 첫번째 글로는 One Long G 를 읽어보시길.
트럼펫 연주에 있어서 힘이란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단지 힘을 충분히 늘리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연주에 발목이 잡힌다. 혹자는 전문적인 훈련 없이도 지구력과 음역대는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훈련들이 연주자의 음역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안된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어떤 연주자이건 일일연습 중 일정 부분을 힘 개발에 할애하는 쪽이 실제로 강해지고 지구력과 음역대 양 면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거라는 나의 견지를 고수한다. 만일 당신이 이미 평생 필요한 만큼의 음역대와 지구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 훈련들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처럼 지구력과 음역대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이 훈련들은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말해두건데, 세상에는 음역과 지구력을 더이상 발전시키거나 유지할 필요가 없는 연주자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아침의 중심잡기와 능률 훈련, 그리고 저녁의 힘 기르기 훈련에 꾸준한 투자를 하고 나면, 슬슬 자신의 연주에 있어서 실로 견고한 기반이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하는 온갖 종류의 연습들 중에서도, 당신의 연주에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 바로 이 '기반'의 존재이다.
기술모둠 (Skill Set)
기반이 우리에게 연주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해 준다면, 기술모둠은 그 도구를 갈고 닦는데에 사용한다. 하루 일과 중 트럼펫 연주에 실제 사용되는 기술들을 다루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나의 일일 기술모둠 훈련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번째 파트는 허버트 L. 클라크(Herbert L. Clarke)의 테크니컬 스터디(Technical Studies)로서, 나는 이 부분을 기반 다지기에서 기술모둠으로 넘어오는 변환 과정으로 여긴다. 기술모둠 연습의 시작과 함께 이 교본에서 스터디 하나와 그에 상응하는 에튀드를 연주하는데, 스터디 안의 과제(exercise)들은 보통 하루에 짝수나 홀수 중 한가지만 골라서 한다. 나는 그동안 다져온 기반작업을 일반 연주에 접목시키는 첫 단계에 클라크 교재를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데, 급속하게 변화하는 음들 사이에서 연주의 중심이나 능률이 어떠한지 예의 주시한다. 최대한 약하고 부드럽게, 또 동시에 100% 쉽고 편하게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모둠의 다른 두 부분은 아티큘레이션과 유연성인데, 세부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분류해 놓았다:
- 아티큘레이션
- 싱글텅잉 깨끗함과 속도
- "크/쿠" 텅잉의 깨끗함과 속도
- 트리플 텅잉의 깨끗함과 속도
- 더블 텅잉의 깨끗함과 속도
- 첫 어택
- 유연성
- 느린 슬러 훈련 (부드러움과 이음매)
- 빠른 슬러 훈련 (민첩성)
- 넓은 인터벌(도약) - 슬러로 또 텅잉으로
특정 개인을 위해서라면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다른 기술적 요소들이 있겠지만, 위의 기술들은 누구나가 공통적으로 다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기술들이다. 나같은 경우, 날마다 저 모든 것들을 짚고 넘어가진 않을지언정, 주기적으로는 골고루 나누어 전부 연습한다. 기반 다지기 작업이 실체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할 즈음이면, 이런 기술 훈련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모둠은 기술을 날카롭게 연마하는 것이지, 새로 창조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매일을 기초를 닦기에 전념한다면 스스로의 연주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능력 향상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기는 커녕, 수 개월 동안의 부지런한 연습을 거쳐서야 비로소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법이다. 이 지난한 과정에서 좌절감에 휩싸일 때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다음 글귀를 곱씹어보자:
근면과 인내를 겸비한다면, 자신의 악기를 다루는 능력에 있어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능력들은 변덕스럽고 불가해한 요인들로 인하여 쉽사리 흐트러지거나 영향받지 않을 것이며, 마치 여러 세기(世紀)에 걸쳐 자리잡은 옛 길의 돌들처럼 굳건할 것이다. 당신의 앞에는 좀 더 편안한 연주와 더불어 음악의 구현에서 오는 기쁨과 충만함이 기다리고 있다. 연습하라. 그리고 자신의 길을 발견하라.
ⓒ Craig Morris, 前 CSO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트럼펫 수석.
이 글은 원 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번역, 게시한 것입니다.
글과 관련된 모든 권한은 원작자(Craig Morris)에게 있습니다.
Translated by Jay Park / NoVA_j.5
- 노자 - 「도덕경」제 54장 善建者不拔(선건자불발) 中. / 역주: 영어번역문과 한-한 번역문은 그 뉘앙스가 살짝 다르지만, 어디까지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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