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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레슨

시드니 음대 재즈 앙상블 - 중간 보고

by J.5 2024. 3. 13.

8주 / 2개월이 한 텀인 재즈 앙상블 모임(?)에 들어간 지도 이제 6주가 지났습니다. 여전히 초짜이고 엉망이기는 하지만,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그런지 매주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이면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동네 역으로.

처음 간 날은 정말 영혼까지 탈탈 털려서(...) 충격이었습니다. 악보를 나눠주고, 잠깐 얘기 나누면서 핸드폰으로 유튜브 검색해서 헤드(멜로디)만 한번 들어본 다음에 그냥 바로 합주를 시작하더라구요. 그것도 [헤드 + 각 악기별 솔로 (곡 전체분량 만큼) + 드럼이랑 8마디 / 4마디 주고받기 + 헤드] 하고 마무리하는... 재즈 형식으로 풀세트를 ㄷㄷㄷ; 그런데도 재미있다는 느낌과 도전욕이  마구  불타오르더군요 😊

내려서 걸어가는 길... 서울 구경 가는 느낌이네요 하하

이 클래스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궁금했었는데, 본인이 원하면 계속해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밴드(=반)의 구성은 나팔 (저) / 테너색소폰 (졸) / 바이올린(!) (소피) / 피아노 (앤드류) / 기타 (닉) / 더블베이스 (로저) / 드럼 (버드) 이렇게 7명입니다. 이 중에 테너색스,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주자 분들은 다년간 이 재즈 앙상블에 몸 담은 분들이시라, 바로 잼(합주)를 해도 무리없이 즉흥 연주가 가능한 수준이더군요. 초절기교라던가 기절초풍하게 기깔난 그런 연주는 아니더라도, 부드럽고 듣기에 무난한 솔로까지는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제 다 왔습니다. 윈야드 (Wynyard) 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남짓?

처음에는 젊고 아리따운 여성 분들이라도 계시려나 하고 망상을 부풀려보기도 했지만, 들어가보니 드럼 치는 버드라는 친구 정도를 제외하면 다들 저보다 윗배 분들로 보이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맞겠구나 싶더라구요. 8주간의 참가비가 약 AU$500 = 한화로 40만원이 좀 넘는데, 회당 2시간에 5만원이 좀 넘는 셈이니 과외비 시세를 생각하면 저렴하긴 하지만, 그래도 액수가 좀 되잖아요? 이걸 꾸준히 내면서 악기/음악 연습도 하려면, 금전적 + 시간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할 테고, 그 말인즉슨 사회적으로도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사람들이나 다닐 확률이 높다는 거겠죠. 여기 계속 다녔던 분들은 출장을 간다던지 해서 도중에 두어번 빠지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고, 지도교수님도 이번에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공연을 다니셔야 한다고 해서 마지막 2주는 다른 지도교수님이 와주시기로 했습니다. 그야말로 어른들의 모임이라는 느낌.

앞서 걸어가던 로저와 앤드류 도촬...!

심지어 피아노를 치는 앤드류는 다음 텀 (5~6월)에 첫 두 주만 올 수 있는데도 계속 자기 이름 걸어두고 싶다고 흔쾌히 학비를 다 내겠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그럼 앤드루가 없는 동안엔 피아노 없이 가야지?" 하다가, 이 앙상블 반에 다니다가 지금은 정식으로 음대 과정을 밟고 있는 분을 대타로 부르자는 아이디어도 다같이 나누고...) 버드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멤버들 중 가장 헤매는 느낌인데 (저만 빼면...^^), 교수님이 드럼쪽의 은퇴한 대가 분을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분위기도 그렇고 사람들이 참 좋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성숙한 취미활동 모임과 비슷하지만, 하나의 밴드라는 정체성으로 운용된다는 것이 독특한 것 같아요. 기존 멤버한테 무조건 우선권이 있다 보니, 멤버가 빠지면 다른 멤버를 오디션 봐서 들여오고 한다는 것도 밴드의 그것과 닮아 있죠. 교수님이 재량으로 선발하고 이끌어준다는 점은 또 다르지만요 :)

공개 공연은 교내의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듯 한데, 텀이 끝날 때마다 하는 건줄 알았더니 1년에 두 번, 즉 2번째랑 4번째 텀을 마치고 한다고 하더군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 저도 처음 두 달만 생각했었던 지라 이후 이어나가는 것은 회사랑 얘기해봐야 할 것 같은데, 여건만 받쳐준다면 꾸준히 다니고 싶습니다.

이 날은 사람도 북적거리는데 핸드폰을 분실해서 ㅜㅠ 며칠동안 고생 했습니다

사실 배우는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연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만 해도 엄청난 플러스 / 갈증 해소가 되는데, 심지어 실수나 미숙함이 용인되고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이기까지 하니, 말그대로 돈을 내고 다녀도 감지덕지한 일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팀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모여 합주만 해도, 연주로 돈이 벌릴만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돈이 계속 들기에... 무엇보다 혼자 연습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사람들과 뒤얽히면서 실연주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생각한 대로 효과를 보는 것 같아 만족 중입니다.

수업/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다음에는 즉흥연주에 관해 지금까지 몸으로 느낀 점들과,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들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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