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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트럼펫 3종 짤막 리뷰 - 반라아 1962, 캔스툴 메하, 올즈(올드) 멘데즈

by J.5 2023. 10. 14.

플루겔혼의 누유(?)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디에페스에 갔다가, 이 날은 시간이 약간 여유로워서 나팔들을 조금씩만 불어 보았습니다. 요 디에페스 수리점이 가만히 보니, 시드니에서 난다 긴다 하는 분들이 다 모이시는 곳 같아요(...).

맛뵈기로... 위의 사진은 케이스 계의 명품인 MB의 플루겔혼 + 트럼펫 케이스인데, 제 플루겔혼 사이즈랑도 잘 맞고 상당히 탐나는 케이스입니다. 가격이 근데 중고인데도 상당히 세서 어휴... 모르겠네요 😂 요건 매튜 콜린스가 쓰던 거라고 하고...

아래에 이어지는 감상들은 짧은 시연들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소위 '첫 인상'에 가까운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오른쪽의 헤비형 모델이 우악스러워서 뭔가 하고 불어봤는데... (브랜드랑 모델명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쇠의 남용(...)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드 사장님한테 그렇게 얘기하니까 막 웃으시던데 하하... 그래서 부연 설명을 했지요. 나쁘다기 보다는... 이 정도 소리를 만드려고 이 정도로 과하게 황동을 부어넣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구요. 아마 디자인 적인 용도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이건 요전의 레이 캐사 선생님이 소장하셨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왼 쪽의 골드 밸브캡이 있는 것이 반 라아의 '1962'라는 시그너쳐 모델인데, 반 라아 전반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밀도높은 중음역대 (음계가 아닌 오디오적 의미로) 는 흔적이 남아있긴 합니다만, 오우... 부드러운 소리에서 리드 트럼펫 소리로 스위치 켜지는 것이 장난이 아니게 빠르더군요. '리드 트럼펫이 메인이지만 부드러운 연주도 커버할 수 있는' 용도로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뭐랄까... 칼리키오 1S/2에 비하면 좀 더 고운 결이 있고,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시그너쳐 모델 다운 클라스가 느껴지는 나팔입니다. 요 녀석은 밥 어르신이 내놓으셨다고 하던데...

밥 어르신...

여담이지만, 요 1962의 모델 페이지를 가 보고 예전에 뵈었던 밥 어르신이 누군지 알았습니다. 말씀하시는 걸 보니 경력이 어마어마하셔서 누군가 싶어 따로 검색도 해봤었거든요. 그땐 못 찾았는데 이번에 보니 밥 코아신(?) (Bob Coassin) 이셨네요. 경력에 다음과 같은 분/그룹들이 나오는데: 레이 찰스, 버디 리치, 스탠 켄튼, 제임스 라스트, WDR, 타워 오브 파워, 클락 테리, 멜 토메, 디지 길레스피, 프랭크 시나트라...  와 ㄷㄷㄷ...😨 이 정도면 제임스 모리슨이 아니면 경력 면에서 호주에 비빌 사람이 없을 거 같은...? 재작년에 레이 선생님한테 처음 연락했었을 때 본인은 타임당 $300씩 주고 배웠다고 그랬었는데, 아마 밥 어르신한테 배운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요 넘이 저번에 얘기한 캔스툴제 베슨 메하인데... 여전히 참 침 고이는 녀석입니다 하하. 밸브 작업이 아마 필요할 거 같기는 한데, 지금도 너무 잘 불려서 '과연 명기구나' 하고 감탄하게 돼요. 제가 불어본 나팔 중에 아마도 가장... 낭랑하게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녀석 아닌가 싶습니다. 그 정도로 좋아요. 마킹으로 봤을 때 스몰 보어 모델인가 싶은데 그래서 그런지, 관 길이랑은 같을 텐데 신기하게도 살짝 작은 느낌이 있습니다. 손에 잡으면 쏙 들어와서 저는 더 좋더라구요 하하. 그리고 제가 좋아라 하는 칼리키오랑도 참 비슷한 인상이라... 그래서 더 호감인거 같기도 한데, 또 그래서 굳이 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 참게 되기도 하고 그럽니다.

요건 오리지널 케이스와 함께 온 올드/올즈(OLDS)의 멘데즈 트럼펫입니다. 레코딩이나 슈퍼레코딩, 앰배서더는 본 적이 있는데 아마 이 녀석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생각보다 밸브가 앞쪽에 자리한 느낌이고, 슬라이드가 양 쪽 다 트리거 형식으로 화려하게 되어 있습니다. 리드파이프와 벨 간의 브레이싱도 그렇고 참 유별난 (좋은 의미로) 디자인입니다. 불어보니 그 시대에 걸맞는 구수한 울림이 느껴지고, 에드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멘데즈가 본인이 익숙한 느낌이 좋다고 그래서 밸브와 피스톤의 유격을 일부러 좀 헐렁하게(!) 했다고 그러더군요? 여러모로, 세세한 디자인적 요소나 커스터마이징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본 모델 아닌가 싶습니다. 슈퍼레코딩처럼 밸브가 인체공학적으로 오프셋(비정렬) 되어있는건 아니지만...^^


그리고 이 날 예전에 얘기했던 테크톤의 컵뮤트도 주문한 색깔이 와서 구입했습니다. 표면처리가 우둘투둘하게 된 녀석이랑 매끄러운 녀석이랑 미묘하게 톤이나 반응이 달라서 (보이는 대로... 매끈한 녀석이 좀 더 직선적이고 선명하더군요) 고르는데 정말 고민했어요 😂 요 뮤트 이야기는 언젠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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