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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레슨

호주에서의 첫 레슨, 스튜어트 커완 (Stewart Kirwan)

by J.5 2022. 3. 20.

첫 연락은 12월에 했지만, 연말 시기상 1월에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독감이 걸리셔서 뒤로 미뤘다가, 2월에 연락이 왔지만 제가 사정이 복잡하여 다시 미루고... 이번에야 드디어 만나뵈었습니다. 심지어 여자친구 분이 아파트를 알아본다고 하여 첫 약속시간보다 한시간 뒤에... 하하.

선생님 홈페이지

선생님은 현재 저를 포함해서 3명만 가르치고 계신다더군요. 코로나 이후 공연들이 너무 없어져서 요즘은 한달에 한번 꼴로 공연 일을 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공연이 아니라 결혼식 축가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요즘엔 비주얼이펙트 쪽 일을 본업으로 하고 계시다고...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시간이 없었기에 ~ 일부러 시간을 좀 넉넉하게 잡았지만 한시간이 미뤄진 관계로, 저도 약속이 있어서... ㅜㅠ ~ 바로 연습으로 들어갑니다. 요즘 본인도 매일 아침 하루에 한시간~한시간 반 정도 연습만 하고 계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서로 워밍업 하지 말고 쌩 입으로 만나서, 워밍업과 적절한 기본 루틴을 잡아주는 정도로 오늘 내용은 얘기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전날 레슨에 필요한 교본 등을 이것저것 전달받았는데, 이미 갖고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것들, 처음 보는 것들도 같이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다양한 분들에게 레슨을 받지는 않았지만, 만나뵌 분들 중에는 가장 저와 바이브(?)가 비슷하고 친숙한 선생님이십니다. 이런 방식의 레슨도 처음이었는데, 기초적인 것들을 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본적인 베이스는 가져가면서 저에게 알맞는 지침과 루틴을 짜 주셔서...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맞춤형 짜주기 레슨인가 싶어 뭔가 조금 감동(?)했습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말씀하시길, '벌써부터 나와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처음에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것에 문제가 있다. 생각이 너무 많으니 최대한 머리(생각)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모든게 더 좋아지잖아? 나도 이것 때문에 수 년 동안 고생했었다.' 라고 짚어주시네요. 그렇게 레슨을 조금씩 이어나가면서 '안 그래도 처음 뵙는 자리라 긴장도 가시지 않았는데...' 라거나, '맞아요. 나도 아는 문제이고 나는 이렇게 이렇게 대처합니다' 하는 식으로 속에서 이런저런 변명거리가 떠올랐지만, 그냥 다 집어치우고 온전히 들으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계속 옆에서 'Good, good!' 하면서 망설이지 않도록 북돋아주시는게 참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의 1주차 노트 - 괄호 안의 디테일적인 부분은 제가 조금 더 채워넣었습니다. 클라크 연습까지 하고 나머지 시간엔 자유연습, 이후 마무리는 마지막 단계인 Lyrical Study 한 곡으로.

기본적인 지침은 텅잉과 메트로놈입니다. 당분간 첫 어택은 다 텅잉 어택으로 하라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대부분 (80~90%)의 경우 텅잉 어택으로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다 (예전 시향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신 부분). '맞습니다. 한동안 기초적인 워밍업 과정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 계속 숨 어택만 하게 되면 혀 포지션이 이상해지더군요.' 라고 하니, '몇년 동안 계속 숨 어택 위주로 많이 했으니까 당분간은 텅잉 어택으로만 해도 괜찮을거야(미소)' ...해서 앞으로는 극초반 워밍업을 제외하면 텅잉 위주로 어택을 할 것 같습니다.

메트로놈이라고 적은 것은, 일정한 리듬 하에 강제적으로 타이밍을 맞춰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은 머리 속에 이런저런 잡념을 지우고 몸이 반사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스탬프 연습 역시도 배경음악 mp3에 맞춰서 하도록 지시 받았습니다. 차에서만 연습하다 보니 갈수록 튜너와 메트로놈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것 역시 내심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었어서 '아...ㅠ'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지적받는건 이런 것들인 건가.

아아.... ㅜㅠ

스탬프의 경우 가장 기본 패턴인 A 패턴만, 하지만 악보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페달 음역에서 다시 올라오는 패턴까지 포함해서. (예전에 처음 스탬프 교본을 보았을때 패턴만 보고 무시했던 건지, 저는 이 악보가 밑에 이렇게 이어지는지를 잊고 있었네요) 각 음을 딱 딱 깔끔하게 바로 피치 센터로 넣도록 주의.

하루 연습의 마무리에는 보도니 혹은 콩코네의 서정적 악곡 한 곡을 하고 마무리. '음악을 잊어서는 안되고, 이렇게 하고 마치면 다음날 느낌이 참 좋다.'

제가 평소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요근래 거의 하지 않았던 부분들도 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뭐냐면 클락이나 롱톤 등 패턴 반복 연습의 경우 기준음(예: 1옥 솔)부터 징검다리 형식으로 (솔-파#-솔#-파-라... 식으로) 확장해 나갈 것. 그리고 스탬프 연습 끄트머리에 페달톤에서부터 배음으로 다시 올라오는 연습입니다. 이 날은 평소에 하던대로 워밍업을 한것이 아니라서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보니 후자 쪽이 잘 안되더군요 ㅜㅠ

↑ 요겁니다.

레슨 전반에 걸쳐서 들었던 몇가지 생각들:

  • 선생님이라고 초장부터 소리가 제대로 좋게 나지는 않는구나.
  • 순수 워밍업은 크게 개의치 않고, '풀렸다', '했다' 싶으면 굉장히 신속하게 넘어간다. ('워밍업과 연습은 다른 거야.') 이것은 전반적인 연습에도 조금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포인트만 염두에 두고, 매달리지 않는다는 느낌. 일전에 통화로도 몇번 얘기 나눈 부분인데, '너무 기초적인 부분에만 매몰되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조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드는 것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곧 한국으로 돌아가서 온전히 나팔에 매진해볼까? 하는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일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ㅜㅠ) 자의든 타의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좀 들어서요. 이번에 레슨을 받으면서 '스스로 그동안 많이 연구하고 늘긴 했구나... 자신에게 좀더 엄격할 수만 있으면 굳이 이런 레슨은 필요하지 않은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드는 반면, 동시에 아무리 알겠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경험과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좋은 컨셉과 분위기의 선생님을 가이드라인 삼아 쭈욱 가져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말씀이나 지침, 컨셉 등에 정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거든요. 첫 통화에서부터 느꼈지만 저와 참 비슷한 결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구직 코칭을 해준 분이 자신의 이력서를 예시로 보여줬는데, 이력서의 포맷을 그렇게까지 유연하게 바꿔도 된다는 점에 상당한 충격 +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도 그런 식으로 유연하게 바꾸고 싶었지만 주변에 아무도 그렇게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기존의 이력서 포맷은 뭐랄까... '깨면 안되는, 약속된 틀인가?' 하면서 감히 그렇게 과감하게 수정할 엄두를 낼 수 없었거든요. 레슨의 필요성은 이런 부분에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이렇게 해도 괜찮아', '이렇게 하면 돼' 라는 확신 혹은 승인, 그리고 바로 옆에서 그때그때 들으면서 즉각적인 진단과 맞춤형 피드백, 예시.

또 다른 선생님도 한번은 뵙고 싶긴 한데 여건이 될런지, 앞으로 귀국하게 되면 돌아가기 전에 커완 선생님과 레슨을 몇번이나 더 할 수 있을지... 이런 부분에서 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잘한다 잘한다' 분위기로 해주시기는 하지만, 선생님도 도중에 나팔 소리 참 좋다고 칭찬해 주시고, 아래 층에 계시던 녹음 엔지니어 분도 연주하는거 듣고 완전 좋았다고 전해주셔서 일단은 기분좋게 뿜뿜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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