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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호흡, 자세, 암부셔

암부셔 근긴장이상증과 트럼펫 물리학 ('후'의 마법 #2)

by J.5 2021. 1. 10.

필 (필립) 스미스는 영국의 저명한 코넷티스트인 아버지 데릭 스미스(Derek Smith)의 아들로 태어나 7살 무렵 뉴욕의 롱 아일랜드로 건너오게 됩니다. 이후 윌리엄 바키아노 등에게서 교습받으며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 4학년 때 시카고 심포니의 4번 트럼펫으로 들어가서 게오르그 솔티, 아돌프 허세스 등의 레전드들과 3년간 활동하고, 이후 1978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의 단원으로 들어가, 1988년부터 2014년까지 26년간 수석 트럼펫으로 연주활동을 이어오다 '국소성 근긴장이상증 (focal dystonia)' 을 앓으며 퇴임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윈튼 마살리스가 루 솔로프, 존 패디스 등 뉴욕의 트럼펫터들과 필 스미스의 연주를 보며 감탄하던 시절의 회고도 유튜브에 있고... 뉴욕필에서 밖으로 나오셨을 때가 한참 증상이 악화되었을 시기인지라 외부 활동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레전설로 존경받는 분이십니다.

이 이 분이 앓은 '디스토니아'라는 것은 최대한 풀어 쓰면 '근육 긴장 이상' 이라는 증세인데, 좀 더 친숙하고 간단한 단어로 쓰고 싶었지만 혹시나 왜곡이 될까 싶어서 영상에서는 '근이상증' 정도로 축약하였습니다. 이 증상이 발현한 이후 도저히 예전처럼 연주할 수 없었던 필 스미스는, 은퇴 후 여러 방법을 모색하다가 지금은 바뀐 주법으로 연주력이 다시 많이 호전된 상태입니다. 연주자로서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계속해서 미국 조지아대의 교수로 왕성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망가진 할아버지 연주자'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겠지요? (현재 계신 자리의 전임들이 캐나디언 브라스의 프레드 밀스와 필라델피아 수석인 데이비드 빌저이니 라인업이 대단하네요. 유학 준비중인 클래시컬 트럼펫 학생들은 고려해 보시길...^^ 조지아 대학입니다.)

16:52에 맞춰 놓은 영상인데, 지금의 재활 중인 소리에 이어 2013년 11월에 문제가 심했을 때의 증상도 재연해주십니다. 처음 이 증상의 기미가 보이고 나서는 '노화로 인해 힘이 떨어졌나?' 싶어서 버징과 연필물기 등의 기존 연습을 더 했는데, 텐션만 쌓이고 문제는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위 영상의 약 20분 경까지 이 문제에 대해 간단히 언급합니다. 번역은 되어있지 않지만...^^;)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진술하셨는데, 영상통화 품질의 한계 때문인지 해상도는 좋지 않지만😂 도움이 될 부분이 많아보여 번역을 해 보았습니다.

위 영상들에서 언급되는, 필 스미스 재활에 핵심인물인 '젠 캘거라이즈'(?)라는 분이 누군지 굉장히 궁금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는 게 없네요 😂 가만히 보면 빌 애덤 학파의 영향이 진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도중의 물리학 영상도 빌 애덤 학파 측에서 주로 인용되는 것입니다. 애초에 존 하보어 교수 본인이 빌 애덤의 제자인지라(...) 하하.

영상에 언급되는 필 스미스의 마지막 음반인 '트릴로지 (Trilogy - 3부작)' 은 다음 웹사이트에서 책자와 샘플들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music.saconnects.org/product/philip-smith-trilogy-cd/

 

Philip Smith Trilogy CD – The Salvation Army USA East Music Department

Philip Smith Trilogy CD $20.00 “Trumpet and Piano” features the elegant playing of a young Philip Smith, recent graduate of Juilliard and soon to be appointed member of the Chicago Symphony. “Escapade” showcases Phil along Bramwell Tovey and the GU

music.saconnects.org

그리고 후반에 언급되는 테니스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 '테니스 이너게임 (The Inner Game of Tennis)'과 관련된 이야기 같은데... 🤔

몇년 전, 어느 분의 마스터클래스에서 '최고의 트럼펫 교습서적은 이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궁금해서 저도 묵혀놓았던 주제입니다만 (사실은 번역이 안되었으면 직접 번역해볼까 욕심이 있었던... 후후 ㅜㅠ),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히트를 쳐서 '이너게임' 시리즈가 줄줄이 나왔는데요, 트럼펫헤럴드 유저들의 의견으로는 음악의 이너게임 서적보다 이 오리지널이 훨씬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제가 알기로 빌 애덤 교수법의 논리와 같다고 해도 될 정도로 그 기저 원리가 비슷합니다.)

트럼펫 물리학

예전에는 흥미롭게 보았지만 약간 반신반의했던 반면, 이번 기회에 좀 더 찬찬히 알아보다 보니 ~완벽한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보다는 훨씬 더 와닿는 느낌입니다. 입술 구멍에 대해서 꽤 오래 생각을 해 왔는데, 실용적으로 정리하자면 입술의 떨림 없이 트럼펫을 연주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떨림이 정상파(standing wave), 즉 각각의 음과 동조하여 이루어진다는 점, 그리고 구멍이 닫혀있는 상태에서 불어내며 버징을 만드는 것 (≒ 립버징) vs 열려있는 상태에서 기압차로 입술이 모아지며 버징을 만드는 것 (위 영상 내용)의 차이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다음에 애덤 루틴에 대한 다른 분의 시연을 올릴 생각인데, 아마 그걸 보면서 다시 한번 반추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3-1로 가느냐 vs 3-1-3으로 가느냐

존 하보어 교수가 인용한 저널 글은 다음 사이트들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www.scientificamerican.com/magazine/sa/1973/07-01/
www.jstor.org/stable/24923144?seq=1

바로 위의 입술 그림은 호주 NSW대의 기본적인 금관 음향학 소개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newt.phys.unsw.edu.au/jw/brassacoustics.html

P.S.) 그럼... 로봇은?

2003~2004년 무렵 도요타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로봇을 만들어서 큰 화제가 되었었는데, 이건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좀 찾아보았습니다. 도요타 측의 공식 문서는 볼 수 없었지만, 관련 글들을 보아하니 실리콘 등을 사용한 인공 입술은 연구가 이루어진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훑어보는 정도가 전부이지만...^^;
'금관주자들의 입술 동작 시각화와, 악기비교 연구를 위한 인공 입에 관한 연구' (S. Bromage, 2007, 에딘버러 대학)

era.ed.ac.uk/bitstream/handle/1842/1966/Bromage+S+thesis+07.pdf;jsessionid=D87FB7CCF0CD8F236988A44C6853A5B8?sequence=1

23초부터 자세히 보시면 마우스피스는 모양만 갖춰놓았고, 실제로는 섕크~리드파이프 부분이 입모양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설명하시는 여자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입술모양 안쪽에 입술 역할을 하는 장치를 두고, 몸체 안쪽에는 컴프레서 (공기 압축기)가 있는 모양이네요. 다시 봐도 참 놀랍습니다... 너 너무 잘 부는거 아니니...😂

기술적으로 로봇보다 잘 불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더 감동적인 연주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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