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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기타 장비

M/K 트럼펫 브레이스

by J.5 2019. 11. 23.

오늘은 조금 신박한(?) 물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M/K 드로잉 앤 벤딩 (M/K Drawing & Bending)' 이라는, 튜닝 슬라이드를 주로 제작하는 전문업체에서 구입한 브레이스(버팀대) 입니다.

https://www.mkdrawing.com/product/trumpet-brace-universal/

 

흔히 튜닝 슬라이드에 달려있는 버팀대인데,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저 중간에 있는 막대를 돌려서 조였다 풀었다 해주면서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펫을 디자인, 제작하는 입장에서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토니 스코드웰 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다양한 주자들로 위치를 옮겨가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본 결과, 동일 모델의 트럼펫일 경우 주자들이 선호하는 위치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제가 왜 이녀석을 구입했냐면... 두 대의 칼리키오 트럼펫 중 하나를 R2/9 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오리지널 세팅에 따르려면 이 브레이스가 두 대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S/2 (신) 모델의 경우엔 버팀대가 하나밖에 없어서, 모델을 변경하려면 하나 더 맞추는게 좋겠다 싶어서 테스트해볼 겸 구입했습니다. 요즘같은 환율에 배송비까지 생각하면 거의 10만원에 가까운 가격이기 때문에, 생긴거에 비해서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M/K 사가 품질 면에서는 상당히 인정받는 회사이기 때문에 나쁜 물건은 아니겠거니 하고 시켰습니다. (사실 예전에 튜닝 슬라이드로 골머리를 앓을 때 여기다가 의뢰한 적이 있습니다. 작업이 까탈스럽고 대량/업체 주문들이 밀렸다고 거절 당했었지만... -_-)

 

대략 요정도 위치가 괜찮더군요. 존 두다 어르신은 보통 버팀대의 양쪽 지지판 끝에서 슬라이드 끝단까지 3/16인치 정도로 두신다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트럼펫에는 다 맞는, 범용적인 물건입니다. 나팔에 맞춘 상태로 바깥쪽으로 돌리면 길이가 늘어나서 나팔 관에 조여지고, 안쪽으로 돌리면 줄어들면서 풀어집니다. 만듦새나 디자인도 다 좋기는 한데, 관이나 도금이 혹시 긁히기라도 할까봐 접촉면은 고무처럼 부드러운 재질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진동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한 걸까 싶기도 하더군요.

 

1S/2 나팔의 경우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자유도에 비례하는 '느슨함'입니다. 예를 들면 각 음정의 슬로팅에 있어서도 '미끄럽다'거나 '타겟이 넓다'라고 많이들 표현하는데, 클래시컬 쪽에서 보통 쓰이는 나팔들처럼 음정이 탁 탁 끼워지지 않고 위아래로 상당히 여유가 있습니다. 반음 스케일을 해보면 그냥 한 음으로 주욱 이어지는것 같아요. 현 제작자인 존 두다 어르신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존에 두개였던 브레이싱을 하나로 줄인 것을 보면, 아마 1S/2의 이런 특성을 더 극대화 시키는 쪽으로 튜닝하지 않았나 합니다. 기존의 디자인이 스탠다드한 나팔의 특성들을 최소한이나마 간직시키려 했다면, 신버전 디자인은 리미터를 해제하고, 1S/2가 가진 와일드하고 자유로운 특성을 더 극단적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막상 실제로 불어보며 비교해면 언뜻 별 차이는 아닐 수도 있는데요...^^ 계속 불다보면 아무래도 느껴지는 점이 있습니다.)

 

브레이스가 두개 달린, 기존 1S/2 디자인
존 두다 인수 이후의 현재 디자인

착용하고 딱 불어보았을 때, 솔직히 눈이 번쩍 뜨일만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요 근래에는 2/7 을 주로 불어서 아무래도 더 분간하기 어려웠겠지요. 그래도 이 버팀대의 위치를 극단적으로 바꿔본 결과, 분명히 차이는 있었습니다. '맺히는' 위치가 변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요런 느낌?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도 그전에 비해서 나팔을 좀 더 견고하게 잡아준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좀더 파워풀하고 컨트롤, 음정도 정확한 연주자였으면 추가 브레이싱 없이 더욱 더 자유롭고 다이나믹하게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저에게는 조금이나마 더 나팔쪽에서 잡아주는 쪽이 좋은 것 같네요. (사실 이 문제때문에 1S/2를 마음에서 좀 내려놓고 있었거든요. 지금 기량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괴물이구나... 같은?) 착용하고 10일 정도 되었으니 나중에 생각이 어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사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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