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메인)
녹음장비 - 어떻게 할 것인가?
얼마 전에 댓글이 달린 김에, 마지막 3부를 한번 작성해볼까 합니다. 순서대로 생각하면 사실 1~3부가 역순이기는 한데, 레코딩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분들이라면 이 3부부터 시작해서 2부, 1부로 나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3부를 쓰지 않고 6년 가까이(...) 내버려둔 큰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은 나 자신도 전문적인 녹음장비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거니와, 다른 하나는 이것을 기기 종류 별로 짚어가면서 추천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좀더 개략적인 이해를 위한 설명으로 해야 할지 등의,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나갈 것인가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지간한 젊은 취미가들이나 보컬/악기 지망생들은 장비적으로 필요한 건 금방 파악해서 구비해 놓기 때문에, '...뭐, 크게 필요하지도 않겠거니' 했었는데, 가만히 보니 이게 다 그런게 아니었다. 의외로 개념 자체에 익숙치 않은 분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기본 절차와 개념: 무엇이 문제인가?
자 일단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소리를 내고 소리를 듣는다. 물론 이 경우에는 직접 눈 앞에서 듣는 경우일 것이다. 보통은:
처음에는 어떻게든 마이크를 통해서 소리가 들어가고, 스피커를 통해서 소리가 나오는 형태가 될 것이다. 자 그럼, 저 화살표 부분에 들어가는 것들이 대체 무엇인가??
여기에서, 예전의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저 중간과정을 처리하는 분들을 그동안 볼 수 있었다.
다음 그림을 보시라.
그냥 일반적인 캠코더나 스마트폰, 믹서를 통해서 녹음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건 아니다.
(물론 가벼운 녹음으로 생각하고 그냥 하시는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좋은 품질의 녹음과 결과물을 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캠코더: 캠코더로는 영상을 잘 찍어서 나중에 소리랑 같이 싱크를 맞추어 편집하면 된다. 아무리 비싼 캠코더래봤자 결국은 캠코더다. 외장 마이크를 따로 사는 분들도 계신데... 기본적으로 이런 캠코더용 외장 마이크는 다큐멘터리 같은거 찍을 때 현장음을 잘 받기 위한 것이지, 전문 스튜디오 녹음과는 용도가 애초에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똑같은 문제는:
반주가 있을 경우 이것을 그냥 스피커로 틀어놓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시 녹음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오는 음질 열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단, 무반주로 녹음하는 경우에는 품질의 좋고 나쁨을 제외하면 절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위 그림같은 상황은 아니므로.
#믹서: 믹서도 마찬가지인데, 믹서를 사용하는 분들은 스피커를 통해서 나온 소리를 다시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당연히 안될 일이지만, 다른 경우를 한번 보자: 믹서에 헤드폰을 끼고 녹음해서 소스를 깔끔히 나눠서 녹음하고, MR도 깔끔하게 들어갔다? 뭐가 문제일까?
두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1. 신호가 컴퓨터로 들어가서 디지털 음원이 되기는 하는데, 이 파일 가지고는 편집(믹싱/마스터링)의 여지가 없다! "믹서"라는 것은 원래는 말 그대로 그 기기에서 소리들을 섞고 합치기 위한 장비다. 즉, 각각의 소리가 이미 하나로 뭉쳐진, '한 덩어리'로 출력이 된다.
※ 컴퓨터에 다채널로(여러 음원을 각각 분리해서) 보낼 수 있는 믹서라면 상관 없다. 아니면 믹서로는 녹음만 하고, MR 등은 다른 경로로 들으면서 하는 경우에도 괜찮다.
2. 믹서랑 인터페이스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믹서에서는 이것저것 만지면서 실시간으로 소리의 모양새를 다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소리의 뽀샵질' 부분을 녹음 후에 컴퓨터 상에서 하느냐 (인터페이스), 컴퓨터로 들어오기 전에 하느냐(믹서)의 차이로 보면 간단하다. 경우의 수는 여러가지 있지만, 단순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그냥 한번에 마치고 싶다 + 야외 / 라이브 연주에서도 사용하고자 한다 → 믹서
- 일단 컴퓨터로 소리를 들여온 다음에 컴퓨터 상에서 소리를 다듬고 싶다 → 인터페이스
개인적으로는 오디오질을 좀 했어서 그런지, 기계적으로 뭐 이것저것 달려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①신호 간섭이 발생하고, ②기기 혹은 제작사 특유의 '성향'이 묻을 가능성이 크다. 원음은 가장 순수한 상태로 일단 보존해 두고 그 위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좋지,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처음부터 먹이고 들여오는 건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부분들이 있으면 각 파트별 기기를 아예 따로 사는것도 괜찮다.)
일단은 이쯔음에서... 3부 프리퀄 끝!
- 이번 파트에서는 "이렇게 하지 마세요"를 짚고 넘어갔으니,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하세요'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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