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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Kanstul 990 - 콘스텔레이션 38B의 현대적 개량.

by J.5 2013. 12. 13.


어느 가게에서 손상이 간 Conn 38B, 콘스텔레이션을 불어볼 기회가 있었다. 블로잉이 굉장히 독특했다. 관에 덴트가 있었던 걸 감안해야겠지만, 좀 답답하고, 슬로팅을 탁탁 제대로 꽂아줘야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나팔에 맞는 주법이 분명히 있다는 느낌, 그리고 거기에 맞출 수 있다면 컨트롤이 꽤 손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고의 여지 없이 부는 순간 놀랐던건 그 사운드였다. 오 마이 갓. 어둡고, 두텁고, 진하고, 묵직한... 그러면서도 울림이 있는. 재즈 중흥기를 양분했던 나팔답다. 혹했지만 일단 기억만 하고 넘어갔는데...


문득 콘스텔레이션 38B의 현대판 버전을 알아보던 중, 캔스툴 990이 눈에 들어왔다. 캔스툴 1502와 로울러 C7 을 거치면서 다음에 시도해보고 싶은 나팔의 이미지들이 있었는데 이 나팔이 거기에 딱 들어맞는거다: 5.25인치의 빅 벨, 어두운 광채의 니켈 플레이팅, 스몰 보어, 날렵하게 뻗은 리드+메인 관, 우월한 가성비.


이 캔스툴 990 같은 경우는 인터넷을 뒤져봐도 정보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열심히 알아본 뒤에 충분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어 구매를 결심했다.


나팔이 손에 들어오고 몇일이 지난 시점(10월 중순)에서의 느낌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고 사실 이 느낌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캔스툴은 보통 자신들이 어느 나팔을 모델로 했는지 충분한 힌트는 주지만, 각 나팔들의 베이스 모델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절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처음에 캔스툴은 38B을 본뜬 나팔들에게 '마리아치'라는 이름을 부여했지만, 이 모델명은 나팔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족쇄를 채우는 꼴이었기에, 이후 990과 991로 개명하게 된다. (991은 실버 랙커인 점만 제외하면 재즈 아티스트인 스누키 영의 38B를 그대로 카피했다고 한다.) 코넷 밸브를 채용해서 좀 뭉툭한 오리지널 38B와는 달리, 990은 보다 '트럼펫'으로써의 느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트럼펫 밸브 블럭을 채용하였고 동시에 리드파이프가 굉장히 긴데, 아마도 트럼펫 본연의 파워를 싣게 함과 동시에, 타이트한 보어 크기를 감안해 최대한 호흡이 쭉 뻗게 한 것인가...? 하는 추측이 든다. 컨트롤은 991 쪽이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소리는 990 쪽이 조금 더 어둡다고 한다. 구조상 991 모델은 좀 더 퍼지는 소리이고 990은 직진성(프로젝션)이 더 강하다고.


'마리아치'라는 이름은 멕시코 민속음악(?) 스타일을 이르는 말인데, 실제 38B 역시 이 장르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느낌상 오리지널 38B의 -그야말로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어두움까지 가라앉지는 않지만, 역시 밀도가 진하고 두터운 소리가 나며, 제대로 호흡이 정돈돼서 특유의 질감이나 걸쭉한 양감을 그대로 유지하며 쭉 나오는 고음을 들으면, 불고 있는 나도 짜릿짜릿하다. 인토네이션 / 음정이 굉장히 정확하고 타이트하게 걸리고 호흡에 관해서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팔이니만큼, 앞으로도 나를 많이 성장시켜줄 것 같다.



p.s. 돌아보면 최근까지의 나팔 3대는 전부 클래식 모델의 현대 개량형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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