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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로울러(Lawler) C7

by J.5 2013. 5. 16.


드물게도 로울러의 C7이 국내 중고장터에 떡하니 올라왔다. 다음엔 무조건 C7으로 가리라 다짐했더니, 이것은 또 어쩐 우연이려나.


예전에 트럼펫샵에서 로울러를 들여다 판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유입된 녀석이려나 했더니 웬일, 미국에서 중고로 건네받은 물건이란다. 보아하니 테네시가 아닌 디케이터(Decatur) 시절에 만든 나팔이고, 딜럭스 모델에서 볼 수 있는 벨 인그레이빙과 니켈도금 관들이 있다. 벨 뿌리 밑둥엔 3G... 헛 이거 설마 내가 찾던 골드벨?! 


나중에 로이 로울러에게 문의했더니 무려 1년에 5대만 만들던 한정판이라고 한다. 정확한 모델명은 C7D 3G-1A MLS(미디엄-라지, 스텝) 보어. 2000년대 말 경인가, C7에 소소한 추가개량(?)으로 완벽을 기했다는 소문을 얼핏 본적이 있는데 그 전일지 후일지는 잘 모르겠다. 딜럭스 버전의 추가적인 장식들도 감사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시적으로만 공시되었던 골드브라스 벨이라는 점이 더 심봤다는 느낌이다. 포근하게 감기는 소리가 좋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레드/로즈브라스 (적동) 벨을 불어봤을땐 너무 어둡다는 느낌이어서 상대적으로 구리의 함량이 중간 정도인 골드브라스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쩐 조화인지 이녀석이 그걸 달고 있었다.


*리드파이프나 슬라이드관 등의 색깔과 비교하면 아주 미세한 색차이를 보인다. 오후 햇살에 적당히 비추어보지 않으면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


첫 인상은 굉장히 따듯하면서 몽글몽글 안으로 감기는 사운드, 조절에 따라 연출 가능한 fuzzy(허스키)한 소리. 골드브라스 재질과 경량 무게의 특성이 적당히 혼합된 느낌이랄까, 강하게 밀어붙여보면 경쾌하게 째지는 소리도 얼마든지 낼 수 있고... 태생은 역시 재즈 쪽이라는 느낌이지만, 굉장히 다채로운 음색을 낼 수 있고, 마우스피스에 따른 차이에도 섬세하게 반응한다.


만듦새는 내가 본 나팔들 중 압도적으로 좋다. 음색이나 조작감 등, 전반적인 나팔의 느낌에도 반영되는 것이지만, 로이 로울러는 아주아주 섬세하고 차분한 사람같다. 캔스툴이나 샤이어도 수제작 공정으로 만들어지지만, 이 로울러 나팔은 남달리 느껴지는 데가 있다. 단, 요녀석은 2번 밸브가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데... 심각하진 않지만 기회가 될 때 점검을 한번 받아봐야 될듯 하다.


튜닝슬라이드가 세미라운드 타입에 지지대(브레이스)가 없어서 슬로팅은 상당히 유연한 편이고, 스텝보어인 탓인지 힘으로 연주하려고 하면 할수록 불기가 어려워진다. 자기 스타일에 따라선 일반적인 1자형(cylindrical / 원통형) 보어인 C7c가 나을 것이다. 음정이나 호흡 연습에 도움이 되는 입장인지라 (트럼펫터를 훈련시키는 트럼펫?), 금방 팔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들고 불다보면 굉장히 친밀감이 드는 악기. '개인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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