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형 공구점에 갔습니다. 슬슬 나팔들을 한번 씻겨줘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은 세척 통을 사려고 간 건데:
가장 급한건 플루겔혼인데 그건 안맞을 거고, 위 제품도 구조가 좀 아쉽고 해서 좀 더 돌아다니다 보니, 딱 좋은 사이즈의 플라스틱 통이 있더라구요:
30L 용량에 570 x 386 x 205 mm 크기입니다. 사진이 찍다보니 저리 나오긴 했는데, 깊이도 물을 거의 가득 채워야 벨 끝까지 딱 잠기는, 이상적인 사이즈입니다. 사실 더 큰 통을 사둔것이 있는데 평소에 넣어두는 짐도 넣었다 뺐다 해야되고, 너무 물을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온수도 너무 쓰고, 용액을 만드는 데에도 세제 등이 더 필요하게 되니까요.
참고로 일반적인 트럼펫의 규격 / 크기 / 치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척 용액
로 브라스(생 황동)용 용액으로 가장 좋아보이는 것은 주방세제 1/3 + 백식초 2/3 비율로 물에 넣어 푸는 것입니다. 금속공학 쪽에서 이 공법(?)을 절임(pickling)이라고 한다는데, 트럼펫 쪽에서는 토니 스코드웰 옹이 이야기해서 유명해진 방식입니다. 희석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 용액만으로 씻기는 분들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고, 물과 1:10 미만의 적당한 비중으로 넣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사실 1:10 이라고 해도 대략 주방세제 1리터에 백식초 2리터입니다. 평소 쓰는 주방세제 양을 생각해 보면 여기서 반 이하로 줄여도 충분할 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일반 식초가 아닌 백식초를 써야 한다는 점인데 (산성 차이인 듯), 이 용액은 아래 사진처럼 도금이 되어 있는 부분은 벗겨질 수 있으니 로브라스 부품에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세척력 자체는 발군이긴 한지, 리드파이프의 도금된 부분은 닿지 않도록 밀봉하고 관 안쪽은 이 용액으로 세척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은도금에는 알루미늄 호일과 베이킹 소다 믹스를 기본적으로 가져가고, 여기에 옵션으로 식초나 바다 소금을 같이 넣습니다. 식초나 소금은 부가적으로 효과를 조금 더 업시켜주는 느낌인 것 같고, 아마 주방 세제가 들어가지 않아서 위와 같은 화학 작용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한번 저러고 났더니 좀 무섭네요(...) 아마 추가하더라도 바다소금 정도나 넣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대로 해주려면 은 복원을 이렇게 한 차례 해주고, 세척 자체는 나팔을 헹군 다음에 물을 갈고 다시 해줘야 합니다. 귀찮아서 이것저것 한꺼번에 섞어서 써 보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봐온 결과 뭔가 잘못 섞이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요즘은 그냥 주방 세제만 풀어서 쓰자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편입니다. 간편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요 😂 로우브라스에 파티나(녹청) 변색이 일어나는 것도 저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데다가, 어차피 어떤 용액을 쓰더라도 마무리까지 제대로 하려면 광약(폴리쉬)는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하튼 틈틈이 이런 특수한 용액들도 쓰기는 하겠지만, 세척 방법에 대해서는 이제 해볼만 큼 해봤다는 느낌이라 앞으로는 크게 탐구해볼 일은 없지 않을까...🤔
폴리쉬
위와 같은 일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다행이었던 것은 폴리쉬, 즉 광약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주방세제나 초음파 세척 등으로 씻기고 폴리쉬로 마무리하는 것이 옛부터 정석이었던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나 봅니다.
Brasso 시절부터 해서, 한동안 3M 제품들과 해거티 실버 등이 인기였고, 지금도 여기저기서 폴리쉬들이 많이 나오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검색했었을 때는 마스(MAAS)와 플릿츠(Flitz) 두 제품이 가장 대세더군요. 저도 궁금해서 호주에 지사가 있는 마스 제품부터 사 보았는데,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이 두 제품들이 인기를 끈 것은 두 가지 이유인데, 우선은 표면의 마모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악기 용으로 쓰이기에 기본적인 미덕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고, 나머지 이유가 좀 독특한데... 표면 재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기존에는 실버 폴리쉬 따로, 로우 브라스 폴리쉬 따로 이런 식으로 구비를 했어야 했는데, 이 녀석들은 어느 마감이건 다 먹는다는, 충격적인 범용성을 자랑합니다. (황동, 구리, 알루미늄, 은, 금, 니켈, 크롬, 백금, 스텐리스, 심지어 플라스틱이나 유리섬유 등등... 어지간한건 다 됩니다) 곧잘 가는 디에페스 수리점의 에드 사장님은 플릿츠를 쓰고 계신데 (저랑 반대로 마스는 안써보셨다네요) 만족하시는 걸로 보아, 과연 양쪽 다 인기있을만 하구나 싶습니다.
단, 제 뽑기운이 안좋았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마스 튜브형을 샀더니, 한 두번이나 썼나...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뚜껑 안쪽이 뜯어져 버리더라구요...ㅡ.ㅡ 한 10~20% 정도만 아직 붙어서 덜렁거리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악기 하나당 1년에 많아야 세네 번 세척하는 정도이고, 할 때마다 광약을 쓰는 것도 아니다 보니 폴리쉬 제품 같은 경우는 한번 사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다음에는 플릿츠를 한번 써봐야지 싶은데, 언제나 또 사게 될런지 하하...😅
브러쉬 류
브러쉬 같은 경우는 대중 없기는 합니다. 보관 시에 솔이 눌려있거나 젖어있지 않도록 신경 써 주는 정도 외에는, 사실 제품마다 큰 차이가 없어서요. 예전에 HW 브라스-세이버 제품이 나오면서 획기적이라는 반향도 불러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쎄 굳이...?' 라는 반응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써보면 그렇게까지 우월하다는 느낌은 아닌데, 가격은 일반 세척 용구들보다 2~3배 이상 비싸거든요. 솔의 잔털이나 저 끝에 잡아당기는 플라스틱 볼이 빠지기도 하고, 납작한 플라스틱으로 된 저 끈이 미끄럽고 곧잘 구부려져서 나중에는 어디 밀어넣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좋아서 제품을 좀 더 개량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딱히 메리트가 크진 않을 듯 합니다.
몬스터 오일의 케어 키트도 잘 쓰긴 했는데, 저 두툼한 밸브 브러쉬의 경우 체감적인 만족도가 훌륭하긴 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솔들이 떡지더군요 😂 작년인가 처분했습니다. 저 밸브용 솔과 마우스피스 솔은 둘 다 끝에 동그랗게 피막을 씌워 놓은것도 장점입니다. 두툼하게 꼬아서 만든 뱀솔도 좋았는데, 꼬불꼬불 휘는게 아니라 탄력(장력)이 있어서 쓰기 좋은 구석들이 있었어요. 다만 밸브오일은 개인적으로 좀 품질이 아쉽습니다. (에드 사장님도 동의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 세척 용구들, 정확히는 뱀솔(스네이크 브러쉬)에 바라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인데:
- 철사에 피막을 입혀서 뾰족한 끝 부분(tip)에 관 내부가 긁히지 않게 할 것 (이 점은 마우스피스, 밸브용 브러쉬도 동일)
- 플루겔혼 벨에서 3번 밸브까지 닿는 길이와 사이즈의 제품
입니다. 1번 같은 경우는 주피터 제품이었나... 우연히 딱 한 제품 본적이 있는데, 쓰다가 잃어버린 뒤에는 구하기 어려운 것 같고, 2번이 만족되는 제품은 아직 못 봤네요... 길이가 더 길어서 트럼본용 뱀솔을 사 보았는데, 브러쉬가 두꺼워서 끝까지 못 들어가더군요 ㅜ.ㅠ
그 외
물줄기를 바꿀 수 있고 호스 형태로 되어있는 분사기(?)가 있으면 좋고... 나삿니(스레드) 부분이나 구석구석 닦아줄 부분이 있으면 보통 칫솔로 닦는 편인데, 저는 배터리를 넣어서 쓰는 1회용 전동 칫솔을 씁니다. 칫솔들은 제가 다 쓰고 남은 것들로 쓰는 거긴 한데... 아직 딱히 불편한 점은 없네요 하하 😅 맨들맨들한 외관 쪽은 그냥 손으로 닦아주는 정도구요.
사실 저는 외관 관리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트럼펫을 한번 꺼냈다 넣을 때마다 융으로 닦아주고 관 청소해주고 하지는 않습니다만... 리드파이프(+튜닝슬라이드) 같은 경우는 잔여물이 쉽게 쌓이기 때문에 자주 청소해주는 것도 괜찮으며, 밸브도 급할 때에는 간편하게 청소해주기도 합니다. 내부 청소를 좀더 자주, 일상적으로 해주고 싶은 분들은 HERCO의 스핏볼도 괜찮은 옵션이 될 것이며, 가방이나 장농 등에 보관 시 3M 탭스를 써서 산화를 늦춰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요번에 플루겔혼을 씻기면서 밸브 캡 얘기를 좀 해야겠다 했는데, 분량 상 한번 끊고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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