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을 쓰거나 거래를 하다보면 피스톤이 마모된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밸브 부분은 나팔의 생명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고, 제작에 쓰이는 기술 자체는 특별한 것이 아닌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것이라고 하는 데도, 한번 상하고 나면 손쓸 도리가 없이 나팔을 버려야 한다고 하죠.
금관악기는 간단히 보면 하나의 관(管)을 만드는 것 뿐인지라 구조상으로는 별 것 없어보이지만, 굉장한 정밀함을 요구하지요. 피스톤과 밸브 간의 갭 허용치는 보통 0.0005~0.0015 인치, 즉 0.013 ~ 0.038 mm 사이라고 합니다. 0.04 mm에 가까워지면 재도금이 필요하다고 하죠. 한국에서 보통 피스톤에 문제, 즉 편마모가 있을 시에 하는 작업은 ~ '밸런스를 잡아준다'던가, 이름이야 어쨌든 ~ 보통은 미세하게 피스톤 표면 내지는 밸브 안쪽을 갈아내서 피스톤과 밸브가 곧게 정렬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즉, 갭은 커지는 것이지요.
※ 팁 하나를 드리자면 자기 나팔의 피스톤과 밸브 사이의 갭이 전반적으로 어떤지 확인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피스톤을 살짝만 빼서 가볍게 (최대한 가볍게!) 움직여보면, 갭이 큰 경우는 좌우로 흔들거나 할때 덜렁덜렁거리는 폭이 큽니다. 갭이 타이트한 경우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죠.
그런데 미국에 나팔을 보내면 이런 밸브와 피스톤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보통 'Valve job (밸브 잡)'이라고 하는데, 악기들의 도금으로 유명한 앤더슨 실버 플레이팅 (Anderson Silver Plating) 에서 이 작업이 가능합니다. 닥터 밸브 (Dr Valve) 나 찰리 멜크 등에서도 이런 작업들을 하는데, 이곳들에서도 기본적인 재도금 자체는 앤더슨 쪽에 보냈다가 다시 받아 작업하는 곳이 많은 듯 합니다. 제 칼리키오 나팔 하나도 2~3년 전에 이곳에 보내서 서비스를 받고 왔는데,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지금도 만져보시는 분들은 '밸브가 어쩜 이러냐'며 감탄하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
※ 2018년 8월 부로 앤더슨에서는 이 작업을 하던 분이 은퇴하시고, 후진 선출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아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단 재조정 작업을 그만두긴 했어도, 새로 위에 씌워주는 작업 자체는 다른 수리점에서 위탁하면 해주는 듯 합니다.
작업 절차와 가격 등
당연한 얘기지만, 나팔을 보내기 전에 충분히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사전문의를 해서 조율을 해야 합니다. 업체마다 다를 수는 있는데 제 경우는 6~8주가 걸린다고 했으니, 좀 느긋하게 생각하고 보내셔야 합니다. 서양, 특히 미국 사람들의 경우 법적 문제가 염려되어 그런지, 보통 시간을 좀 더 여유있게 알려주는 편이긴 합니다만... 저는 앤더슨으로 보낸 뒤에 다시 받는 데까지 6주 정도 걸렸습니다. 실제 작업은 한달 안으로 마친 거지요.
그동안 가격이 조금 올랐을지도 모릅니다만, 제가 보냈을 당시 (2016) 가격은 밸브 하나당 $106.50 x 3 = $319.50 이었구요, 여기에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앤더슨 같은 경우 미리 얘기해두지 않으면 피스톤의 구멍들 내경까지 싸그리 도금해버립니다. 보통은 이 구멍들을 막고 도금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명확히 언급을 하시고 ('ports plugged / shielded') 이에 따른 추가요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40 을 추가로 내고 (도합 $360), 다시 되돌려받는 데에 배송비가 $90 정도 들었습니다. 제가 했을 때의 예시일 뿐이니 각각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특별한 문제가 아닌 경우는 대략 이 정도 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으로 보내는 값까지 생각하면 약 60만원 전후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 악기를 수리 용도로 해외로 보냈다가 다시 돌려받을 때에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송장(invoice)나 배송장 등에 명시가 되어있어야 하며, 제 경험상 해당 물건을 해외로 내보냈는지 기록도 조회해보는 듯 합니다.
다른 곳들 (가격 등은 작성 시점 기준)
- 정말로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닥터 밸브 (Dr Valve) 를 추천해드립니다. (홈페이지 링크)
쉴케(Schilke)에서 오랫동안 이쪽 분야의 작업을 해왔던 스티브 위난스 (Steve Winans) 씨가 나와서 차린 곳인데, 업계 최고로 인정받는 듯 합니다. 다른 추가적인 복원이나 수리도 물론 하구요, 가격은 아예 홈페이지에 써놨습니다만... 역시 최고급인지 싸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밸브 작업비가 $545 입니다. 구멍을 막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으면 $425 이구요.
- 여타 복원이나 커스텀 작업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찰리 멜크 (Charlie's Brass Works) 도 추천할만 합니다. (홈페이지 링크)
가격도 중간인 $475 이구요, 전반적으로 수리나 복원, 커스텀 작업 관련해서 평판이 좋은 곳입니다.
구멍을 막고 진행하는 밸브 복원 서비스를 기준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배송비 미포함)
|
앤더슨 실버 플레이팅 |
찰리 멜크 |
닥터 밸브 |
가격 |
약 $360 |
$475 |
$545 |
밸브 얼라인먼트 |
X (아마도) |
$125 |
$190 |
기타 복원/수리 작업 |
X |
가능 |
가능 |
특이사항 / 서비스 |
도금 전문 업체 |
커스텀 작업 가능 |
악기 가치 감평 서비스 ($50) |
2019.03.27 추가:
앤더슨 실버 플레이팅에서는 2018년 8월부터 피스톤 수리 (Piston refit) 부서를 닫았다고 합니다. 30년간 근무해온 기술자 분이 은퇴하시면서 수리 품질을 만족스럽게 유지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다른 쪽에서 듣기로는 산하의 다른 기술자들을 훈련시켜보았으나 숙련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다시 맞추는 작업을 하지 않는 것 뿐이고, 피스톤 / 밸브 도금작업 자체는 여전히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닥터 밸브, 찰리 멜크 등 다른 기술자 분들께 맡겨야 할 것 같네요.
그 외에 다른 분들도 계십니다. 오벌로나 조쉬 랜드레스 같은 경우는 직접 혹은 근방에서 도금처리도 하시고, 모두 평판이 좋으시네요:
- 오스문 뮤직 / 짐 벡커 (Jim Becker at Osmun Music) (매사추세스)
- 오벌로 관악사 / 댄 오벌로 (Dan Oberloh) (시애틀)
- 조쉬 랜드레스 브라스 (Josh Landress)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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