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놈과 튜너기... 음악을 익히려는 사람들에게는 평생 함께 가는 필수품입니다.
가끔씩 가르쳐(?)드리는 초보분이 계신데, 튜너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셔서 잠깐 생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종류도 참 많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악기 전반에 걸친 피치/음정을 한번 잡고 시작하는 개념으로 초반에 한번 정도 음정을 잡아주는 것 정도 외에는 튜닝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입니다. 이유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연 배음과 현대적인 음정
《EBS 다큐프라임 -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는가》 에서
2:14초쯤부터 나오는 설명대로, 자연 배음에 따라서 정리가 되는 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음정을 그대로 쓰면 음들 간의 간격이 완전히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조옮김을 하면 상대음정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거죠. 그래서 이 음정들 간의 간격을 일정하게 맞춘 것이 현대의 음정입니다.
트럼펫의 경우는 밸브 때문에 더욱 더 음정이 안맞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자연적인 배음을 사용하는 악기들은 음정이 미세하게 어긋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2: 기온과 날씨 등에 따른 변화
더불어, 어쿠스틱한 - 즉 자연 악기는 날씨나 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금관은 날이 추우면 음정이 낮고, 더우면 높습니다만, 추운 날에 연주하면서 악기에 온기가 퍼지면 극초반보다는 음정이 어느정도 상승하게 됩니다. 현악기의 경우는 줄을 감아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줄의 장력이 변하거나 목 (넥) 부분이 휘거나 하면서 음정이 변하기도 하죠.
트럼펫의 경우:
1번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트럼펫은 태생적으로 음정이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음정이 어떤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어느정도 공통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정리해놓은 것들을 몇가지만 링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테네시 차타누가 대학: https://www.utc.edu/faculty/erika-schafer/musiceducatorresources/tuning.php
- 몬로비아 고교: http://www.monroviamusic.org/MonroviaMusic/Resources_files/trumpetfingeringchart.pdf
- Mrbell.com: http://www.mrbell.com/instruments/trumpet-intonation.php
요약하자면, 보통 슬라이드로 음정을 맞추는 1옥타브 도#, 레를 제외하고도, 음정이나 음역마다 높거나 낮거나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기본 운지에 따른 음정입니다.
- 1옥타브 미라 (1+2 운지) → 높음
- 2옥타브 도#~미 → 낮음
- 2옥타브 파 부터 위쪽 → 높음
추가적으로 1옥타브 도와 솔은 약간 높기 쉬우며, 1옥타브 도 아래쪽 음들은 보통 조금 낮습니다. 여기에 일일이 다 적지는 않겠지만, 대략 이런 식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각 음마다 음정을 정확히 맞추려고 혈안이 되어서 튜너기를 보고 의식적으로 조절을 하다 보면, 연주가 흐트러진다는 점입니다. 긴장을 한다거나, 호흡이 뜬다거나... 온전히 연주와 소리에 신경을 못쓰고 서서히 몸이 굳어가기 십상입니다.
무엇이 중헌디?
궁극적으로 왜 튜너기를 - 잠깐 체크해보는 용도 이외에는 - 잘 안쓰냐면,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귀 훈련이 필수, 필연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12조로 스케일 연습을 매일 한다던가 하다보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귀가 음정에 예민해집니다. 다른 사람 / 악기들과 합주할 때에 각자 튜너기를 보면서 음정을 맞출까요? 아니죠. 옆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서 거기에 맞게 연주를 합니다.
단순히 음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코드를 듣는 귀, 타이밍 등... 귀를 훈련시키는게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트럼펫의 경우는 탁 꽂히는 느낌(슬롯)이나 울림의 느낌에 따라 내가 소리를 맞게 내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악기들과 맞춰볼 때 처음 한번 잡아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중요: 튜너에 음정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워밍업이 된 상태에서 편하게 불었을 때의 음정이 어떤지를 보고 튜닝슬라이드로 맞춰야 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연주를 하면서 본인이 듣고 판단할 수 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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