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존 두다씨에게서 답장을 받은 것이 한달 반 가량이 되었습니다.
기다리다 못해서 연고가 있는 툴사 밴드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 우선 혹시나 한국에서 5달쯤 전에 보낸 나팔이 도착했냐고 물어보고 이름을 알려주니까 알아보겠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헬로, 디스 이즈 존"
순간 으잉? 싶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존 두다씨 목소리가 너무 털털하셔서...
일단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참 난감하시겠다 싶더군요. 많은 이야기를 정말 격의없이 해주셨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랄까요? 사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조금 간략하게 추리자면...
일단 건강 상태나 당장의 재정적 형편은 많이 안좋으신 것 같더군요. 받아낼 돈이 묶여있는데 오랫동안 상당히 난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그것 때문에 형편이 어려웠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뭔가 좀 될 모양인가 봅니다. (안되면 저도 난감해집니다. 제발 좀 풀리시길... ㅜㅠ)
여담으로 "이 나라(미국)에는 사기꾼들이 많으니까" 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같이 고위직 사람들 감방에 집어넣고 있으니까 잘 되지 않겠냐고 웃으시는데 참.... ㅋㅋㅋ 그런 뉴스는 못들어본거 같다고 했더니, 자기네들도 채널 두 군데 정도만 빼면 다 가짜뉴스라고 웃으시더군요.
무슨 일이 있으면 그리로 (툴사 밴드로) 전화 주라고 하셨으니 그나마 연락할 곳은 있어서 마음이 좀 놓입니다만... 아직도 캔자스에 있는 공방에 가보질 못했다고 하시네요.
향후에는 콜로라도로 이전하실 거 같다고 하시는데 작업 환경이 되시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와서 나팔 제작을 가르쳐달라는 곳도 있기는 하다는데 수지가 안맞아서 (받는 수업료보다 체류비가 더 나온다고...;) 어쩌실런지... 칼리키오 인수는 예전 헐리우드 시절에 이어서 하던 도미닉 칼리키오의 손자 크리스 씨에게 물어봤는데 관심 없어하시고, 오랜 베슨 수집가 분이 관심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예전에 마씬키위츠 쪽에 있다 나오신 얘기도 재미나게 해주셨는데... 조 마씬키위츠 씨와는 정말 가까운 친구라고 합니다. 티격태격하지만 형제처럼 친하다고 하네요.
제가 문의한 새 나팔 제작은... 아마 옛날에 만들어놓은 밸브가 하나 정도 남아있는 걸로 기억한다고 하십니다. 새 나팔 제작을 원하는 사람이 두어명 더 있는데 그 사람들은 물리고 제것 하나 만들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오오 감동 오오... ;ㅅ; 예전에도 밸브 재료가 떨어졌을 때 다른 제조사의 밸브를 가져다 조합해서 만들어볼까 했는데 제대로 맞는게 없었다고 (제 기억이 맞으면 피스톤 재료가 떨어져서 상당히 오랫동안 주문들이 밀린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남은 밸브가 없으면 중고를 하나 구해다가 떼서 쓰자고 하시더군요. 나팔 잃어버린 것도 있고 하니 가격도 좀 깎아주시겠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남아있는 밸브는 대체로 품질관리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헐리우드 시절에 만들어진 거라서 제가 조금 불안하다고 그랬었는데, 아직 구멍뚫기(honing...인데 이걸 뭐라고 해야할지; 타공?) 작업이 안되어있고 피스톤도 만들어지지 않은 거라서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그 부분 때문에 문제가 됐던 거라구요.
유선상으로 실제 이야기를 나눠보니 새삼 자유롭고 서글서글하다는 인상이 많이 다가왔습니다. 반면 이 정도 수준의 장인이 - 물론 본인 스스로 자초한 것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 이렇게 현실 / 경제적으로 어려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조금은 착잡하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도 올해가 참 힘든 해라서 더욱 더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두다 씨도 일들이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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