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다시 마우스피스들을 좀 알아보고 있는데, 로터스에 생겼던 관심이 AR 레조넌스로 옮겨져서, 사장님인 토니(안토니오)와 이메일로 얘기를 잠깐 주고 받고 일단 MC40 톱과 40M Classical 백보어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7월의 마지막 날에 마우스피스가 도착!
AR 레조넌스의 마우스피스 작명법은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MC40 톱의 경우: M 사이즈 림 - C 컵 - 4.0mm 스로트 (미국 기준 약 #21 크기)
40MC 백보어: 4.0mm 스로트 - M 사이즈 - Classical (클래시컬)
즉 순서대로 림-컵-스로트 / 스로트-백보어 크기 표기입니다. 백보어의 클래시컬 옵션은 내경에서 일직선 (실린더형) 구간이 좀 더 긴 형태입니다. 불 때 좀더 열려있고 직선적인 느낌인데 저는 약간 이런 쪽이 더 취향인 것 같네요. 반대 예시는 피켓의 #10 시리즈 백보어인데, 이 경우 스로트를 나와 백보어가 시작하는 부분에서 조금 더 둥그렇게 되어있는 스타일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그 쪽에서 좀 더 동글동글하게 소리나 반응이 모아지는 느낌이 있는데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 저는 좀 직관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지라... 참고로 이 클래시컬 옵션은 M 과 L 사이즈 백보어에서만 선택 가능합니다.
불어보니 확실히 독특합니다. 메커니즘이나 디자인 컨셉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AR 측에서 홍보하는 '자연스럽다'는 수식어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알 수 있겠더군요. 그냥 후 하고 바람 불듯 숨이 불리고, 소리 측면에서도 거기에서 오는 통 공명 ~ 꽉찬 배음 느낌의 공명이 아닌, 릴랙스하고 오픈된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관의 울림 ~ 이 활성화되는 인상입니다 (참조).
다만, 워낙에 기존 마우스피스 디자인보다 스로트 구멍이 큰지라, 처음에는 숨이 너무 빠져서 오히려 답답하게 불린다는 느낌이 올 수도 있습니다 (폐가 기존에 하던 것보다 서포트를 더 해줘야 하다보니 일어나는 현상). 이런 부분은 브레슬마이어와도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인데... 농담이 아니라, 이거 플루겔혼 부는것보다 더 나가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림도 참 독특한데, 라운드 형이긴 합니다만 곡선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굉장히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딱히 너비가 넓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림 곡선이 참 신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크기 면에서 아차차... 약간의 재조정이 필요하겠더군요.
C컵은 제 취향에는 좀 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건 어느 정도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런데 림이 M 사이즈가 바하 3이랑 비슷하다고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5~7 정도 느낌이더군요. 이번에 좀 느낀 점이 있었는데, 이 림 크기의 기준을 어디다 둘 건지가 사람마다 다르구나 싶더군요. 저는 림이 입술에 닿는 느낌으로 사이즈를 생각하는 경향이 더 컸는데, 림의 하이포인트와 외경 보다는 림 안쪽에 입술이 얼마나 들어가고 어떻게 물리냐에 따라서 림 크기를 판단하는 분들도 많으신 듯 합니다. 실제로 림 크기에 보통 쓰이는 수치는 후자인 [림 내경 / 컵 외경] 이고, 바하의 경우 이 안쪽 사이즈는 똑같은데 림의 곡선만 바꿔서 사이즈를 구분해 판매하는걸 보면 전자의 경우에 해당되니, 양쪽 다 말은 된다 싶습니다만...^^
로터스에서 기본적인 디자인을 AR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컨데, 이 M 사이즈가 3, ML 사이즈가 로터스의 2 사이즈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중고장터에서 로터스 마우스피스를 중고로 구입할까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판매자 분이 '2도 바하 3 사이즈랑 비슷하다'고 하신 게 이 뜻이었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불어보는게 뭔가 재미있더군요. 소리도 그 선선하고 공기감이 느껴지는게 좋고. 하지만 사이즈가 안맞는 부분은 너무 명확했던 지라, 며칠 불어보다가 큰 맘 먹고 톱과 백보어를 두가지 더 시켜봤습니다. (비쌉니다... ㅜㅠ)
톱은 ML/C 와 ML/D, 백보어는 M 과 S를 시켜 보았는데, 이 중 S 백보어는 니켈 실버 재질로 된 것으로 시켜 보았습니다. S는 일반적인 브론즈 재질이 품절된 상황이었고, XS도 호평이 많아서 굉장히 고민 되었는데... 이건 뭐, 어차피 불어봐야 아는 것이라 그냥 감으로 찍어야지요...😅
AR의 백보어와 관련해서 한가지 좀 흥미롭게 읽은 것은 일본의 어느 웹사이트였는데, 여기에서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S 보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M 클래시컬 보어를 선호하고, M 보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L 클래시컬 보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불어보니, 저는 이 말이 맞더군요.
M 보어가 ~ 좀 더 테스트해볼 여지는 있겠지만~ 불다보면 신기한 것이 처음엔 괜찮은데, 계속 불수록 뭔가... '채운다'는 느낌을 약간 종잡기 힘든? 그런게 있더라구요. 칼리키오의 2 리드파이프가 예전에 '억지로 불면 쿠션에다가 대고 계속 미는 것 같은 꼴이 된다' 라는 평을 어디서 봤는데, 딱 그런 느낌입니다. 반면 S나 M-클래식 보어들은 그런 느낌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거든요. 이건 아무래도 개인차가 있겠지요.
S 백보어는 피켓의 3번 백보어 느낌인데, 좀더 밀도 높게 포커싱된 느낌을 줍니다.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 보니, 지금 있는 조합들 중에서는 MLD + M클래식 보어 조합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소리의 사이즈(?)가 생각보다도 두텁고 풍성하다는 느낌이 좀 들어서... 좀 더 다른 피스들도 찾아볼 생각입니다. AR에서는 나중에 M클래식 백보어를 니켈실버 재질로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가격이 비싼 편인데다가 메커니즘 / 컨셉이 상당히 다르고, 옵션도 다양한 편이라 섣불리 도전해보기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시드니에는 최근에 공식 딜러가 생겨서, 다음에 마음 내키면 한번 찾아가 볼만 하겠구나 싶은데... 한국에서는 아직 공식 딜러가 없는거 같아서, 딱 맞는 모델을 찾으려면 어느정도 투자는 감안하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 그나마 미국 쪽에서는 한창 사람들이 많이 시도해보고 있어서 중고로도 매물들이 간간이 나오는 편이니, 그 쪽을 알아보시는 방법도...?
그리고 어제, 이것보다 더 비싼 피스들 두개가 도착했는데... 어휴, 지출이 너무 커져서 ㅜㅠ 제발 좋기를 바래봅니다. 일단은 테스트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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