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커스텀 브라스 (ACB) 에서 전부터 계속 사고 싶었던 H3S와, 한번씩 생각이 나던 MV3C를 다시 구입했습니다. 2월 24일에 수령했으니 이제 한달이 좀 더 지났네요.
H3S는 트렌트 오스틴이 조이 디프렌체스코 (Joey DeFrencesco) 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마일즈 데이비스가 쓰던 하임 (Heim)製 마우스피스를 토대로 살짝 개량을 가한 버전입니다. 기본적으로 카피 피스인 ACB H2나 오리지널보다 이 쪽이 낫다고 하는 의견들이 많이 보여서 줄곧 써보고 싶었던 모델인데, ACB 특유의 블랭크 디자인보다는 오리지널 하임 블랭크를 스탠다드로 둔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고, 깊은 V컵과 넓은 쓰로트 + 백보어와 균형을 잡기 위해 상당히 짤막하게 만들어진 것도 인상적입니다.
※ 하임 마우스피스는 사실 마일즈 데이비스 뿐 아니라 로이 하그로브나 엔리코 라바 등 내로라하는 재즈 주자들도 애용한 피스이긴 합니다. 클로드 고든이나 해리 제임스 등 그 외의 분들도 많이 썼구요. 애초에 피스의 시조격인 구스타브 하임이나, 오리지널 피스를 마일즈에게 건네준 스승 조셉 구스타트는 클래시컬 주자들이었습니다.
(구조가 꽤 비슷한) 모넷을 불다가 옮겨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부는 느낌이 유별나진 않습니다. 트렌트 오스틴은 효율이 좋으니 겁내지 말라고 항상 이야기하는데, 꽤 공감이 갑니다.
수년 전에 이것보다 좀 더 큰 ACB 3CV를 불었던 기억이 나는데, 기본적으로 내측 디자인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단순 크기 차이만은 아닌 듯한 느낌이 듭니다. 3CV 쪽이 상대적으로 더 깊고 두터운 소리를 내 주고, H3S의 경우 어둡거나 무겁지는 않은, 더 가벼운 느낌입니다. 3CV가 두터운 모피라면 H3S는 따사롭지만 산뜻한 봄날같다고 해야할까요.
이 영상을 보고 '아 좋다' 싶었는데 (11:11부터가 H3S 연주 - 타이밍은 맞춰놓았습니다) 전후의 다른 피스들과 비교해보시면 느낌 차이를 아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당한 단어를 찾기 힘들지만 항상 산뜻하게 열려있는 듯한 느낌이 있는 피스인데, 음의 연결이 물흐르듯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블로잉과 톤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해야 하나... 마우스피스 디자인의 모든 것이 결국 제로섬이라면, 개인적인 취향에는 밸런스를 정말 잘 잡은 피스라고 생각이 듭니다. 칼리키오 R29이나 모넷 피스 등에서 느껴지는, 숨이 부드럽게 수욱 빠지는 느낌이 좋은걸 보면 저는 에어컬럼(공기 기둥)이 두텁고 수월하게 빠지는 (= 저항이 덜한) 스타일을 좋아하나... 싶기도 하네요. (그런데 또 칼리키오 7 파이프나 옌스 린더만 피스같은 걸 보면 저항이 있는 스타일은 또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기도 하고... 아마 그때그때 추구하는 소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하하.)
결론은, 요 근래에는 계속 이 피스로 불고 있습니다. 톤이나 블로잉이나 제 취향 / 마음에 쏙 들어서...^^ 풍성하고 허스키한 스타일을 찾는 분이시라면 요 H3S와 ACB의 CV 컵 모델은 한번 써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동사의 TA-1 역시도 몽글몽글한데, 림이 좀 더 플랫 + 각지고 소리가 조금 더 모여있는 스타일입니다 (= 클락 테리). 단, 개인적으로 느낀 ACB 피스들의 한가지 단점이라면 어딘지 모르게 입술을 딱 잡는 스타일이라는거...🤔 모델이 워낙 다양해서 일반화를 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그리고 제가 고른 피스들은) 약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트가 또렷한 편이지 않을까 싶은데, 또 어떤 분들에게는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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