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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마우스피스

근황토크, 그리고 마우스피스 변경에 대한 소고(小考)

by J.5 2020. 12. 25.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사실은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캐롤을 한곡 녹음하려고 했습니다만, 대차게 망했습니다 ㅜㅠ 솔로를 구상하고 녹음할 여건이 도저히 안되더군요. 원래는 늦어도 한 1주일 전까지는 마쳤어야 하는데... 미련이 남아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붙들고 있다가, 결국 어제오늘 현타+멘붕이 왔습니다.

 

무려 강남 거리가 을씨년스러운 크리스마스라니... 뭐라 말하기 힘든 기분입니다. 그저 멍하니 와아... 하게 된달까요? 여러 분들도 이래저래 감회(?)가 새로운 크리스마스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저도 비대면 수업이란 것을 경험해보고 있는데, 이게 좋은 점은 나름 꽤 좋더군요? 예체능 계열은 아무리 그래도 직접 옆에서 봐주는 것이 더 좋겠지만, 체험이 중요하지 않은 과목들은 오히려 비대면이 더 나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소위 '학창시절'의 즐거움 같은 것도 이제 옛말이 되겠지만...^^ 당장 아침 준비+통근 시간이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근 3시간씩을 아낀다는 건 커다란 메리트입니다.


나팔 이야기

이 녀석, 예쁘지 않나요? 뉴욕에 중고로 올라왔던 칼리키오 R3/7r 입니다. 이걸 두고 고민을 굉장히 했습니다. 결국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지 고심하던 2~3주간 사이에 놓쳐버렸네요.

 

칼리키오 R2/9을 계속 불고 있는데, 이게 다 좋은데 호흡을 살짝 많이 먹습니다. 적은 호흡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컴팩트한 성향인 7번 리드파이프가 생각나서 2%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구요. 워밍업때 7번 파이프를 따로 불다가 한번씩 갈아껴서 불기도 하기 때문에 생각도 더 나구요.

 

R2/7, R3/7을 경험해보면서 든 생각이 7번 파이프는 레드브라스(R) 벨하고는 ~ 제 취향에는 ~ 잘 안어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7번 파이프 특유의 집중적인 성향이 레드브라스 특성이랑 맞물려서 진동을 억누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렇게 리버스 리드파이프에 라운드 튜닝슬라이드를 붙인 걸 보니 마음이 동하더군요.

 

보통 이런 리버스 셋업은 호흡이 매끄럽게 빠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는 호흡 저항보다는 벨 브레이스가 뒤쪽으로 당겨지면서 음정과 벨 울림에서의 차이가 더 크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이 점에서 기존 레드브라스 벨 + 7번 리드파이프 조합의 단점을 상쇄할만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 존 두다 어르신께 타닥타닥 이메일을...!

 

그렇게 리버스 디자인으로 5번과 7번 리드파이프를 시키고, 추가로 튜닝슬라이드를 일반적인 D형 슬라이드와 위 사진같은 라운드 슬라이드 형으로 하나씩 - 총 리드파이프 2개 + 튜닝 슬라이드 2개를 주문했습니다. 다음 주에 도착하면 들고 또 스노우 뮤직으로 부랴부랴 가봐야겠습니다. 하하...^^


마우스피스 이야기

야잇~ 다 때려쳐!!

GR에서 받은 커스텀 피스를 한동안 불다가, 어느 날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한동안 잘 불리던 것이 언젠가부터 스멀스멀, 한번씩 감이 흐트러지곤 하더니, 한번 과음을 하고 나서는 근 일주일 동안이나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그 후, 하루는 녹음할 생각을 해 보니, 정해진 날에 ~컨디션 조정을 하루 이틀 전부터 해도~ 이 피스가 내가 원하는대로 반응해줄지 도저히 자신이 없는 겁니다. 지금이야 취미삼아 하는 일이니 어쩌다 컨디션 좋을 때 녹음하면 장땡이라 쳐도, 내가 일정이 빠듯하다? 혹은 연주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 나는 GR은 e림 아니면 못써먹겠다... ㅜㅠ'

*주) GR 욕이 아니라 제가 GR의 다른 림들과는 도저히 안맞는다는 얘기입니다.

 

나팔이든 마우스피스든 결국은 등가교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극한의 배음과 반응, 컨트롤이라는 GR 피스 특유의 장점을 안정감과 맞바꾸기 위해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으니,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되었지요.

 

그런데 인정하면 편해진다고, 마음을 비우고 다른 피스들을 둘러보다 보니 생각이 맑아지는 부분이 있더군요. 그동안 계속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주법이 점차 바뀐 덕도 있을 것입니다만... 약간 마우스피스에 대한 입장을 리셋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아 명언...!

사실 플랫한 성향의 림이 저한테 편하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근데 뭐가 싫었던 걸까 생각해보니, 외경이나 림 두께가 너무 넓은 것은 또 답답하더군요. 너무 납작하거나 넓으면 연주와 음색에서의 유연성도 약간 잡히는 느낌이 들고... 단순히 '둥글다, 플랫하다, 넓다' 같은 것은 단순화한 표현이지만, 요컨데 결국은 림 곡선이 ~ 특히 고점부터 외경까지 ~ 입술과 치아(※)의 어느 지점에 어떻게 걸리는지가 개개인의 림 매칭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 린 니콜슨 옹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우스피스 위치를 두고 입술이 아닌 이빨에 걸쳐보면 안다고 하더군요. 해보고 상당히 오호~ 했던 말씀이었습니다.

 

GR을 쓰면서 가장 고전하던 부분인 '안정감'을 중점으로 다른 피스들을 돌아보았는데, 저한테 둥그런 성향의 림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면, 반대로 암부셔가 정신을 차리게(!?) 해 주는 피스들도 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워버튼 5림과 해몬드 6 림이었어요. 제가 느끼기에, 이런 '림 느낌'에서 비롯되는 악순환과 선순환은 방향만 반대일 뿐 그 기제는 똑같습니다.

 

악순환
갖다 대면 잘 댄건지 신경이 쓰인다 (뭔가 낯섬/불편)

입술 조정 → 긴장의 시작

호흡이 얕음/막힘/불편

호흡의 부족함을 근육/입술로 커버하려 함

긴장과 주법 악화가 더욱 심해짐

습관화 (더 금방, 더 손쉽게 이 상태로 회귀)
선순환
대충 갖다 대면 림에 신경이 안 쓰인다

입술에 신경 X → 자동적으로 릴랙스

편한/깊은/열린 호흡

모든 것들이 알아서 제 자리로

편하게 불린다는 것을 몸이 받아들이며 더 편해짐

습관화 (더 금방, 더 손쉽게 이 상태로 회귀)

그리고 이런 피스들로 하루종일 불 필요도 없습니다. 잠깐씩 테스트해보면서 감만 잡고 넘어가도 됩니다.

 

해몬드 6림(左)과 워버튼 5림(右). 둘이 똑같지는 않지만, 성향은 납작한 편이다.

림 곡선이 정말 마음에 드는 브레슬마이어 TP1 피스의 경우, 저에게 또다른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아... 내경이 .640에 가까워지면 너무 작구나.'

적어도 지금의 주법에서는, 그렇습니다. 이걸 내 주법은 고정하고서 피스들을 번갈아 테스트를 해보다 보면 확실히 알겠더군요. 특히 고음이나 저음에서 입술이 피스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혹은 적응하려고 애쓰다 실패하는지~ 를 보면... 마우스피스 격언 중에 '연주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사이즈로 연주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뒤쪽의 '가장 작은 사이즈'보다는 앞쪽 전제인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지' 여부가 훨씬 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이것이 대략 (통례적인 기준으로) .645~.648 정도의 내경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적응하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 같기는 합니다. 

 

결국 최근의 메인피스로 낙점된 녀석은, 우연히 구입했다가 잠깐 테스트 정도만 해보고서 '흐음... 괜찮은거 같긴 한데 뭔가가 좀...??? 🤔'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적당한 때에 처분하려고 묻어뒀던....

 

피켓의 옌스 스페셜 (Jens Special) 탑 + #2/27 백보어 조합 되겠습니다.

이런걸 보면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 앞일 어찌될지 모른다더니...😂

 

취향적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뭔가 극적인 것을 추구하다가 이제는 어느정도 무던하고 무난한... 중도적인 것을 찾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우스피스 변경에 관해서

블로그 손님과 이야기 나누던 중에, 이런 얘기를 드리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있어서 같이 적어봅니다:

 

마우스피스 여행을 하다보면 몸이 그 피스에 맞춰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첫인상만 가지고 피스를 100%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 그 첫인상이 기존에 불던대로 불었을 때에는 잘 불렸는데, 그 피스에 몸이 맞춰지면서 또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참 요상하죠...^^

 

사람은 그때그때 항시 똑같을 수가 없으니, 어쩌면 첫 날만 우연히 그 피스가 잘 불렸거나 안 불렸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방금 얘기한 제 사례처럼 주자 본인의 부는 컨셉이나 마우스피스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본인은 똑같이 한다고 하는데 그날 그날의 컨디션이나 연습 내용 등에 따라 본인의 상태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트럼펫 연주 능력에 있어서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데 '일관성'이란 항목이 사실은 어마무시한 부분입니다.) 충분히 걸어볼만한 피스다 싶으면, 그만큼 공과 시간을 들여보시길...!

 

피스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한가지를 마지막으로 언급하자면, 기대치가 높은 새 피스를 받고 '이건 좋은 피스인데, 내가 지금까지 다른 피스를 불었으니 조심스럽게 살살 친숙해지자' 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 날은, 생각이나 집중을 하지 않고 그냥 불거나, 그날의 루틴이나 소리내기에 급급한 날들보다 훨씬 잘 불릴 확률이 높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피스 적응 뿐만 아니라, 일관적인 연주력 유지와 워밍업 방법에 대한 좋은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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