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번역을 하나 하다가 듀얼모니터 중 하나가 숨이 넘어가고 있어서 중단 중입니다. 새 모니터가 오늘 오후에 도착할 거 같으니 오래 남지는 않았지만... 미루다가 리뷰하지 않고 넘어가는, 줄줄 새는 것들이 은근히 많구나 싶어서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써 봅니다.
커스텀 마우스피스에 관해서 다음 글을 써볼까 싶다가도, 뭔가 좀 더 쌓이면 쓰자는 생각이 동시에 들다보니, 마우스피스 관련한 포스팅이 거의 올스탑 된거 같습니다.
독일에서 수학하신 시향 선생님 덕분에 틈틈이 브레슬마이어 피스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접할 때마다 고유하게 느껴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부드럽고 풍성한, 목가적인 소리
- 비슷하게 편안한 느낌
- 만듦새가 뛰어나지만 스스로를 뽐내지 않는 듯한... 겸손한 기품
- 호흡반응이 뭔가 다르다 - 호흡을 많이 먹는다고 할까, 호흡 인풋에 대한 반응이 좀 무르다고 할까... 두 가지 팩터가 있는데, 하나는 브레슬마이어의 톤이 익숙치 않으면 톤을 만드려다 보니 힘이 들어갈 수 있고, 또 하나는 온전히 편한 숨을 쓰지 않으면 조여진 호흡으로는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
브랜드적으로는 참 좋게 느껴졌지만, 음색이나 호흡반응이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것 같아 그동안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곳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연주와 주법 등에 대한 생각을 계속 다지고 나니, 다시 보이는 부분이 있더군요.
음색과 전반적인 느낌에 대한 차이는, 이 회사가 타겟으로 삼는 악기가 피스톤 밸브가 아닌 로터리 트럼펫에 있다는 것으로 많은 부분 납득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부탁받아서 주문한 TP1과 BV 시리즈는, 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피스톤 트럼펫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들 되겠습니다. (TP1은 겸용, BV는 전용) 어찌보면 좀 황당하기도 합니다^^; 이제서야? 물론 기본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지만... 다만 이 회사에서 TP1이나 BV 시리즈를 밝은 편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 기준이 어떤지를 알 수 있지요. 이 회사에서 추구하는 모델은 부드러운 림, 넉넉한 컵과 굵은 백보어에서 나오는, 아주 부드러우면서 풍성한 소리인 것 같습니다. 본사 소개에서도 강조하듯이 '비엔나 필하모닉'의 피가 진하게 느껴지죠.
규격면으로 살펴보면 TP1과 BV 모두 3.66mm, 미국식으로는 #27 쓰로트인 것이 눈에 띕니다. (위쪽 표의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보면 확 두드러지죠.) 수치 상 TP1의 사이즈는 BV4와 엇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불어본 바로는 림 곡선에 차이가 꽤 있습니다. TP1의 경우 워버튼 스타일의 플랫한 성향이지만 그렇게까지 넓지는 않고, 각지는 곳이 비교적 날카로운 편이긴 하지만 끄트머리에 약간의 곡선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BV의 경우엔 조금 더 둥그스럼한 편인데, 일반적인 (바하 3C) 림과 GR의 중간 정도이면서, 포근한 느낌입니다. 입에 착 달라붙는 것은 TP1이 좋으나, 반대로 유연성 면에서는 BV 림이 더 낫습니다. 이건 상호보완적인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톤 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BV 쪽이 조금 더 다층적인 느낌이 함축되어 있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이걸 영어로 complexity로 표현하는데 우리 말로는 뭐라 해야할지 참...^^; 톤에 깊이가 있다고 하면 얼추 맞는데, 깊은 컵의 소리라고 혼동하기가 쉬운 것 같아서...;) TP1도 좋습니다! 최근에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고 내심 감탄했어요.
TP1은 브레슬마이어 사의 공식영상이 있지만 딱히 눈여겨 도움될만한 건 없는것 같고... BV의 경우 가게에서 만든 영상에 시연한 것이 있네요.
TP1 림의 경우 개인적으로 손에 꼽을만큼 마음에 들어서 요즈음 잡아보고 있는데, 약간 작은것 같아서 다음에 약간 넓혀줄 수 있겠냐고 얘기 중입니다. BV4도 예전에 시연만 잠깐 해봤는데 다음에 한번 주문해볼까 싶네요. 커스텀 피스하고도 이어지는 얘기입니다만, TP1 림을 쓸까 했었는데 소리도 괜찮다보니... '그럼 그냥 브레슬마이어에 림만 넓혀달라고 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어서...😅 나중에 TP1 림을 조금 넓혀서 BV 피스에 입혀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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