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트렌트 오스틴 씨의 오스틴 커스텀 브라스 (ACB) 마우스피스를 들이는것도 3번째가 되었습니다. 트렌트 오스틴 씨 본인의 시그너쳐 마우스피스로 처음 디자인된 제품인데요, 약간 작은 (바하 5~7) 림 사이즈에 따듯한 V컵이고,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딱 찾던 제품 같아 구입해 보았습니다.
ACB 사(社)가 가게를 보스턴에서 캔사스로 이전한다고 해서 마지막 날에 주문했는데 웬걸, 캔사스로 이전을 마치고 6월에나 보내준다고 해서 한달을 넘게 기다렸네요 ㅜㅠ ACB 측에서 따로 국제배송비를 받지 않아서 이게 웬일인가 싶었는데, USPS 퍼스트클래스 국제우편으로 보내주더군요. 이미 한바탕 고역을 치른 경험이 있어서 마음 좀 졸였습니다. 퍼스트클래스는 -이름과는 달리- USPS의 국제우편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제품입니다. 흠좀무하게도 이 서비스는 미국을 떠난 이후로 트랙킹(배송추적)이 안됩니다! 덜덜덜....
그래도 다행히 별다른 차질 없이 잘 도착하였고, 바쁜 와중에도 급하게 꺼내서 잠깐 불어보았습니다. 일단 포장은 잘 되어있더군요^^ 포장지도 이쁘고...
이 TA-1 피스에 대한 트렌트 오스틴의 설명을 간략하게 빌리자면, 하임(Gustat Heim) 사의 피스를 기반으로 만든 클락 테리 (Clark Terry) 옹의 마우스피스를 한층 더 개량한 피스가 되겠습니다. 개량의 내역은 1. 림을 조금 덜 평평하게 만들고, 2. 림 사이즈를 조금 키우고, 3. 컵과 보어 사이의 균형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컵에서 쓰로트로 들어가는 부분을 조금 다듬고, 4. 현대적인 입맛에 맞추어 백보어도 살짝 더 크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딱 꺼내들어보고 첫 인상은 '오우, 생각보다 깊은데?' 였습니다. 뭐랄까, 크다기 보다는... V 컵이 날카롭게 쑥 들어간다고 해야되나요. 마우스피스들 중에 코넷 정도의 음색을 추구하는 피스들 정도의 깊이감입니다. 두번째로 입에 대어보고 느낀 점은 림이 상당히 플랫한 느낌인데, 이것도 덜 평평하게 만든 거면 오리지널 피스가 얼마나 평평했을지... 림 넓이는 쓰여진 대로의 느낌이긴 하지만, 림 모양이나 넓이가 있어서 실제 내경보다는 그렇게 작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평평한 림을 좋아하기도 해서, 입에 닿는 느낌은 아주 괜찮습니다.
도착한 날에 지인에게 피스 자랑한다고 채팅하다가 한번 녹음해봐달라고 하셔서, 잠깐 집에서 불어보았습니다. 입술이 안 풀린 채로 녹음한 것이니 투박한 연주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냥 소리나 느낌 차이가 이렇구나 정도만 들어주세요. 거진 반년 정도 메인으로 써온 GR 사(社)의 G65M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1옥 도에서 반음씩 아래로 내려가면서 어택하는 음원입니다. 처음 입술 풀기와 발성 (호흡) 잡는 데에 좋은 연습이죠^^ 각 음마다 첫 음 / 왼쪽 음이 GR G65M, 따라오는 / 오른쪽 음이 ACB TA 1입니다. 따로 녹음하고 교차편집하였습니다. 살짝 어둡 / 따듯 / 퍼진다는 느낌 정도지요?
다음은 25초 가량의 미션 / 넬라 판타지아 도입부 연주입니다.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연주하려고 해 보았습니다.
|
|
개인적으로 연주하다가 웃은 점은, 와... 이거 진짜 클락 테리 피스 맞구나! 해서였습니다. 몽글몽글한 느낌이나, 코어의 두께와 밀도감, 잔향의 크기와 결의 느낌까지 클락 테리 옹의 그것과 빼다 박았더군요. 한 단어로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음~~ '폭신폭신' 정도일까요? 살짝 두툼한 감도 있으면서 폭신폭신한, 그리 크지 않은 베개같은 느낌입니다.
하임의 V컵이 효율이 좋은 걸로 유명하다던데, 오리지널 하임은 불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피스는 신기하게도 아~주 미세하게 컵이 한번 꺾이는 더블 컵이더군요. 처음 불어보고 나서 김 낀것 보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손가락 집어넣어서 만져보아도 잘 구분이 안갈 정도로 미세합니다. 또 한가지는 쓰로트가 작아서, 컵이 깊이 들어가는데도 효율이 상당히 괜찮은 느낌입니다.
왼쪽부터 프로브라스 (Pro-Brass) 5C, ACB TA 1, ACB 3CV | 순서대로 더 깊고 풍성한 느낌이 납니다. 3CV는 섕크가 짧네요. |
기존에 가지고 있는 피스들 중에도 이런 깊은 컵 / V컵 스타일의 피스가 두 가지 있는데, 둘이 차이가 좀 있는데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애매했거든요. 그런데 이 피스가 오고 나니까 '빠진 고리(missing link)'가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ACB 라인업에서 TA-1보다 깊은 피스가 좋으면 V컵 피스들로 넘어가면 됩니다. 이 V컵의 모델 역시 하임의 V컵입니다.)
트렌트 오스틴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1번 피스인 만큼, 매력과 기능이 좋은 밸런스를 이루고 있는 피스 같습니다. 클락 테리 옹의 느낌을 원하는 분에게는 뒤도 보지말고 그냥 사시라고 권장해드리고 싶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