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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마우스피스

마운트버논 3C의 계승자들 (feat. 칼 해몬드)

by J.5 2019. 10. 27.

트럼펫 마우스피스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은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가격의 높낮이로 모든 물건을 줄세울 수는 없지만, 가격이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제가 아는 가장 비싼 트럼펫 마우스피스는 바하의 마운트 버논 시절 (1953~1964)에 제작된 Mt. Vernon 제품들, 그 중에서도 3C 입니다.

방금 이베이에서 검색해본 마운트 버논 3C

이 시절의 3C는 지금보다 컵도, 림도 조금 더 크게 나오는 것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취향에는 조금 안맞을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지 한번쯤 써보고 싶어서 좀 알아보았습니다. 평소 부는 사이즈보다 살짝 더 깊은 모델도 하나 구비해놓고 싶었거든요. 저는 굳이 빈티지에 대한 환상(?)은 없어서, 입문용 트럼펫 한대 값까지 주고 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현대적인 대체품들이 뭐가 있을까 알아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각 제목은 해당 제품의 페이지로 링크됩니다):

 

※간단한 요약만 읽고 싶으시면 맨 아래의 '정리' 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ACB(오스틴 커스텀 브라스) MV3C

ACB MV3C. 새로운 치약으로 닦아봤더니 약간 새틴스럽게 나왔네요^^;

트렌트 오스틴의 경우, 자신이 보유한 4개의 마운트버논 3C를 분석하고, 계속 테스트를 해보면서 세세한 개량을 더해서 나온 것이 이 MV3C 입니다. ACB의 라인업 중 가장 잘 팔리는 모델입니다. 풍성한 소리와 음상, 부드럽게 수욱 빠지는 호흡, 넉넉하고 편안한 림...! 사실 저도 이 모델을 잠깐 불어보고 '...!' 이란 느낌을 받아서 마운트버논 관련 모델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불다보니 좀 크긴 크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여기 사장님이 정말 밸런스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우스피스의 블랭크(외장)가 생각보다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 피스의 개성이라면 ACB 사가 쓰는, 살짝 묵직한 스탠다드 블랭크와 정말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제품의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백보어는 #26.

 

2. 제임스 R. 뉴 S5M/S (혹은 캔스툴의 BMV3C+B10)

한사이즈 더 작은 (0.640) S4M/S 사진입니다.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와서...^^

거장 아르투로 산도발이 가진 3~4개의 마운트버논 3C 중에 가장 선호하는 모델을 카피한 모델이 제임스R뉴의 S5M/S (스탠다드 5 림, M컵 / 스탠다드 백보어) 입니다. 유일한 차이점은 오리지널의 경우 쓰로트 사이즈가 #24 로 상당히 큰 편이라, 현대 기준에 맞추어서 #27 쓰로트를 스탠다드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아르투로 산도발 옹의 피스의 복각품을 원하신다면 옵션에 쓰로트 규격을 #24로 적으시거나 똑같이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이 회사의 경우 바하의 블랭크를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복각품을 원하신다면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합니다. 제임스 뉴는 원래 캔스툴 사의 마우스피스 제작을 담당하고 있었던 분인데, 캔스툴 역시도 모듈러 (조립형) 모델들을 보면 BMV3C 톱B10 백보어 조합이 마운트버논 3C와 같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운트 버논 시절의 제품들이 수제작으로 명성이 높지만, 그래서 그런지 제품들 간에 편차치 역시도 상당히 있는 편입니다 (이쯤되면 회사의 전통인지도...). 제임스 뉴가 카피한 아르투로 산도발의 특정 피스는 쓰로트가 #24 규격이고, 백보어를 뚫을 때 드릴이 일반적인 기준보다 살짝 더 깊게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저는 S5M/S 에 #26 보어를 주문해 보았는데, 바꿔서 불다보면 ACB MV3C랑 거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느낌이 흡사합니다. ACB 모델이 불다보면 림이 확실히 살짝 더 크다는 정도? 한 사이즈 더 작은 S4M (0.640) 림도 불어보았는데 림 내경의 각도나 크기가 신기하게 차이가 많이 나는 느낌이더군요. W5M/S (#27 쓰로트) 도 한번 시켜보았는데, S5M에 비해 확실히 더 넓고 플랫합니다. 컵으로 꺾이는 각도도 확실히 더 직각으로 떨어지고... 이건 취향대로 주문하시면 될 듯 합니다.

 

제임스 뉴의 경우 가장 좋은 점은 사장님이 친절하고 커스텀으로 이런저런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중간 사이즈인 4.5 를 시켜볼 수도 있고, 자기가 가진 마우스피스를 보내서 '이 림에 맞춰주세요!' 라던가, 컵 깊이나 모양, 쓰로트, 보어 등... 큰 추가비용 없이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습니다.

 

3. 혼 트레이더 HT3C 배리에이션

또 하나의 대표적인 모던형 마운트버논 3C 입니다. 역시나 아르투로 산도발의 피스에서 카피했다고 하는데, 제임스 뉴 측에서 카피한 피스와 동일한 녀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임스 뉴의 S5M의 경우 림 내경이 .650 이고 혼트레이더 모델의 경우 좀더 전형적인 (0.660~0.665) 크기라는 것을 보니 차이는 좀 있을 것 같습니다. 외장의 경우는 묵직하면서도 날렵하게 빠진 모습이고, 다양한 쓰로트 사이즈와 (HT3C 뒤에 붙는 숫자가 쓰로트 크기입니다), 살짝 더 얕은 CS 컵 등도 제공하고 있으니 기존 사이즈가 맞으신 분들은 이쪽도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ACB MV3C를 보아하니, 어차피 이 크기는 큰거 같아서... 따로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평판은 이쪽도 굉장히 좋습니다 :)

 

4. 커리의 3C (*마침표 없는 버전)

3 사이즈는 너무 커서 구입한, 커리의 7C 피스입니다. 오른쪽 두 사진의 왼쪽 피스는 7DE.

커리의 C 컵 역시도 마운트 버논 모델을 기반으로 했음을 공식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림의 크기 역시 마운트 버논 시절 기준에 맞춰져 있다고 보시면 되구요. 다만 하다보니, 현대에는 개량형 3 림에 대한 호응이 더 좋다고 하여서 이 신형 림을 스탠다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구형 (마운트버논 스타일) 림은 그냥 숫자만 있고 (3C), 이 신형 3 림의 경우는 뒤에 마침표가 붙어있으니 (3C.) 주의하시기 바라구요...^^ 이제는 구형 림은 커스텀 주문으로만 받는다고 하네요. 쓰로트 크기는 #26보다는 작고 #27보다는 큰, '느슨한 #27' 크기라고 합니다. 다만 제가 불어본 결과 (오래전 3C, 이번에 7C) 커리 피스는 굳이 마운트버논 3C를 모델링했다기보다는 결국은 커리의 마우스피스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번외: 칼 해몬드 (Karl Hammond) 마우스피스

차례대로 5ML, 6ML, 7ML

각광받는 신흥 메이커 중에 좀더 고전적이고 클래시컬한 성향을 보이는 칼 해몬드 (해몬드 디자인) 라는 회사가 있는데, 한번도 제대로 다루질 않아서 잠깐 언급을 붙이고자 합니다. 이번에 같이 사고파는 피스기도 하니...^^

 

이 회사에서는 스탠다드로 밀고 있는 ML 이라는 컵만 5 (.655), 6 (.648), 7 (0.642) 사이즈로 지금껏 겪어보았는데,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히 있으면서도 상당히 퀄리티가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우스피스의 메커니즘에 대한 컨셉 자체를 새로 보았다고 해야 할까요? 같은 수학 문제를 풀었는데, 다른 공식으로 풀어낸 듯한 느낌입니다.

 

ML 컵에 대해서 홈페이지에서 표방하는 문구는 "이 컵의 독특함은 보울(밥그릇) 컵이 가진 깊은 소리와, V컵의 빠른 반응과 자유롭게 불리는 성향을 같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라고 써 놓았는데,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ML 컵 모델의 쓰로트와 백보어가 상당히 크다는 (#25 쓰로트에, 5개 모델 중 2번째로 큰 백보어) 점에도 불구하고, 호흡을 딱히 더 먹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것을 보면 컵 모양이 효율적인 것인지... 상당히 신기합니다.

 

반응 특성에서의 차이점은, 순수 보울형 컵들처럼 립슬러 구간들이 딱 딱 딱 걸리기보다는 V컵의 특성처럼 전반적으로 호흡이 매끄럽게 빠지면서 위아래로 훨씬 유연하게 이어집니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클래식 피스들이랑 별 차이는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살짝 더 맑은 느낌?

 

정리

혼트레이더 모델은 써보지 않았으니 일단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운트버논 3C의 대체피스로 본다면,

- 현대기준 1.5~2 정도에 가까운, 기존 마운트버논 3C의 크기가 괜찮다면 ACB의 MV3C 를 추천합니다.

- 현대적인 3C 정도 림 크기를 생각하신다면 제임스 R. 뉴의 S5M/S 모델이 좋습니다. 쓰로트는 대세에 따른 #27이 스탠다드이지만, 이 부분은 무료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ACB의 MV3C = #26, 아르투로 산도발의 오리지널 피스 = #24)

* 실제로 이 두 피스는 번갈아가면서 불다보면 거의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느낌이 비슷합니다. 림은 현대 바하 대비 좀 더 곡선이 부드러운 정도이고, 입에 닿는 느낌이 보송보송합니다.

 

- 커리의 경우는 특유의 직선적인, 굵직하게 쭉 빠지는 호흡이 두드러지고, 이런 특성이 취향이시라면 톤이나 연주력, 음정 등은 좋은 피스입니다. 저는 커리의 스탠다드 모델하고는 잘 맞지는 않는것 같네요. 림은 바하 대비 살짝 더 동그랗고 단단한 느낌입니다.

 

-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을 원하신다면 칼 해몬드의 해몬드디자인 피스들도 추천해드릴만 합니다. ML 컵을 다양하게 써본 결과, 여타 클래시컬 피스들 대비 조금 더 청명한 소리와, 매끄러운 호흡, 컨트롤을 보여줍니다. 호흡이 빠지는 정도는 부드럽게 후욱 나가는 정도로 마운트버논과 비슷합니다. 림은 컵으로 꺾여들여가는 언덕 부분이 조금 더 각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저것 불어본 결과... 마운트버논 C컵 깊이는 저한테는 깊지 않나하는 생각이(...) 림이 저한테 괜찮은 제임스 R 뉴의 S5M/S, 해몬드의 6ML 정도는 갖고 있어도 괜찮을것 같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단계 더 얕은 피스들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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