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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마우스피스

마우스피스 이야기 2023.03

by J.5 2023. 3. 12.

한동안 마우스피스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호주로 넘어온 이후엔 예전처럼 활발하게 피스 탐험을 할만한 여력도 있지 않았고, 나름 해볼만큼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많이 비우기도 했지요.

그래도 돌아보면 21년 중순에 온 뒤로:

이렇게 산걸 보면 몇달에 한개 꼴로 천천히 구입해보고 있기는 하네요.

현재 보유중인 마우스피스들

요 한동안 메인으로 썼던 피스들은 순서대로

  • 피켓 옌스 스페셜 (+피켓 #2 백보어) (??~2022.01)
  • 모넷 레조넌스 LT B6LD-S1 (2022.01~.02)
  • ACB H3S (2022.03~2023.02)
  • 플루겔혼 피스: 워버튼 5FL (특히 작년 중후반에는 플루겔혼만 있었기 때문에 두어달 동안 열심히 불었네요^^)

그리고 지금은 다시 피켓의 옌스 스페셜로 돌아와서 불고 있습니다. 

H3S가 느낌이랑 소리가 참 좋아서 어떻게든 계속 가려고 하였는데, 아무리 불어봐도 림이 약간 안맞는(?) 느낌이 들어서, 기본적으로는 같은 디자인을 베이스로 한 ACB의 V컵 시리즈 중, 3CS 림과 기존 H3S의 빈티지 블랭크 (하임 블랭크) 를 채용한 모델을 주문해 두었습니다. 2주쯤 전에 시켰는데, 반쯤은 주문제작이라 이것도 서너달은 걸릴 예정이니, 올 때 오겠지 하고 잊고 지내고 있습니다. 하하...😅

ACB에서 고객상담을 주로 맡는 조쉬(Josh)의 말로는 3C 림의 경우 모던 바하3C보다 살짝 더 쿠션감이 있는 스타일이라고 하며 (예전에 알아본 바로는 트렌트 오스틴이 불어봤던 3C들 중에서 트렌트 오스틴이 가장 좋아한, 60년대 바하3C 림의 카피라고 했었네요), 3CS 림은 그보다는 살짝 얇고 바비슈 림 스타일의 곡선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3CV를 추천받았고, 저도 예상하고 있던 모델이었는데... 사실 저는 예전에 3CV (스탠다드 ACB 블랭크)를 불어본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3CS도 불어본 적이 있구요. 당시에 워낙 비슷한 피스가 많았어서 오래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3CV가 싫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시향 선생님께서 드물게도 저랑 어울린다고 칭찬까지 해주셨던...)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꽂히지는 않아서... 이게 기존에 불던 피스들이랑 컨셉이 확 다른 피스인데, 컵 깊이나 소리의 두께나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한창 배우는 중인데, 굳이 그렇게 큰 변화를 감내하고 특색이 강한 쪽으로 빠질 것까진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ACB 3CS나 커리의 DE컵 (당시에 스타☆, ZM, DE 컵을 다 테스트해봤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유독 하나 마음에 들었던게 있는데 아마도 DE였던 것 같습니다. ZM이었나 살짝 아리까리하긴 합니다만 😂) 피스들은 가격도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고, 미디엄 컵 생각하시는 분들이면 한번쯤 써보실만 합니다 :)

ACB 3CV, 3CS

피스 변환에 따라오는 것들

새로운 피스에 적응하려면 최소한 2~3주, 넉넉히 한달 정도는 온전히 그 피스만 써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첫 인상만으로도 그 피스의 개략적인 특징은 어느 정도 캐치할 수 있지만, 그 피스를 꾸준히 불다보면 몸이 서서히 그 피스에 맞춰서 변해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과정이 있는데, A 피스에 익숙해진 주법으로 B 피스를 불었는데 아주 기똥차게 좋다! 했었다가, 마음에 들어서 B 피스로 갈아타고 나면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어... 이 피스가 생각했던 것보단 좀 별론데? 혹은 뭔가 좀 안맞는데? 하는 경우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은 순수히 신체적인 차원의 것일 수도 있고, 혹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소리를 이 피스로 내기 위해서' 맞추어 가는 과정으로 보기도 합니다.)

림에 관하여

위와 같은 문제에서, 옌스 스페셜의 경우는 저에게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신기한 피스입니다. 저는 이 피스를 처음 불어본 날 부터 지금까지도, 이 피스의 림이 특별하게 느껴진 적이 없거든요. 적당히 무난하다는 느낌이랄까... 넉넉하고 완만한 스타일의 림인데, 대 보면 입에 착 달라붙는다던가 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살짝 넓은 편이다 싶기는 하지만, 딱히 둥글다거나 평평하다는 느낌도 아니고, 그립감이 착 달라붙는 것도 아니고... 근데 신기하게도 불다 보면, 잘 불립니다. 어떻게 불어도 다 잘 받아준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저는 이 피스의 림을 '대응이 유연한 림' 정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입술이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될 것 같구요.

사실 H3S의 림 곡선 자체는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적인 분류에서 떠나서, 그동안 '오랫동안 편하게 불었던', 혹은 '아무 생각없이(?) 불렸던' 피스들이 무엇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피스들이 떠오릅니다:

  • 모던 바하 3C (저의 근본이 되어준...)
  • GR e65MX (그렇게 오래 불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느낌 위주로 떠올려보면 생각이 나네요)
  • 마씬키위츠 바비 슈 #2 (모델명 E5) (서울 레슨 선생님께 처음 추천받고 한동안 정착했던...)
  • 피켓 옌스 스페셜

큰 틀에서 바하 3C 유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에 H3S에서 결국 벗어나기로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더 하게 됐는데, 입에 가져다 댈 때에 느껴지는 착용감과, 실제로 불 때(중간 중간에 짧게 숨쉴 때를 포함해서)에 이 피스/림이 어떻게 내 입술과 암부셔에 맞물리는가는 좀 별개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갖다 댈 때의 착용감에 세팅이 끌려가 버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불때는 적던 많던 암부셔를 리셋하는 과정이 중간에 들어가기 마련이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의미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바비슈, 그리고 아마도 에릭 미야시로 림들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양쪽 토끼를 다 잡는구나 싶기도 하네요.)

주법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는 것이고, 옌스 스페셜로 돌아온지 2주 가량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지금 아 뭔가 됐다 싶다고 H3S로 다시 돌아가면 이제 문제가 없으려나? 하고 생각해보면... 글쎄요, 자신이 없습니다. 다시 H3S에 맞추어 같은 문제가 생길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

피스와 사람의 궁합은 모두 다릅니다. 특정 피스들이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닌, 저 개인에 한해서 궁합이 이렇고, 직접 피스를 고르실 때에 '이런 요소들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임을 확실히 해 두고 싶습니다.

블랭크에 관하여

언젠가부터 블랭크(외장)이 생각보다 마우스피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구나 하는 점이 와닿더군요. 내부가 똑같은 피스라고 하더라도, 외장의 무게와 디자인에 따라서 소리와 에너지가 얼마나 모이고 분산되는지, 또 그 피드백에 따라서 주자가 느끼는 부분이나 들어가는 힘 같은 것이 다 달라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걸 보면 그 작은 피스 하나의 디자인에도 정말 사소한 것 하나 하나가 다 연관이 있구나 하고 새삼 놀라게 되네요.

개인적으로는 적당하거나 살짝 가벼운 정도, 그리고 한 쪽에 과하게 무게가 실리지 않은 정도가 취향입니다. 야외 연주라던지, 소리가 강하게 뻗어야 된다면 헤비형을 선호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혼자서 불고 녹음이나 차 안 연습이 주류다 보니... 에너지의 보존과 투사율(프로젝션)보다는 근거리 내에서의 음색에 집중하게 됩니다. ACB나 커리 피스들도 아마 기본 제공되는 것들보단 다른 블랭크로 바꾸면 취향에 더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새 회사로 이직하고 이제 5개월이 좀 넘으니, 조금씩 주변이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시향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위탁주문을 부탁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GR이 올해 안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급한대로 '이것만은 꼭 시도해보고 싶다' 했던 모델을 커스텀으로 하나 주문해 둔 상태입니다. (가격이 너무 올라갔어요... ㅜㅠ 안그래도 앞으로 여력이 되면 조금씩 시도해보고 싶은 모델들이 많았는데...)

요즘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은 로터스 마우스피스입니다. 이곳에서도 댓글로 추천을 받은 적이 있어서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호평도 호평이지만 로터스 측의 주장대로 '마우스피스가 사라지는' ~ 즉 중간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아, 연주자가 피스 신경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불게 되는 ~ 경향이 확실히 있구나 싶은 사례들이 조금씩 눈에 띄여서, 관심이 동합니다. 다만 지금은 ACB랑 GR 피스들 대금부터 갚아야... ㅜㅠ 테스트도 해야 할 것이구요!

얼마 전 글에서 말미에 잠깐 언급했던 곳은 사운드프레쉬, 그 중에서 FL1 피스입니다. 아래 분 성향이 저랑 참 잘 맞길래 여쭤보았는데 감사히도 답변을 주셨네요. 그런데 이 분도 최근에 로터스 피스로 갈아타신 것 같은...? 🤣 그래도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p.s.) 고가 피스들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고가 피스 5~6개 구입할 돈이면 미국이나 유럽을 다녀올 수 있는 가격인데, 그럴거면 차라리 한번 가서 직접 공방에서 이것저것 불어보고 나한테 맞는거 찾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 이곳에서는 중고로 피스 거래하기가 한국처럼 편하진 않다보니 더 그런지...?

p.s.2) 4월에 한국에 잠깐 들리면서 호주와 한국에 있는 피스들을 상당수 중고로 내놓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한번씩 들려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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