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볍게 쉬어가는 느낌으로, 요즘 눈여겨보는 메이커들 두 곳을 소개하고자 했는데... 글이 길어져서 우선 한 곳만 적어봅니다.
어쩌다 보니 두 곳 다 독일 메이커들이네요. 제가 알기로 독일은 온라인이나 해외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곳곳에 공방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전면에 나와주니 연주자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 마틴 뵈메 (Martin Böhme / Boehme) (링크)
발음이 맞는지 아직 헷갈리는(...) 마틴 뵈메 입니다. 생각보다 참 젊으신데, 소개 란의 이력을 보니 견습 시절을 거치고 악기 제작 분야 자격증(?) 시험을 보았는데 주 수석, 전국 차석으로 입상하시고, 스위스에서도 일하면서 인정 받고, 그 뒤엔 유명 프렌치혼 빌더 밑에서도 일하고... 감각과 재능이 탁월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Martin Böhme (Boehme)라는 이름을 영미권의 트럼펫헤럴드 포럼에서도 보고, Joe Babiak 이라는 분의 트럼펫 비교 시연 2편에서도 보고, 트렌트 오스틴의 ACB 에서도 보고... 요 1~2년 사이에 자주 눈에 뜨였는데, 2015년부터 가게를 오픈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빠르게 두각을 드러낸 것 아닌가 싶습니다.
조 바비악 (Joe Babiak) 시연:
00:18 - Intro
02:43 - Van Laar (B5)
04:01 - Van Laar (Aquino)
04:45 - Van Laar (Oiram light)
05:14 - Van Laar (Oiram I)
05:41 - Van Laar (Oiram II)
06:01 - Van Laar (Oiram III)
06:27 - Van Laar ("Chuck Findley" model)
06:40 - Van Laar ("Ruud Breuls" custom horn)
07:09 - Martin Böhme (Tumultus - Extra Large, Red Brass bell)
09:08 - Martin Böhme (Tumultus - Large, Red Brass bell)
09:49 - Martin Böhme (Tumultus - Large, Yellow Brass bell)
10:03 - Martin Böhme (Tumultus - Medium, Copper bell)
10:17 - Martin Böhme (Sturm & Drang)
10:59 - Lotus (Solo Max - Phosphor Bronze tuning slide)
11:42 - Lotus (Solo Max - Brass tuning slide)
12:21 - Lotus (Solo Max - Nickel Silver tuning slide)
12:44 - JP by Taylor
개인적으로는 이 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 처음 나오는 XL 레드벨이 참 좋다 싶어서 그때부터 눈여겨 보았습니다. (칼리키오 R2/9 생각이 많이 났네요...😂 이 XL 레드벨이랑 결이 참 비슷합니다.) 아래에는 마이클 로드리게즈 (Michael Rodriguez)의 연주인데, 황동 벨로 보이는데 좀 더 제대로 녹음되었을 때의 소리가 어떤지 잘 느껴지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흥미가 가는 브랜드입니다. 새 나팔은 이제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 새 나팔을 물색하고 있었더라면 유력한 후보 중 하나가 되었을 것 같네요. 엄청 퍼지지는 않지만 두터우면서 풍성하고, 나무스러운 질감도 갖추고 있지만 답답하거나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 여러모로 밸런스를 정말 잘 잡은 나팔이라고 느껴집니다. 불어본 분들 얘기로는 연주력도 아주 좋다고 하고, MAW 발브를 채용했으니 밸브도 탄탄하고, 무게도 적당히 헤비한 정도 같네요. 숨은 ~여러 측면에서 추측하건데~ 좀 필요해 보이지만, 그것도 아마 과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펫들도 상당히 좋아 보인다... 하고 있었는데, 사실 결정적으로 '헉' 소리가 났던 것은 플루겔혼을 보고서입니다:
공간 자체에 울림이 좀 있기는 합니다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소리가 너무 예술이라... 듣는데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곧잘 하는 얘기지만, 플루겔혼은 직접 불어보면 생각하던 거랑 소리가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플루겔혼을 처음 접하고 한동안 소리가 생각보다 너무 먹먹해서 상당히 고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하하... 덕분에 BR2를 잘 고를 수 있었습니다만.
사실 따지고 보면 BR2가 상당히 이질적인(?)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느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원하던 소리인거죠. 그런데 이 마틴 뵈메의 모델은, 제가 생각하는 정통적인 흐름의 플루겔혼 소리에 속하면서 아주 환상적인 느낌입니다. (빈곤한 어휘가 야속하네요 ㅜㅠ) 여기서도 돋보이는 것은 그 균형감. 어떻게 이렇게 잘 잡아냈는지 참... 개인적으로 트렌트 오스틴의 음색이나 주법 스타일은 조금 쪼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런 스타일의 분이 부는데도 저런 톤과 일관성을 보여준다는 것에 감탄스럽습니다. 특히 음역대를 넘나들면서 소리가 저 정도로 똑같이 유지되는 나팔을 보았던가 하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플루겔혼 시연을 듣고서 방점이 찍힌 기분입니다. "야... 이 집 잘 하네...!" 하구요. 저는 자동차, 오디오, 의류, 나팔 등 종목을 불문하고 브랜드마다 특징적인 감성이 있다고 보는 편인데, 마틴 뵈메의 경우는 이런... 두터우면서도 답답하지 않고, 섬세함까지 깃든 특유의 균형감이 돋보입니다. 영어로 소리를 설명할 때 seamless (이음매가 없이, 균일한) 이라던가 cohesive (결합된, 응집된) 라는 단어들을 사용하는데, 소리의 주파수대가 위부터 아래까지 이 빠진곳 없이 촘촘하게, 유기적으로 쭉 차 있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넷 이후의 신흥 헤비형 브랜드들이 중역대~중고역대를 약간 빼는, 드라이한(?) 경향이 있는데, 이 브랜드는 그런 느낌이 없이 아주 부드럽고 매끄럽게 일체감이 느껴지는게 인상적이네요.
— 다른 한 곳은 마우스피스 제작사인데, 다음 기회에 다시 적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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