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키오 R2/9을 해체하면서, R2/9이 담당하던 '품이 넓은 소리'를 대체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조금 둘러보았습니다. 존 두다 어르신께서 돌아가시면서 선택지가 좀 더 확실해지기는 했지만, 사실 제 취향에 맞춘 칼리키오의 커스터마이징 작업은 이제 갈데까지 가 봤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번에는 다른 곳에서 새 나팔을 구입코자 하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었거든요.
칼리키오는 100% 로망과 드라마로 가득한 나팔입니다. 어중간한 모델도 없고, 극단적이죠. 야성의 수제 느낌이 물씬 풍긴달까... 덕분에 손보는 재미가 있어서 지난 5년여간 열심히 지지고 볶고 하는 것이 참 즐겁기도 하였지만, 때때로 야마하 등의 다른 나팔들을 보면서 ~ 비록 제 취향에는 맞지 않더라도 ~ 그 안정감이 부럽다는 생각이 간간히 들더군요. 나이를 먹어간다는 방증인지...^^ 그래도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조금 지쳤다고 말할 자격 정도는 있을 것 같습니다.
나팔계의 새 바람
마틴 커미티가 마치 클래식계의 바하처럼 50~60년대의 재즈 주자들을 관통했듯이, 나팔도 시대에 따른 트렌드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칼리키오는 모든 것이 극적이었던 70~80년대의 스튜디오 시대를 상징하는 느낌이 있는것 같구요.
지금 세대가 본 것은 모넷을 시발점으로 한 테일러, 해럴슨 등 헤비한 악기들의 범람이었습니다. 가격적으로나, 외형적으로나, 소리 면으로나 참 무지막지한...^^ 칼리키오와는 다른 방향이지만, 저한테는 여러모로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컨셉에서 인더비넨처럼 좀 더 예술적 극단으로 뻗쳐나간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스파다처럼 극한의 튜닝으로 방향을 잡은, 아예 다른 길을 가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헤비형 악기들은 좀... 일방적이라고 할까요? 물론 훌륭한 악기들이지만, 무겁고 두꺼운 만큼 표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쉽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소리를 연주자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나팔을 연주한다기 보단, 마치 나팔이 사람을 연주하는 듯. "무겁지만 엄청 좋기는 한데, 딱 자기 소리만 난다"는 평가들이 뇌리에 남았습니다.
저는 이런 의견들이 암암리에 나팔 커뮤니티 전반에 퍼져 있었고, 지난 1~2년 사이에 떠오른 신흥 프리미엄 메이커들 역시 이런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로터스 (Lotus), 그리고 AR 레조넌스 (AR Resonance).
얼핏 봐서는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MAW 밸브를 쓰고, 이태리 산이라는 것 외에 둘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 컨셉을 '헤비형 시대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하되, 개성은 강조하고 과한 무게는 덜어내는' 방향으로 봅니다. 어찌 보면 갈수록 '개인화'되어 간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모넷 역시도 요즘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모델들이 더 주목받지 않나 싶고... (1년 전에 올라온 비교 동영상이 보기 괜찮네요. 개인적으론 LT PLUS 나 그 이하 무게의 것들이 괜찮아보이지만... 2천만원이 넘어가니 이건 뭐 애시당초 논외입니다😋) 캐나다의 디비트 (Divitt) 트럼펫이나, 스위스산 갈릴레오 트럼펫의 몇몇 모델도 같은 흐름으로 묶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다시 제 개인적인 선택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위의 것들을 둘러보며 '호옴... 이런 것들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중에 다음과 같은 트럼펫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몸에 전류가 흐르듯... 잠시 숨이 멎더군요. 눈도 살짝 커지구요. 설명을 읽어보고 알아볼수록,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악기의 컨셉이 너무나 제 취향이었던지라...
이어지는 내용은 전체적인 트렌드의 흐름보다는 이 악기에 관한 탐구가 될 것 같아, 글을 한번 분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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