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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악기론 - 크고 작고 무겁고 가벼운

by J.5 2021. 2. 27.

일전 에릭 미야시로의 인터뷰 영상을 번역한 이유 중 한가지는 ~저번 글에 이어서~ 제가 생각하는 악기론, 나아가 연주론(?)까지도 잘 짚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라지보어나 무겁고 큰 나팔들에도 특유의 감성과 매력이 있지만, 본인이 그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원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지게 됩니다. 나팔은 그 건너편에 있는 음악을 위한 도구인데, 자칫하면 이 나팔을 분다는 것 자체에 매몰되고 그 턱을 못/안 넘어가는... 일종의 도그마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것도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라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연주의 양과 에너지 소모에 있어서 가장 혹독한 리드나 빅밴드, 세션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을 법 합니다.

에릭 미야시로(야마하 8340EM), 바비 슈(야마하 6310Z→8310Z), 말컴 맥냅(B&S Exquisite), 존 패디스(쉴케의 미디엄보어 모델들)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고, 쉽고 편하게 (= 적은 에너지로) 불리는 나팔을 선호합니다. 물론, 고음~초고음에서도 우렁차고 짱짱한 리드 소리를 추구하는 경우는 ~거의 전형적으로~ 상대적으로 큰 나팔에 작은 마우스피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웨인 버저론(야마하 8335LA), 메이나드 퍼거슨(홀튼 ST30x), 그리고 영상에서 언급하듯이 소싯적의 에릭 미야시로(쉴케 X3)도 이 케이스에 해당되지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경우로 아르투로 산도발(이분은 악기를 자주 바꾸시긴 합니다만; 오픈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은 마우스피스 역시도 상대적으로 큰 마운트버논 바하 3C를 사용하고, 프레디 허바드(칼리키오 3/9L) 역시 바하 6C / 모넷 B4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프레디 허바드가 쓴 칼리키오 3/9L 모델도 불어본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호흡을 많이 먹는다고 하던데... 이것이 그의 시그너쳐 사운드를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프레디 허바드는 50대 중반 즈음 입술이 완전히 가버리고, 순수 연주자로서는 끝내 재기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장비 때문만은 아니었지만요. (컨디션 관리와 워밍업은 꼭 하시길!)

아놀드 제이콥스. 빌 애덤, 빈센트 치코위츠와 아주 밀접한 관계...!

사실 어지간히 연주량이 많고 고된 프로 주자가 아니고서야, 나팔이 어지간히 크거나 무거워도 무슨 문제가 있을만큼 감당이 안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 느낌이랑 소리가 좋으면 그냥 쓰면 되지요. 다만 영어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한 말이, 저에게 경종을 울리더군요.

'애쓰는 것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지 마라.'

글쓴이가 어딘가에서 아놀드 제이콥스가 한 말이 대략 이렇다며 읊은 것인데, 저에게는 뒤통수가 멍해지는... 와닿는 데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마치 자기연민에 빠지듯, 나 혼자 빡세게 했다는 감각에만 도취한 것은 아니었는가? (이런 분들이 은근히 많으실 겁니다. 레슨 없이 그저 취미로 하시는 분들 중에는 더더욱.)

한국이 개중에서 가장 큰 편이기는 하지만, 동양인이 타 인종에 비해 체격적으로 작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금관 연주가 힘을 뺄 수록 좋다고는 하지만, 야구나 골프 스윙 등에서도 볼 수 있듯 힘을 빼는 것과 힘이 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고... 가장 간단히 얘기하자면, 크게 불면 버겁고, 오래 들고 있으면 무겁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깨 관절에 약간 이상(?)이 있기도 하고, 어깨가 강한 스타일도 아니고 해서 더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호흡 면에서는 요 1년간 R2/9을 불면서 느낀 점도 있고요.

뭐가 맞다 틀리다, 이렇게 해라 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악기의 크기나 무게, 열린 정도에 대해서 묘한 미신(?)같은 것이 은근히 있는 것 같아, 요새 유행하고 있는 나팔 트렌드에 관해서 이야기하던 김에 발맞추어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새로 구입한 악기가 눈에 쏙 들어왔던 이유이기도 하구요 하하.


다음편 예고^^

↑ 만들고 나서 한국으로 부치기 직전에 찍어서 보내준 사진들입니다. 혹시 몰라서 시리얼 번호는 모자이크 처리를...

이제 내일이면 열어볼 수 있겠네요...^^ (3일 전에 도착했습니다만 내일 개봉기를 찍기 위해서 아직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새 악기 소개... 혹은 자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한 만큼 해 주는 녀석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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