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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마스터클라스 & 인터뷰

에릭 미야시로 인터뷰 (토만) ~ 독학부터 악기론까지

by J.5 2021. 2. 21.

대형 뮤직샵인 토만(Thomann)이 2019년 말경에 에릭 미야시로와 가진 인터뷰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워밍업부터 실전, 장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면서도 좋은 이야기들이 많으니, 보시는 분들도 많이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원본 영상 표지. "저는 지금까지 100% 독학이에요!"

에릭 미야시로 하면 (바비슈와 함께) 트럼펫을 독학으로 익혔다는 이야기가 유명한데, 항상 얘기하지만 이 말은 곧이 곧대로 들으시면 안됩니다. 간혹 독학이라는 것에 집착 혹은 자부심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신데... 번역하지 않은 부분들과 인터넷 상의 정보들을 합쳐서 나열하면 에릭 미야시로의 배움의 여정(?)은:

  • 아버지가 트럼펫 주자여서 갓난아기때부터 마우스피스를 고무젖꼭지마냥 물고 다녔을 정도로 친숙했고
  • 어릴 때부터 트럼펫과 가까이 지냈고 트럼펫터가 되겠다고 생각했으며
  • 일찍이 피콜로 트럼펫을 접하면서 고음에 대한 감각을 얻음 (필요한 호흡은 오히려 적다, 라던가...)
  • 학교에 들어가서도 계속 밴드부에서 트럼펫 연주
  • 중3때 레슨을 한번 받았지만 아니다 싶어서 관두고, 책들을 사서 독학 (번역된 내용)
  • 고교때 올아메리칸 밴드와 재즈밴드에 들어가서 메이나드 퍼거슨과 만남, 협연
  • 이후 메이나드 퍼거슨 장학금으로 버클리 음대 입학 (1982)
  • 버클리에서 2년 공부하고 버디 리치 밴드 입단
  • 이후 프로 활동중 여러 대가들을 만나며 배움 (바비 슈, 척 핀들리, 알렌 비주티, 닥 세버린슨, 메이나드 퍼거슨 등)

한창 실력을 다지고 성장할 나이에 정규 레슨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위 표지처럼 '지금까지 100% 독학이에요!' 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오해할 소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 토만 측의 요청으로 인해 영상을 원본으로 교체합니다. 일반적으로 번역 영상에 대해서는 온건한 입장이지만, 해당 영상의 경우 에릭 미야시로와의 협약 문제가 있어 별도 채널에서의 업로드는 불가하다고 하는군요. 불행 중 다행으로 주 내용에 관해서는 본문에 상당히 상세하게 다루었으니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외에 원본에서 굳이 번역하지 않은 부분이라면... 영상 말미에 진행자가 마일즈 데이비스랑 만난 적 있냐고 물어봐서, 딱 한번 뵌 적 있어서 긴 말은 못하지만 참 대단한 분이셨다.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였지만 호텔 로비에서 버디 리치랑 만났을 때는 무척이나 천진난만한, 친근한 느낌어어서 참 신선하고 멋졌다... 정도의 얘기입니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른 분들의 일상이나, 연주할 때의 느낌이 어떨지 저로서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만, 주법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바꿔가며 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외형적으로 한가지에 고정될 필요가 없다는... 형태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 아닐까 싶습니다.

첫 레슨에 관한 이야기 역시도 트럼펫 교습에 대해서 던져주는 화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케바케이고,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교육의 '기법'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고 항상 느끼지만, 금관 연주처럼 심리나 긴장 상태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적어도 배우는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위 인터뷰에서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보니, 이후에 쓰고자 하는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가 조금씩 걸쳐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 인터뷰를 언급하지 않을까 싶은데...^^ 새삼 이 영상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얼마 전에 어느 댓글을 보니, 초보 분들의 경우엔 무슨 이야기를 보고 들어도 그게 이해되거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

그런 분들에게 제가 이 영상에서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딱 한가지! 조언만 꼽으라면... 저는 이 말을 꼽겠습니다:

"잘 불리는 때의 느낌을 최대한 명확하게 기억하려는 습관을 들여라."
(워밍업은 그저 그걸 되살려내는 수순이다)

저는 이것이 트럼펫, 나아가 금관악기의 실력 증진이 이루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말만 가지고 잘 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다만 '잘 불린다', '이 느낌이다' 싶을 때 그것을 기억하려 해야지, 처음부터 너무 이것저것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려고 하면 되려 몸이 긴장, 경직될 수 있습니다. 그냥 내려놓고 한 가지 단순한 것에 집중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비록 아버지가 트럼펫 연주자였고 어릴 때부터 접했다고는 하지만, 중고교 시절을 거치면서 어찌 교본들만 가지고 ~ 그것도 흥미 위주로 골라가면서 ~ 각 주에서 2명씩만 뽑는 올아메리칸 밴드까지 가고, 장학생으로 버클리에 진출할 실력을 다질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에릭 미야시로는 그만큼이나 '음악' 자체를 엄청나게 사랑한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보니 나한테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만 골라서 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자면 그 몇 권의 교본들에 정말로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니까요. 교본의 첫장부터 끝장까지 빠짐없이 몰입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상당 분량을 음악적 감흥을 가지고 연주를 했으며, 설령 주법의 효율 면에서는 하자가 있었더라도 최소한 '이건 이렇게 소리가 나야 한다'는 기준이 서 있었고, 그것이 남이 듣기에도 좋다고 여길 정도로 명확하고 날카로웠다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사적으로 따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여쭤보고 싶은 것이 참 많은데...

트럼펫터의 김우일 선생님 소개로 야마하 한국 지사에서 미군부대 밴드와 가졌던 소규모 쇼케이스(?) 공연에서 실제로 뵙고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Q&A 시간에 너무 장황하게 질문을 해버린...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런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 첫 소리가 딱 떨어지는데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위 인터뷰 영상에 들고 있는 장비 그대로였는데... 장비 때문에 좌지우지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마이크도 없이 코 앞에서 벌어지는... 미군 밴드와 함께 80여석 남짓의 작은 홀장을 꽉 채우는, 넘실거리는 고급진 소리의 향연에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고양되더군요. 그 경험 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간신히 찾아낸 사진... 이제 보니 위의 인터뷰가 올라오기 불과 두달 쯤 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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