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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생각 다듬기 & 팁

연습용 뮤트에 대해 - 초보는 쓰지 말라?

by J.5 2024. 6. 23.

지금은 조금 디자인이 바뀐 베스트 브라스의 웜업 뮤트

나팔을 시작한 이래, 저는 베스트 브라스 웜업 뮤트 - 브렘너 쉬뮤트(SshhMute) - 스톰비 업뮤트까지 세 종류의 연습용 뮤트를 거쳐왔습니다. 모두 발매 당시에 획기적으로 꼽힌 제품들이었고, 실제로도 단계별로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업뮤트는 공구까지 한번 진행했었네요.

얼마 전에 야마하의 사일런트 브라스에 관해 댓글이 달렸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뭐든 좋으니 안 부는 것 보단 낫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영상이 있죠. "운동 7년차인데 벤치프레스 70kg이면..": 

조금 더 설명을 해야겠다 싶었던 것은 다음 부분입니다:

혹자들이 초보자는 사일런트 브라스를 쓰지 말라고 들어서요...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느냐? 간단하게 축약하면 두 가지 정도 이유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늘어난 저항: 입술이 굳고 뻑뻑해진다

영어로 beat-up 이라는 형용사가 있는데, 이 단어가 우선 떠오르네요. '두드려 맞은' 정도의 의미인데, 뮤트를 쓰다 보면 입술이 너덜너덜해진다고 하죠. 그런데 이게... 연주를 과하게 해서 맛이 간 상태랑은 또 다릅니다. 일반적인 상태의 입술을 연하고 말랑말랑한 젤리에 비유하자면, 뮤트 연주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게 둔하고 딱딱한 고무가 디폴트 상태인 느낌이 됩니다. 달리 말하면, 뮤트 없이 그냥 나팔을 불다 보면 입술을 진동시키는 데에 1의 힘으로만 가볍게 밀어줘도 흔들리는데, 평소에 뮤트로만 불다가 오랜만에 뮤트를 떼고 연주를 해 보면 이걸 몇 배의 힘으로 때려줘야 간신히 입술이 움직이는 그런 느낌입니다. 연주가 잘 될 리 없죠. 이에 대한 정확한 원리까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뮤트를 끼운 상태에서 늘어난 압력/저항 때문에 입술이 거기에 버티는 상태로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뮤트를 낀 연습을 할 때에는 가급적 ①크게(세게) 불지 않고, ②높은 음역대를 불지 않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렇게 하면 꽤 오랜 시간을 해도 입술에 크게 영향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정말 그런지 여부는 둘째 치고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얘기가 아닐지...🤔 (사람인 이상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넘나들 때가 있을 것이고, 또 음역과 음량에 제한을 두고 하는 연습들은 종류나 양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가급적이면 너무 오래 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다른 여지가 없을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서도 말입니다.

저도 요즘에 집에서 뮤트를 끼고 연습해야 되는 상황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보완책은 잠깐씩이라도 뮤트를 빼고 불거나, 혹은 마우스피스만 가지고 입술이 쉽고 편하게 떨리도록 해주는 시간을 짬짬이 가져주는 겁니다. 그리고 적어도 본 연습 외의 웜업/다운 시간에는, 설령 차에서라도 좋으니 뮤트를 빼고 부는 시간을 가지려 하는 편이구요.

 

뉴질랜드 태생의 신박한 녀석! 쉬~뮤트.

 

피드백의 함정

나팔을 부는 것에 대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무의식 중에 좇아간다는 점이 있습니다. 악기의 소리 자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지만, 그만큼 장비와 주법 등의 궁합이 좋지 않으면 연주자를 고생시키는 부분이기도 하죠.

뮤트를 끼고서 불 때 안 좋은 점은, 간단하게는 '어 이게 내가 원하는 (생각하는) 소리가 아닌데' 하고 무의식적으로 계속 더 세게 부는 것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단순한 힘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내 몸이 이렇게 하면 = 이런 소리가 난다' 하는 공식이 어그러지게 됩니다. 사일런트 브라스의 경우 처음 세팅을 잡을 때 탁 트인 곳으로 가서 꼈을 때와 뺐을 때가 가장 비슷한 느낌으로 조정하고 가급적 유지하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것이 그 이유입니다.

차 안에서 받는 피드백(음색과 크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야외에서 연습을 하고 차로 돌아와 불어보면 소리 차이가 어마어마 합니다. 같은 이유로 굴다리 아래 같은 곳에서는 아무렇게나 불어도 환상적인 소리가 나지만, 그 덕분에 연습장소로서는 최악입니다. 나중에 녹음을 해보거나 생소리를 들어보면 소리가 삐뚤빼뚤하고 찌그러지고... 정말 안 좋거든요. (심지어 집 안에서 뮤트 없이 연습할 때에도 음향이 안 잡혀있으면 제대로 된 톤 느낌을 알기 어렵고, 또 주변에 신경이 쓰여서 소리가 움츠러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톰비의 업뮤트. 현재까진 가장 뛰어난 연습용 뮤트 아닐까 싶네요.

 

초보는 노노?

위의 이유들 때문에 초보 분들에게는 뮤트 사용이 권장되지 않습니다. 이건 특정 브랜드나 모델에 관계없이 뮤트 전반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연습용 뮤트', '웜업 뮤트'라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연습의 개념은 '이걸 끼고 하면 연습이 더 잘 된다' 라는, 즉 연습에 어떤 플러스 효과가 있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을 때에' 혹은 '잠깐 입술을 풀고 점검을 하는 용도'의 "연습" 이라는 겁니다. 초보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어떻게 부는지에 대한 기준점이 잡혀있지 않고, 장비나 환경 등에 끌려가게 됩니다. 뮤트를 꼈을 때와 뺐을 때의 차이에 대해서도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기 마련이죠. 반대로 숙달된 연주자들은 뮤트를 끼우면 어련히 어떻다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으며, 정확히 맞는 용도로만 이런 뮤트들을 사용합니다. 대가들이 아무리 나와서 죽인다 환상적이다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해도, 장담컨데 뮤트가 필요없는 곳에서 굳이 뮤트를 끼고 연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뮤트가 초보에게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뮤트를 낀 상태가 일반적인 상태로 고착화 되거나, 갈피를 못잡게 하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가지 좋은 대안은 위스퍼 톤 연습이 있는데... 이건 거꾸로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소리가 한번씩은 터지거나 반대로 이것이 무서워 쪼그라드는 경우가 99.9%라(...) 포커싱을 잡는 것으로는 좋은 연습이지만, 계속 이렇게만 불면 또 안되기도 하구요.

서울의 어느 호텔 방에서(?!) 위스퍼 톤 연습을 시전하는 찰리 포터

음량으로 인한 이런 공간적인 제약은 나팔을 불고 연습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점 중의 하나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그런 전용 공간을 갖는 것이 오랜 꿈이었고, 또 그 때문에 집부터 사야하고, 자리부터 잡아야 하는(...) 지난한 여정에 오른지가 이제 몇 년이나 됐는지  참... 😂 아직도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래.도! 하려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이런저런 얘기들을 적어 놓았지만, 이것은 해법을 찾고 좀 더 현명하게 연습을 하기 위함이지, 의욕을 꺾거나 포기를 종용하기 위해 적어놓는 말들이 아니라는 점! 확실히 하고 싶군요 😤 글 서두에 첨부한 쇼츠 영상을 부디 되새겨보고 기운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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