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마하기/호흡, 자세, 암부셔

숨과 호흡에 관하여 #2 feat. 애슐리 홀

by J.5 2020. 9. 11.

비교 사례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전에 다루려다 말았던 애슐리 홀의 마스터클래스도 조금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분이 설명하려는 호흡 얘기도 기본적으로는 같은데, 호흡에 관한 부분만 번역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약간의 배경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어릴 때부터 곧잘 불어서 마냥 열심히 달려오던 애슐리 홀은, 음대 4학년인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초보자가 된 듯한 현상에 큰 당혹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몇년 뒤, 보스턴의 모 오케스트라 소속이던 그녀는 자신이 솔로 초연을 맡게 될 공연을 단 1주일 남기고 다시 한번 주법이 무너져버리는 경험을 겪고는 휴직을 신청합니다. (이럴 때의 그녀는 오선 안의 2옥 도~레 정도까지 밖에 소리를 못냈다고 할 정도이니, 많은 분들이 공감되실 듯 합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동안 무언가가 잘 안됐을 때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외면 해왔던 태도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고, 효율적이고 편한 연주에 대해서 파고 들기 시작하는데, 그녀는 여기서 그 핵심이 '편하고 자연스러운', 그녀가 부르길 '수동적' (패시브) 숨에 있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녀의 얘기는 본인이 해석하고 관념화한 것이 조금 다를 뿐, 실제 현상 자체는 제임스 모리슨이 이야기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선을 막기 위해 첨언하자면, 그녀의 경우는 호흡의 양/폭을 한 숨에 부는 프레이즈의 길이와 비례하고, 숨의 높이는 음의 고저와 연관된다고 설명하며, 수동적 호흡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아래에서부터 더 높이까지 마시면 된다고 풀이합니다. 때문에 그녀는 곡을 분석하고 준비할 때 어느 타이밍에서 얼마만큼의 숨을 마시는지를 조절하고, 이렇게 해서 몸 안에 굳은 숨이 쌓이는 현상을 피하는데, 이것은 제임스 모리슨이 보여준 예시나 몇몇 학파에서 '일단 숨을 다 빼고 마셔라'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사실 애슐리 홀의 경우 스스로 체화는 되었지만 논리적인 정리가 조금 덜 되었다는 인상이 있어서...^^; 표면적인 표현들 보다는 이야기의 요점이나 현상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추가: 숨을 더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려서 떨어트린다고 생각하는 경우, 실제 공기의 위치는 더 아래쪽으로 모이게 됩니다. 파브리치오 보쏘의 팁과 병행해보면 좀더 와닿으실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결국 편한 숨에 있으며, 제임스 모리슨이 '모은다'라고 개념화한 것을 그녀는 숨의 '높이/깊이' 혹은 '강제적인' 날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애슐리 홀의 이 '강제 날숨'은 텐션이 스며든 숨이랑, 포커스를 모은 숨의 개념이 뒤섞여있는 듯 합니다). 제임스 모리슨이 얘기하는 '힘이 안 실리는 숨'이라는 것은 몸에 긴장이 스며들고 편하게 숨을 넣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얕은 숨이 편하게 나가지도 못하고 힘도 못 받는 것을 얘기한 거구요.

 

소리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몸의 움직임이 팔을 들었다 내리는것처럼 의도적이고 간단명료한 동작이 아니다 보니, 이처럼 사람마다 해석과 표현이 분분하고 트럼펫을 익히는 것이 더 어려워집니다. 고음에 관해 보편적으로 쓰이는 표현만 해도 '더 멀리 분다', '바람의 속도를 더 빠르게', '바람을 더 가늘게', '호흡을 더 아래로' 등으로 가지각색이고, 혀 얘기만 하면서 호흡은 튼튼히 받쳐주기만 하면 된다거나, 입술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틀리고 맞고가 아니라, 모두가 같은 현상에 대한 다른 시각과 설명입니다.

 

어찌 되었든 결론은 간단합니다: 편한 (=깊은)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혀나 입을 어떻게 해도 연주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고음이 안되는 것은 고음으로 갈수록 더 정교한 결합이 필요하고 심리적으로 긴장이 파고들기 쉽기 때문에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뿐이구요.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고, 장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신체적 능력이 제각각이어도 훈련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발전이 있듯, 누구나 3옥타브 솔 부근까지는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제가 아는 보편적인 의견입니다.

 

사실 저는 호흡과 나머지 부분의 뒤틀림이 완전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거의 정비례하는... 같이 맞물리는 문제라고 봅니다. 뭉뚱그려서 하나의 '상태'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때문에 형태를 잡아서 편함을 이끌어 내는 것과,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연상법 등을 사용해서 알아서 좋은 형태가 갖춰지도록 끌어내는 것, 양쪽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한 호흡 ⇔ 좋은 폼(형태)

불편한 숨 ⇔ 안좋은 폼

 

기억하세요!  크레이그 모리스 버트 트루액스, 로이 포퍼 등이 언급했듯, 많은 선생님들이 '대다수 (90% 이상) 학생들의 진짜 문제는 기본적인 소리내기 그 자체에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오늘도 트럼펫 연주와 연습에 가볍지만 건강한 양식이 되셨기를 바라며... 다음 글로 뵙겠습니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