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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호흡, 자세, 암부셔

숨과 호흡에 관하여 #1 feat. 제임스 모리슨

by J.5 2020. 8. 16.

오랜만에 동영상 하나를 번역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좋게 생각하는 영상이고, 여러 사람들이 인생 강의였다고 하는 댓글들을 보니 마음이 동했습니다. 약간의 부연설명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추가로 글을 적습니다.

 

 

금관악기 연주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자 핵심인 부분, 동시에 자칫 영원한 숙제로 남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숨'에 관한 것입니다. 공기, 호흡, 바람... 여러가지로 이야기하기도 하죠. 트럼펫이 레슨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언어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번 번역을 하면서도 단어 선택 등에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바람'에 이어 '힘' 같은 단어도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몇년 간의 고생 끝에, 지금은 기본적인 호흡에 관해서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마시는' 것도, '바람' '부는' 것도 아닙니다.

 

예시들을 조금 볼까요:

 

'하품하듯 마시고, 한숨쉬듯 쉬어라'

'겨울 유리창에 김 끼우듯이'

'따듯한 바람'

'통짜 바람'

'냅다 쌔리고, 잘 되겠거니 해라 (Blow it hard, wish it well)'

'숨으로 다트판에 다트를 쏘듯'

 

제가 '연상법'이라고 구분하는 것들인데, 정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개인적으로 구상한 것들도 몇가지 됩니다.)

또 한 편으로는:

 

'가슴을 들고 어깨를 펴라'

'목과 허리의 척추가 바로 서게'

'머리가 허공에 매달리듯이'

'한쪽 팔을 귀에다 붙이면서'

'들숨과 날숨이 끊이지 않게 한 호흡으로'

 

이렇게 형태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호흡을 불게 하기 위한 교정법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 소위 얘기하는 '요가 호흡'은 다른 방법입니다. 의도적으로 어깨를 들거나 명치를 앞으로 내밀거나 하는 동작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침들이 구체적으로 어떻든 간에, 그 도달점, 혹은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현상' 자체는 똑같습니다. 달을 어떻게 가리키든, 산을 어떻게 오르든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같다는 거죠. 이게 웃기는게, 한 쪽에서는 "깊은 숨을 가득 들이마신다"가 다른 사람의 언어로는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이상적인 호흡법은 이견이 없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는, 위 제임스 모리슨의 관점이나 워딩, 즉 '풀이'와는 약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뭐라고...크크;), 무슨 '현상'을 얘기하는지는 100% 동의한다는 겁니다.

 

많이들 촛불을 끄거나 수프를 식히듯이 '바람'을 '불라'고 하지요? (텅잉 어택은 '수박 씨 뱉듯'.) 사실 이 때의 숨은 아마도 완벽할 겁니다. 문제는 입에다 악기를 딱 가져다 대고 불라 치면, 어지간히 그 이미지를 강하게 가져가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전혀 이렇게 불지 못합니다.

 

이것은 혀나 입도 마찬가지라서, 혀나 입을 의도적으로 어떻게 조정하려고 하다보면 부자연스럽게 꼬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마우스피스나 악기를 입에 댄 상태로, '혀를 올려서 천정 쪽에 붙여야지' 하고 붙이는 것보다, 잠깐 아무 생각도 안하고 평소대로 말을 하려고 하면 혀가 알아서 더 높이 올라갑니다. 뭔가 엉켰다 싶을때, 그대로 잠깐 멈추고 목소리로 그냥 '아~' 만 해봐도 목소리도 제대로 못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입술의 경우도 그냥 자연스럽게 바람을 쏘는 입모양이 좋지만, 악기를 불려고 피스를 입에다 대고 거기에다 끼워맞추면 이미 그 모양이 안 나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근육을 똑같이 쓰지 않는다고 할까요? 오히려 입에 주의를 끄고 편하고 자연스러운 호흡만 생각하다보면 입이 알아서 자연스러운 자리로 (형태로) 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세팅과 암부셔가 조금 더 화두입니다. 빌 애덤 루틴에서 어느 특정 훈련에 대한 설명을 보고 조금 깨닫는 바는 있습니다만...)

 

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고생을 하다보면, 문득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숨이 들어올 때부터 이미 편해야' 된다는 거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부는' 시점에만 초점을 맞춰서 그런데, 실은 위에 예시로 적어놓은 지침들도 잘 보면 들이마시는 것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촛불을 끄거나, 수프를 식힐 때의 바람을 불 때에는 거기에 걸맞는 방식으로 호흡을 들이마십니다.

 

관점을 조금 바꿔 보지요. 평상시에 숨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것을 의식하시나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 끊임없이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의식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뭔가 불편해지죠. 그냥 말을 할 때에도, 숨은 생각보다 많이, 끊임없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할 때나 노래할 때, '바람을 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의식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집니다.

 

그러면 위 영상에서 제임스 모리슨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이쉬는 호흡을 어떻게 개념화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마신다 / 채운다' 등이 아니라 → (몸통을) 비운다 / 연다

 

부는 것 역시도 푼다 (풀어놓는다), 내린다 / 놓는다 / 떨어트린다 라던지... 위에 여러가지 연상법들도 있고, 말이나 노래를 한다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사실 들숨을 잘 하고서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면, 내는 것은 크게 잘못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떻게 한다기 보다는, 숨이 알아서 나가는 식으로다가요.

 

제임스 톰슨의 기초 어택 연습 - 왼쪽이 맞는 모델, 가운데와 오른쪽은 잘못된 예시입니다.

부는 느낌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배꼽 위쪽으로는 힘 줄 데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편하게 불 때에는 하단전 안쪽에 힘이 맺히는 느낌이 올 겁니다. 또한 배꼽 아래라는 말은 앞쪽 뿐만이 아닌, 배둘레햄(...)과 뒷구리까지 포함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뒷구리로 분다'같은 생각을 할때도 있네요. (숨을 강하게 쓸 때는 등과 날개죽지 쪽까지도 조일 수 있는데 이것은 명치를 내미는 것과 같은 맥락 같습니다.)

 

잘 불리고 있을 때 체내의 느낌은 진공 상태에 가깝습니다. 음역이 변하면서도 숨 자체의 느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야 합니다. 위 영상에서 '힘을 모은다'고 할 때의 느낌과도 통하고... 예를 들어 '한숨' 느낌이라면 음역에 상관없이 계속 한숨을 쉬고 있는 느낌이어야 합니다. (고음에서는 더 깊은 한숨일 수는 있겠네요.) "엠"이나 "뿌와"라고 말하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도 되구요. 디저리두를 사셨으면 계속 디저리두를 불고 있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또한 쉼표 등에서 빠르게 쉬는 숨은 헐떡이거나 수영할 때의 호흡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사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 의견이나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조만간 순수 블로그 활동은 어느정도 정리하려는 생각도 있고... 이번 글이 폭탄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만, 중요한 주제라서 양껏 써 보았습니다. 사실 정리만 제 나름대로 한 것이고, 대가 분들 말씀 옮겨적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드네요 ^^;

 

이 다음에는 일견 상반되어 보일 수도 있는, 다른 분의 예시도 한번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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