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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초급-중급-고급 나팔의 차이

by J.5 2018. 9. 29.

댓글로 질문을 받았는데, 답글을 쓰다보니 아예 글로 한번 정리하는게 좋을 것 같아 포스팅을 올립니다.


기타 웹사이트에서도 종종 올라오는 질문인데요, 초급(학생용) - 중급 - 고급(프로급) 나팔의 차이가 무엇이냐? 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상급은 공이 많이 들어갔고, 초급은 좀더 투박하다고 보면 되실 것 같습니다.


자동차나 각종 운동기구들처럼 (테니스채, 운동화 등) 본질적 / 기능적으로 별 차이는 없습니다만, 고급 모델들은 대개 비싼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나팔의 경우라면 반응이 일정하고 빠르다던가, 음정이 위아래로 다 고르다던가, 톤이나 울림이 매혹적이라던가 하는 식으로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자면, 초급용 나팔은 약 2옥타브 솔 정도까지만 무난하게 걸려주고, 무게나 반응 등이 별나지 않고, 소리만 잘 나고 잘 불리면 기능적 요구는 다 충족시키는 셈입니다. 거기에 추가하자면 브랜드 고유의 감성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 정도겠죠^^


다만 무조건 비싸면 장땡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주자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나팔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나팔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똑같은 고급 차량이라도 대형세단, 스포츠카, 오프로드용 4WD 차랑 등으로 나뉘듯이요. 농구화의 경우에는 특정 선수나 맡은 포지션의 역할에 따라서 신발들의 특성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나팔의 경우에서는 음색, 울림, 방향/직진성, 호흡에 대한 반응, 음정, 슬로팅, 조작감 등 여러 부분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게 되겠지요.


한국에는 비교적 생소한 고오급 트럼펫 제작사들...:

갈릴레오스파다인더비넨


책정등급이나 가격에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언급하자면, 유명한 구(舊) 올즈(OLDS) 사의 앰배서더 모델같은 경우 초급용으로 책정되어 나온 모델이지만, 워낙 기본이 잘 잡혀있어서 그런지 당시에도 지금도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편입니다. 대만의 캐롤브라스나 주피터 등의 회사들도, 원래는 고급 브랜드 나팔의 부품들을 제조 / 납품하던 그룹이 모태이기 때문에 중급 정도의 가격대에 프로급 나팔들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심지어 입맛에 맞춘 다양한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합니다.)


그러니 단순하게 가격으로 나팔들을 나열해서 수직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한테 맞는 나팔이 어느 것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초보자 분들에게 무턱대고 비싼 것을 사라고 권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다 보면, 그리고 여러 나팔들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각이 생기거든요^^


사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 특히 금관이라면 - 연주자 본인이 악기가 되는 것이고, 또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실력이 어느 이상 되면 수준이 높은 악기 중에 적당히 골라서 부는 분들도 꽤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아티스트 계약/후원 조건이 좋은 회사의 모델을 쓴다던가요. 


결론은

- 퀄리티와 성능에서의 차이는 있다.

- 기능의 된다 안된다 여부의 차이는 없다.

- 어떤 부품이 어떻게 쓰였냐는 - 메이커 / 모델의 개성일 뿐 - 급 차이와는 관련이 없다.

- 결국은 취향 / 감성에 얼마나 더 세세하게 맞는지가 관건.



p.s.

트럼펫은 그 구조가 극히 단순, 솔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이나 미세한 차이에도 민감합니다. 각 관이나 피스톤/밸브의 아구(?)만 생각해도 알 수 있지만 아주 정밀한 악기입니다. 부품 자체의 퀄리티도 중요하겠지만 종국에는 디자인과 조립, 미세조정 등에서 오는 차이가 큽니다.

예 1) 튜닝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스파다(Spada) 사 창립자인 르네 스파다의 팁 중에는 심지어 '하부의 2번 밸브캡은 적당히, 1번, 3번 밸브캡은 꽉 끼우는 것이 좋다' 같은 것도 있다고 하더군요. (여담이지만 얼마 전에 스파다에서 튜닝한 트럼펫을 한번 불어보고는 대단히 감탄했습니다. 실력은 확실하구나 싶더군요.)

예 2) 제작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브레이싱 위치만 조금 바뀌어도 그렇게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한때 꽤 선전했던 캐논볼의 경우에는 그냥 B&S 나팔에다가 작은 돌멩이 하나 붙인 거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캐논볼 역시 홍보영상에 그 차이가 크다고 강조합니다.)

예 3) 튜닝슬라이드 아랫다리 끝에 녹이 생겨서 약 3mm? 남짓만 잘라내었는데 (제작자, 수리공 모두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함), 차이가 대단하지는 않을지언정, 마치 운전할때 자동차 뒷바퀴가 닳아서 미끌거리는 듯한 '뒤쪽의 불안정함/느슨함'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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