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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칼리키오 2벨이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는데... #1/2

by J.5 2019. 8. 5.

하아... 한송이 칼리키오를 피우기 위해 작년부터 호갱님은 그렇게 울었나보다...

 

여러분,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ㅜㅠ 쓰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우선 작년에 R2/7을 받고나서 지금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1편으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테스트에는 시간과 돈, 노력 등의 비용이 들어가는 법이지만, 이 정도로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R2 벨을 받아서 써보고, 일반 2벨을 써야겠다고 이야기 꺼낸 것이 정확히 1년 전이더군요. 1년 전!

 

R2 벨에도 약간의 흠은 있었습니다. 벨 테두리에 살짝 갈라진, 혹은 찍힌 자국이 있었어요. 아쉽긴 했지만, 외관상의 작은 흠집 정도라고 생각해서 별말 없이 넘어갔지요.

 

문제는 새로 제작해 받은 튜닝 슬라이드였습니다. 핏이 너무 느슨해서 - 자기 혼자서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워터키를 잡고 물이라도 빼려고 하면 혼자서도 밀릴 정도로 - 몇 분 불다보면 안에서 김이 찼던 것이 스멀스멀 맺혀서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별것도 아닌게 간질간질 신경이 쓰여서 미치겠더군요.

 

이 때는 존 두다 어르신의 몸 상태나 주변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하게 바로 추가 주문을 넣기보다는 R2/7을 좀 더 불어보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따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다가 우선 튜닝슬라이드의 다리 부분에 도금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니켈 등의 재질로 도금해서 해결하기도 한다던데, 진동 전달에 강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천에 백금으로 도금을 했었습니다. 이 때가 2018년 9월.

 

1차 도금은 피트감이 딱 좋았지만 물이 계속 새길래, 한겹을 더 씌워봤습니다. 결과는 상당히 뻑뻑한데도 증상이 없어지지는 않더군요. 한가지 깨달은 점이 있는데, 결국은 극히 미세한 틈으로도 김은 차기 마련이고, 겉파이프 출구 쪽에서 틀어막아주지 않으면 물은 샐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도금 재질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부분인데, 표면이 매끄러운 재질이면 이런 증상에 큰 도움은 안되는 듯 싶습니다만, 다른 재질로 검증을 못해봐서 심증에 그치게 되네요. 나팔이란게 구조 자체는 단순하지만 극도로 정밀한 악기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 부분은 올 5월에 새로 다리부분을 받고 다시 맞춰놓은 상황입니다. 일부러 다 안들어갈만큼 두껍게 해서 보내준 다리를 이쪽에서 살살 갈아서 맞추고, 현재 워터키도 구 슬라이드와 신 슬라이드간에 스왑해주었습니다. (새로 만든 튜닝슬라이드에는 워터키 부품이 떨어져서 3번 슬라이드용 작은 녀석을 갖다 붙였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이베이에서 칼리키오 2 벨을 달고 있는 매물을 두개 찾게 됩니다. 원래도 흔치 않은 벨이라서 양쪽 다 접촉해보았더니, 개인 판매자는 물건에 대한 이해는 떨어지는데에 반해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는... 장사꾼 냄새가 많이 나서 포기하고 (요즘 칼리키오 시세가 폭등하긴 했습니다만... ㅠ), 네덜란드의 한 가게에서 벨칸토 바디에 바하벨과 칼리키오 2벨로 구성된, 스파다 트럼펫을 괜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3~4개월동안 할부로 지불할테니 완불하면 보내줄 수 있겠냐?' 했더니 흔쾌히 알겠다고 하길래, 완납을 마치고 2019년 1월에 이 물건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받아보니 이게 웬걸... 받아서 살펴보니, 벨들이 바디랑 제짝이 아니더군요. 벨과 밸브를 끼워맞추는 곳의 요철이 안맞습니다. 심지어 칼리키오 2벨은 억지로 끼워맞추다 보니 벨이 전체적으로 완곡하게 휘어져 있고, 벨이 펴진 쪽도 반듯하지가 않아서 세워놓고 건들면 흔들흔들......

 

아놔...

'이거는 가게에서 몰랐을 리가 없을텐데... 대놓고 이렇게 판걸 보니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겠구나' 했습니다. 몇백 불이라도 환불받고, 어찌저찌 손을 보거나 내쪽에서 되팔던가 해야 하나 하던 차에,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환불받고 싶다고 하니 의외로 군말 없이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휴... 돌려보내는 것도 같이 온 트리플케이스는 너무 커서, 이건 중고값 주고 제가 가지기로 했습니다. 덩그러니 케이스만 남았네요. (위 사진 소파에 놓인 갈색 케이스입니다.) 뭐 플루겔혼도 들어가고, 짐가방 삼아 유용하게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

 

환불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저는 유로로 지불을 했는데 미국 달러로 환불을 해주고, 페이팔 상의 환불 시스템이 아닌 '송금'으로 돌려주다 보니 환전 수수료와 송금수수료가 붙어서 손실이 나서... ㅜㅠ 험악한 얘기가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양측 다 예민한 상태로 문제를 조율하던 중, 이 총알로 뭘 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

'에라 X발, 이 참에 플루겔혼이나 새걸로 사자!'

해서 구입한 것이 바로

 

네, 반 라아의 BR2 되겠습니다(...). 뭐가 되려고 그랬는지, 뭘 살지 정하고 알아보니 마침 네덜란드의 그 가게가 반 라아의 공식 딜러더군요? 허허 거 참. 그래서 결국 환불 얘긴 없던걸로 하고, 예전 지불했던 금액에 추가금을 얹어서 BR2를 구입했습니다. 옛날부터 켜켜이 쌓여온, 중고매물에 대한 불신이 폭발해서 학을 떼버린 결과라고나 할까요. 결론적으론 대만족입니다 하하.

 

이러는 와중에도 존 두다 어르신과는 틈틈이 연락을 하고 있었고, 바하 43G 스타벨이라도 대체품으로 구입할까 했었는데, 기적적으로 상황이 조금 풀리면서 다시 벨을 만들 수 있다고 답장이 오더군요! 이 때가 3월 15일.

 

이게 꿈이야 생시야...

그리고 이 참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다른 리드파이프를 한번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R2벨을 불면서 느낀게, 7번 파이프와는 잘 맞지 않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스탠다드 2벨이랑은 어울릴지도 모르는데, 그 전에 스파다 모델을 불어봤을때 호흡이 많이 빠지는 벨칸토 바디에서 울림이 너무 좋은걸 보고 뭔가 와닿은게 있었습니다. 일단 후보 선상에 올려놓은 것은 3가지:

 

  • 2번 리드파이프와 비슷하지만, 살짝 더 저항감이 있다는 3번 파이프
  • 칼리키오 버전의 마틴 커미티 파이프라는 5번 파이프. 한때 2번 벨과 많이 애용됐었음. 슬롯팅이 굉장히 느슨하고 소리가 (모이지 않고) 흩뿌려지며, 7번 파이프와 비슷하게 저항감이 앞쪽에 가까이 와 있음.
  • 칼리키오 파이프 중 가장 열려있다는 9번 파이프.

존 두다 어르신의 상태를 보았을 때 아마 이번이 마지막 주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었습니다. 향후에 파이프 정도야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9번 파이프로 결정!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본문 첫 사진에서 리드파이프도 알아채셨을 것 같네요 ^^

 

깔끔하게 잘 뽑힌 9번 파이프...! 안만들어주겠다던 부분들까지 다 해서 넣어주시고... 너무 예쁩니다^^ 그런데 핑거훅을 깜박하셨네요(....).

#9 리드파이프 - 두려웠던 점:

프레디 허바드 모델로 알려진 조합이 3/9L (L = 라지 보어) 인데, 칼리키오에서 제공하는 가장 큰 셋업입니다. 제 기억이 맞으면 칼리키오 홈페이지에서도 9L 파이프는 '직접 불어봤거나 확신이 없으면 섣불리 구매하지 말라'고 써놨던 걸 본것 같은데... 게시판에서도 3/9L에 대해서는 '저항이 아예 없는것 같다'거나 하는, 무시무시한 피드백들이 있어요. 2 파이프도 충분히 열려있는것 같아서 2/2 조합도 버겁지 않으려나 하던 차에 좀 무서웠는데...

 

#9 리드파이프 - 기대했던 점:

반면, 일반적인 ML(미디엄라지)보어 2/9는 올라운드적인 성향이고, 충분히 불만하다는 얘기도 보았습니다. 또 한가지, 가렌이라는 칼리키오 팬(?) 분이 다양한 조합(1s/2, 1s/7, R2/9, 3/10M, 3/9L)을 들고 ITG 회장에 가서 연주자들에게 불어보게 하였는데, 개중에 가장 10점 만점을 많이 받은 (30명 중 11명) 모델이 R2/9 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링크). '팝스' 맥러플린도 호흡을 잘 받는 스타일의 나팔로 칼리키오 2/9(리드용)와 카퍼 2/9(클래식용) 모델을 추천했었습니다 (링크). 마지막 근거로는, 칼리키오의 스탠다드 모델들 중 2번 벨이 들어간 유일한 모델이 칼리키오 2/9 이라는 점이었습니다. (※ 7번 파이프를 쓸 때의, 브레이싱 등의 세세한 세팅이 그대로 9번 파이프 세팅에도 유지된다는 것 역시 은근한 장점이었습니다. 다른 부분들은 건드리지 않고, 말그대로 리드파이프만 바꿔 갈아도 된다는 얘기거든요. (링크))

 

그래서 결과가 어땠냐구요? 두구두구두구~~~~

 

실은 저도 아직 완전히는 모릅니다 하하 ^^ (....)

 

스노우뮤직에 가져가서 일단 벨만 바꿔보기로 한 상태라서요. 하지만 이 정도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2/9 조합은 아주 유망(promising)합니다.

 

튜닝 슬라이드 쪽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나서, R2/7을 스노우 뮤직에 쭉 맡겨놓았던 상태였는데, 이번에 가서 위 사진처럼 리드파이프를 번갈아가면서 불어보았거든요. 자세한 느낌은 2부 글에 적겠습니다만, R2/9 조합에서 특유의 '마법'을 느꼈습니다. 완전히 바디에 붙이고 나면, 혹은 불다보면 또 약간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번에 불면서 그 '....!' 하는 게 있었어요. 일반 2번벨을 붙인 뒤에 역시 2/7, 2/9 조합도 테스트해보고 최종결정 하겠지만, 애초에 R2/9 이 있었으면 굳이 새 벨을 찾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염려했던 호흡문제는 '확실히 열려있긴 열려있구나' 하는 정도인데... 걱정만큼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스파다 벨칸토가 훨씬...; 불어봤던 것중에는 플립오크스 와일드씽 트럼펫하고 엇비슷한거 같네요). 신기하게도 나쁘거나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고, 플루겔혼 불때처럼 호흡이 기분좋게 후욱 나가주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놀랐던 점은 고음이 7번을 쓸때보다 더 자연스럽고, 풍성하게 열린다는 겁니다. 입술에 오는 저항이 덜한 것이 저한테 더 편하달까...? 7번처럼 저항이 있는 파이프는 그 저항에 기대어서 밸런스를 잡고 불어야되는데 (대신 익숙해지면 주력소모 없이 정말 쉽게 불립니다. 장난감 갖고 놀듯?), 저는 그냥 훅 부는게 자연스러운 성향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 두어달은 1s/2 를 불다보니 호흡을 좀 더 쓰는게 익숙한지도 모르겠구요 ^^. 참고로 지금 돌이켜보니 2번 파이프가 반응이 독특하기는 한가봅니다. 9번 이녀석은 어떤 음을 불어도 그 느낌이 항상 꾸준하더군요.

 

뭐, 아직은 길어봤자 한 10분 전후 불어본 것 밖에 안되니까요...^^

다음에 2번 벨을 테스트해보고 나서 이어 쓰도록 하겠습니다!

 

※ 흥미로운 정보 한가지: 칼리키오의 스탠다드 조합들 중에 1s-2-3/R3 벨을 통틀어 전부 매칭을 이루는 리드파이프는 9번 리드파이프가 유일합니다. 2번 벨을 빼고 봐도 1, 3번 벨 양쪽에 다 매칭이 되는건 가장 인기있는 2번, 7번 리드파이프 뿐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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