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가는 서초구의 스노우뮤직에서 잠깐 기회가 되어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사실 오다가다 시간이 애매하게 비어서 잠깐 인사나 드리려고 들린 거였는데...^^ 슬슬 일어나려는 찰나에 이번에 이 녀석이 들어왔다고 한번 보겠냐고 하셔서, 당연히 네! 하고 덥썩 받아보았죠 하하.
디지 길레스피는 현대 재즈트럼펫의 아버지라고 불리울 만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죠. 황소개구리마냥 부풀어진 볼이랑 위로 휘어진 나팔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아직까지도 재즈와 나팔의 아이콘으로서 그를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 몇년간 그의 휘어진 벨을 차용한 모델들이 몇가지 나온 적이 있는데, 그 중에는 한국에 비교적 친숙한 브랜드인 캐롤브라스의 것도 있습니다. 이 모델이 특별한 이유는, 일반 트럼펫이 아닌 포켓 트럼펫에다가 이런 삐딱한 벨을 공식적으로 차용한 (아마도) 첫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상당히 이례적이면서도 참 귀.... 귀엽습니다.
일단 케이스부터 정사각형 모양으로 가죽+천으로 예쁘게... 살짝 고풍스럽게? 되어있구요, 꺼내서 딱 손에 잡아보는데 '오우...'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무게도 묵직하지만, 만듦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캐롤브라스 사(社)가 가격을 약간 올리면서 전반적으로 좀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가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안그래도 좋기로 유명했던 제품 품질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잠깐 불어본 것 뿐이지만 불리는 것 역시 다르지 않아서, 슬로팅이나 음정 간의 이동 시에 느껴지는 느낌은 견고함과 안정감이 있고, 상당히 무게감이 있습니다. 톤 역시도 마찬가지 느낌이구요. 예전에 주피터의 416S 포켓 트럼펫은 말그대로 포켓 트럼펫이었는데, 이건 헤비형이랄까... 확연히 다르더군요. 반응도 굉장히 고르고, 전 음역대에서 일관적인 느낌을 보여줍니다.
다만 포켓 트럼펫의 태생적인 한계라고 여겨지는 컴팩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더군요. 경향이 약간 두터운 쪽이다 보니 이런 부분은 반대급부적으로 좀 더 두드러집니다. (워낙에 단순 솔직한 악기이다 보니, 나팔과 관련된 디자인 요소들은 언제나 제로섬... 이를테면 총 열량 불변의 법칙같은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한줄로 세워서 절대기준을 논하기가 어울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기계적인 품질 쪽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야마하인데, 취향에 따라서는 이제 캐롤 쪽이 넘어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특기할만한 점으로는 - 잠깐의 테스트였지만 - 마우스피스 쓰로트가 좁은 것보다는 넓은 것이 잘 어울리더군요. 토요일 모임에서 보는 겟젠 나팔 하나도 그러던데... 쓰로트가 작은 피스는 갈피를 못 잡는 느낌입니다. 넓고 시원한 호흡으로 훅~훅 불어서 울려주면 좋습니다.
가격은 품질 좋은 중고나팔 가격 정도 하더군요. 어디라도 들고 나가면 시선 끄는 데에는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 ^ㅁ^
연주 영상은 믿고 볼 수 있는 혼트레이더 사장님, 스티브 딜라드 어르신의 영상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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