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저의 주 나팔로 활약하였던 로울러 C7을 잠시 미국 테네시로 보냈습니다.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은 스텝보어에서 실린더형 (일체형) 보어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호흡 사용에 있어서 좀더 보편적인 스타일로 가는 것이 범용적일 것 같았고, 예전이나 앞으로나 스텝보어의 특징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도 스스로 의문스러웠기에...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욕심을 내볼까 하고 있는데, 마우스피스 리시버가 섕크를 조금 더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항상 느낌이 그렇더군요. 쑤욱 좀 깊이 박혀줘야 마음이 든든하달까?) 이메일로 같이 문의해보았더니, 리시버를 더 파서 맞출 수는 있는데 갭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저 남는 공간이 너무 신경쓰여요...! (※ 저렇게 남아서 나오는 부분은 갭이 아닙니다! 갭은 리시버 안의 공간입니다.)
트럼펫과 마우스피스 사이의 갭 (Gap) 이란?
리시버 속의 리드파이프가 시작하는 부분과 마우스피스 섕크의 끝 사이에 남는 공간을 갭이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언급되는 것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사실 상당히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갭이 줄어들면 소리가 어두워지고 음정과 반응에서 좀더 유연해진다고 합니다. 벌어지면 좀더 밝고 명확해지구요.
미국의 양대 메이커들 간에도 바하 측에서는 갭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쉴케 측에서는 갭이 없이 섕크 끝에서 리드파이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서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온다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야사(?)는, 옛날에 GR의 창립자인 개리 랏트케 씨가 쉴케 씨에게서 나팔과 마우스피스를 제작받았을 때엔 쉴케 씨가 갭이 정확히 0.125인치(3.175mm)가 되도록 만들었었다고 하는군요. (원문 링크 - 프로 연주자이자 GR의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스크라이버 씨가 남긴 말입니다.) 현재의 쉴케 나팔은 확실히 좁은 갭(1mm 안쪽)에 알맞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만...
여하간, "어디 나팔은 어느 마우스피스랑 궁합이 좋고 어떤 거랑은 궁합이 안맞더라" 하는 것은 많은 부분이 이 갭에 대한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는 주변 분께서 야마하 8335RGS를 구입하셨는데, 다른 피스로 시연해볼 때는 다들 좀 갸웃갸웃한 반응이었으나 야마하의 마우스피스를 꽂으니 그제서야 나팔이 제대로 살아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나팔을 보낼 때 마우스피스 4종류도 같이 넣어서 보냈습니다. 사실은 답장이 안와서 방금 로이 로울러 씨랑 전화통화를 했는데...^^ 현재 갭 세팅이 어떤지 우선 확인하고, 가능하면 조금 더 긴 리시버를 커스텀 제작해서 제가 C7에 사용하고 싶은 마우스피스들 간에 절충되는 갭에 맞춰보자는 쪽으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GR / 밥리브스 / 모넷 / 해럴슨(카피)). 로울러 씨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규격 외의 리시버를 설치하는 것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아마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고, 직접 한번 점검해보겠다고 하시네요. 브레이싱 위치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하신다구요.
일단은 로울러 씨에게 도착하는 데에 1~2주 정도 걸릴 것이니 기다려봐야겠네요. 미국이랑 오가면서 관세나 안 물었으면 좋겠습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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