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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칼리키오 (Calicchio) 1s/2 - 구입과 그 후 고생기

by J.5 2015. 6. 5.

러시아에서 박스가 왔습니다.


케이스도 없이 보낼 줄 알았는데 웬걸, 꽤 잘 포장하고 밸브가드까지 같이 넣어줬더군요.

그러나 이 때 느껴진 일말의 불안감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을 줄이야...!


5월 중순, 오랜 탐닉의 대상이었던 1s/2가 도착했습니다.


이베이의 개인 판매자에게서 구입했었는데, 한바탕 고역을 치뤘네요.

판매자 말로는 새 제품을 구입해서 연주하다가 상당히 오랜 기간을 방치해두고, 이번에 초음파 세척을 하고 보낸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나 상품 설명이 신동품 급이었던 것에 비해, 분명히 큰 하자는 없고 전반적인 상태도 좋지만, 중고 나팔스러운 모습들이 역력한 녀석이었던 겁니다. 저는 경미한 도금 손상이나 생활 기스 정도까지만 허용 범위를 뒀었는데, 미세 덴트들이나 관 압력 등이 새 나팔같지는 않더군요. 전문가 분들의 말씀을 빌리자면 "그냥 쓴" 상태요, '굳이' 수리받을 곳은 없는 정도?



기분은 좀 나빠도 그러려니 하고 쓰려고 했는데, 다른 건 몰라도 리드파이프 아래쪽을 따라 실버 마감이 조금씩 보글보글한 모양새가 도무지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가 없더랍니다. 특히나 비교적 많이 벗겨진 곳을 보니 색깔이 황동이 아닌 붉은 빛을 띄고 있다는 점이 말이지요. 소리나 느낌은 죽이는데... 이걸 어쩌지.


지금까지 수리하시는 분들 두 분과 프로 한 분에게 보여드렸는데, 결론적으로는 '나팔 자체만 맘에 들면 별 신경쓸 정도는 아니다. 그냥 불어라.' 였습니다. 부식이 맞기는 한 것 같지만, 부식이라고 한 분도 "땀에 산성이 강한 사람이라 겉에만 조금 벗겨진 것 같다. 더이상 진행되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고 하시긴 하더군요.


상태도 좋고 별일 아닌데 왜이렇게 까탈스럽냐면... 사실 저는 신품을 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모으고 있으려니 작년에 제작자이신 존 두다(John Duda)씨 께서 은퇴를 해버리셔서, 최대한 좋은 상태의 녀석을 사기로 스스로 타협을 한거라... 일단 전체 점검/수리(오버홀)이나 리드파이프 교체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칼리키오 공인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봤는데, 놀랍게도 존 두다씨께서 직접 답장을 주시더군요. 일단 리드파이프 교체나 1s/2 → 1s/7으로의 모델 변경 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셔서 마음은 놓았습니다만, 언제 명맥이 끊길지 모르기 때문에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하지 않나 하는 조바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습니다만... 존 두다 씨가 의외로 한국과 인연이 좀 있으시더군요! 즐겁게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이베이 판매자와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결과, $400을 돌려받고 거래를 마무리지었습니다.


현재 두다 씨에게 보내서 점검이나 변환을 할까 아니면 그냥 가지고 불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 악기 자체에 대한 감상은 다음 글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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