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바빠서 생각보다 글이 늦어졌네요.
칼리키오 1s/2를 대변하는 가장 유명한 문구는 역시 제작자인 도미닉 칼리키오가 남긴 "Trompeta, di tutti trompeta"입니다. 삼국지에서 "사람 중의 여포, 말 중의 적토마"라고 하듯, 도미닉은 이 나팔을 두고 "모든 트럼펫 중의 트럼펫"이라고 했습니다. "괴물같다"는 말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곧잘 쓰이는 수식어입니다. 불다 보면 참 맞는 표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여 이 나팔을 십분 살리지는 못하지만, 처음에 지역 나팔 동호회에 이 녀석을 들고 간 날의 임팩트는 대단했습니다. 인원은 10명 안쪽으로 많지 않았지만, 다른 모든 나팔 소리를 제압해버리더군요. 심지어는 퍼스트 악보의 아랫음을 불고 있는데도 전공자가 불고 있는 윗쪽 화음까지 잡아먹었습니다. 소리의 밀도나 알맹이도 굉장하고... 전반적인 디자인도 독특하지만 1s 벨은 정말 특출난 디자인 같습니다. 나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배음(오버톤) 패턴 자체가 강렬하지 않나 싶은데, 원래 이 나팔이 프로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게 된 이유가 어떤 소리라도 뚫고 녹음이 잘 되는, 즉 프로젝션과 수음 특성이 뛰어나서였기에, 과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더군요.
칼리키오의 나팔들은 '빠른 공기'를 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확실히 고유의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리드파이프별로 개성들은 많이 다른데, 2번 리드파이프 같은 경우는 꽤 열려있는 느낌입니다. 기존 나팔을 불다 처음 불면 저항이 적어서 버징이 잘 안걸리지만, 이 나팔은 '비효율적인' 나팔은 아닙니다. 호흡 반응이 독특한 편이지만 한 1~2주 동안 이 녀석만 붙들고 불다보면 곧 익숙해집니다. 감이 잡히면, 그냥 질러버리면 그대로 쭉 나가버리는 반응을 보여줍니다.
1s/2는 여러 모로 세팅이 높게 맞추어져 있는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록 음과 음 간격이 좁아지는 느낌이고, 음정 슬로팅이 느슨한 편입니다. 2옥 솔 부근부터 나팔이 물만난듯이 살아나는 느낌이 있고 (판매자 말마따나 고음에서는 날라다니는 느낌), 저음으로 가면 음정을 딱딱 잡아주는 편이 아니라서, 좋게 보면 벤딩이 자유로운 편이고 안좋게 보면 주자의 기틀이 잘 잡혀있지 않을 시 음정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즉, - 불기 나름이긴 하지만 - 초보에게 추천할만한 나팔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음색 조절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만, 이 나팔은 특유의 강렬하고 폭발적인 개성이 강해서, 그 용도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리드 트럼펫 용으로 스탠다드 취급을 받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지요. 개인적으로 톤 자체는 아주 좋아합니다. 음역대에 관계없이 항상 균일하게 옹골차고 강렬한 음색을 보여줍니다. (어머님 말씀으론 '씩씩하다'고...)
도미닉 대에서는 품질관리가 어느정도 되다가, 도미닉 은퇴/사후 외손자인 크리스 웨이크(Weik - 바이크?)가 몇년 간 만들었었는데 이 때의 칼리키오는 품질 편차치가 꽤 심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이후 존 두다(John Duda)가 공정을 이어받으면서 나팔의 품질관리가 굉장히 좋아졌다는 평이 대세이며, 모델의 디자인 자체에도 마이너한 개량 (튜닝슬라이드 브레이스를 두개에서 한개로 줄인다던가)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훕 반 라(Hub Van Laar)'로 스폰서 사를 옮겼지만 오랜 기간 칼리키오 1s/2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척 핀들리 (Chuck Findley) 의 '네이쳐 보이' 연주입니다. 척 핀들리의 모델은 라이트 벨이라고 합니다만... 참고로 1s/2는 특유의 심지 굵은 소리 덕분에 라이트 벨을 장착해도 소리가 날리지 않는다는 평이 많더군요. 또 한가지 야사(?)에는 척 핀들리의 나팔이 워낙 좋아서 그 이후에 여러 사람들이 1s/2를 주문했었는데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척 핀들리가 가진 1s/2 에는 못미친다고 하여 실망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캔스툴의 1502와는 예상보다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캔스툴 1502는 여러모로 스탠다드(바하)적인 느낌과 어느 정도 절충을 한 느낌이고... 소유중인 1s/2의 압력 등을 손보고 나서 다시 생각할 일이지만, 저항/반응은 캔스툴 쪽이 좀 더 있는 느낌이고, 1s/2의 강렬한 음색은 85%정도 재현하는 것 같습니다. 슬로팅도 좀더 명확한 편이고,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1s/2 쪽이 연주에 강점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카피 모델이라기 보다는 재해석 내지 변주 모델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칼리키오 트럼펫들은 전부 1인~2인 수제작에 가깝고 밸브/피스톤 역시 직접 만듭니다 (갭이 굉장히 타이트합니다. 그리고 수리하시는 분들은 피스톤을 수리할 일이 있을 때 붙잡을 곳이 없어서 애를 좀 먹는다고 하더군요). 한 해에 많아도 70~90대 정도만 생산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시리얼의 앞번호 변경은 제작상황에 꽤 비중있는 변화가 있을 때 - 즉 공방 위치를 바꿀 때나 주 제작자가 바뀔 때에 - 한번씩 바뀌었다고 합니다), 1s/2와 1s/7이 가장 많이 팔린 모델들로 알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프로들이 전문적으로 사용한 모델은 1s/2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작된 개수에 대비해 프로 사용도(%)가 가장 높은 것이 칼리키오, 그 중에서도 1s/2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하는데 아마 크게 틀린 생각은 아닐겁니다.
사실 가능하면 직접 연주해서 샘플 파일을 같이 올리고 싶었는데 시간이나 실력이 아직 부족한거 같아서 글부터 올립니다. 점검 이후 기회가 되면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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