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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호흡, 자세, 암부셔

가장 도움이 되는, 가장 간단한 팁들 - 호흡, 자세, 릴랙스 등

by J.5 2025. 9. 30.

트럼펫은 elusive 하다고 합니다. 미꾸라지처럼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잘 빠져나간다는 거죠.

후임을 가르치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들을 계속 돌아보다 보니, 저 스스로도 조금 더 자각하고 점검하게 되네요. 연차가 쌓여가며 조금씩 '아...' 하고 조금 더 알 것만 같고, 미끄러져 나가기 쉬운 그 감각들이 아주 천천히 인식과 지각(知覺)의 범주에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필 스미스도 언급했듯, 트럼펫 연주자라면 어느 시점부터는 그동안 보고 듣고 익혔던 것들을 스스로 정리하는 (elaborate) 과정이 동반되게 되는데, 요즘에는 이런 것들이 한데모여서 트럼펫을 다시 익히는 것 같은 느낌이 좀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릿느릿 날카로워지는 것은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어서... 녹음을 해보자고 곡을 연습하다 보면, 근본적으로 못쓰겠다 싶은 부분들이 돋보기나 어안렌즈로 보는 것마냥 크게 불거져보입니다. 10년도 더 전에, 모 커뮤니티에 어쩌다가 프로 주자분이 녹음을 한곡 올리신 적이 있었는데, MP3 태그의 앨범이랑 곡명 란에 '드릅다' 라고 써놓으셨더라구요. 저는 들으면서 '와 좋은데?' 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서 '이걸 왜 '드릅다'고 하셨을까...' 했는데, 어떤 마음이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산책 풍경 #1

요즘 연습을 하다 보면 가장 간단한 것들이 가장 도움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후' / '합' / '허업'. 그리고 말하듯이.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하다보니 그런지, 최근에는 워밍업 루틴이 거의 고정입니다.

입술을 풀고 루틴의 처음으로 하는 '후'말컴 맥냅의 워밍업을 조금 변주해서 하는 중이구요. 그 후에 카루소 6음으로 2옥 도까지 가서, 마지막으로 스탬프 3번 (이건 커완 선생님한테 레슨 + 말컴 맥냅의 언급) 을 합니다. 일단 이걸 기초로 하고, 시간이 여유가 있거나 한번씩 생각날때면 가벼운 텅잉 연습도 잠깐 곁들이는 정도입니다.

지금 보니 말컴 맥냅의 영상은 처음 번역한 지가 거의 5년이 되어가는데, 그 동안 저 '후' 연습을 하면서 '말 하는 듯이' 모드에서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좀 더 뚜렷이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 중순에 크리스 게커의 여름 훈련 루틴을 한바퀴 돌았었는데, 그 때에도 '이야기를 나누듯 해야한다'는 설명에 깨달은 게 많았거든요.

일단 '후'에서 신경쓰는 것은 ~'엠'과 곁들여~ 전반적인 몸의 이완과 더불어, 특히 혀의 이완과 그에 따른 포지셔닝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더 좋은 상태에서 연주에 들어가면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등과 허리가 펴진다는 것.

한국에 있을 때 한의원에 정기적으로 가서 추나를 받았었는데, 나중에 선생님이 이 롤러 베개(?) 주시면서 척추 두 군데, 즉 날개뼈  아래쪽과 꼬리뼈~패인 곳 사이에 대고 5분씩 누워있으라 하셨거든요. 그 쪽 근처가 펴지는? 곧추서는? 느낌이 옵니다. 결론은 자세가 중요하다... ㅋㅋ 

마지오 훈련에서도 불기 전에 몸(고개)를 들라는 언급이 나오고, 산도발 같은 분도 곧잘 한번 들었다 불곤 하는데, 아담 라파가 말하는 '슈퍼맨 포즈'나, 정수리가 천정에 매달린 '행맨' 연상법도 그렇고 다 같은 의미라 봅니다. 사실 저는 앉아있을 때의 자세도 좋지 않은 편이지만(...), 트럼펫에 정말 독이 되는 습관이 뭔가 했더니... 수시로 손에 든 핸드폰을 보는 자세입니다. 허리랑 등이 자연스럽게 계속 굽어요. 산책을 하면서는 목과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하늘을 수시로 올려다 봤습니다. 요가나 스트레칭의 고양이 자세와도 비슷하죠?

산책 풍경 #2

재미있는 것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가능하다는 부분인데, 예전에는 무조건 '릴랙스' 하나만 붙들고 몸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불었다면, 거꾸로 이렇게 포인트를 잡아서 말할 때처럼 자연스러운 몸 상태로 트리거를 당기면 나머지 전체적인 시스템이 알아서 갖춰지는 경험이 오더군요.

'허업'은 여기저기서 곧잘 나오는 들숨 얘기기는 하지만, 근래에 봤던 것은 역시 게커의 여름 훈련 루틴을 할때 보았던 엘머 츄람피 (슈람피?)의 팁이었습니다. 이 분이 아르방 바리에이션 연주를 기깔나게 남겨놓은게 많아서 참고삼아 보다가, 뭔가 다른 영상에서 잠깐 지나가는 식으로 언급한 것 같은데... 딱히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요?

한가지 주의할 점은 몸(→특히 혀)가 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효과가 잘 안나옵니다. 전에 이 호흡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때는:

간만에 끄적끄적...

위의 그림 식으로, 들려서 퍼진 혀 밑의 양 옆 구멍으로 따듯한 숨을 들인다라고 생각을 많이 했네요. (혀가 제 위치로 가면 코브라 모양처럼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서 뱀 그림도 살짝... ㅋㅋ) 사실 요즘은 그냥 침대 위에 누워서 완전 편하게 잠드는 상태를 떠올리곤 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앵커 / KTM 텅잉도 이쪽이라고 생각해요. 한가지 중요한건 혀를 의도적으로 저렇게 만들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면 입이랑 혀가 굳어서 절대로 저 포지션이 안 나옵니다. 이완해야지만 가능해요 (적어도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합'은 옛날에 켄 라슨의 영상을 보고 머리에 남았던 건데... 지금 다시 영상을 찾아보니 저는 조금 다르게 하고 있네요(...). 

켄 라슨은 를 먼저 대고, '합'을 한 다음에 부는 방식인데... (처음 시연할때 입술이 펍 하고 닫히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옛날에 처음 봤을 땐 혀로 '홋!'인줄 알았네요;;) 이 방식도 한번 테스트해봐야겠습니다.

저는 그냥 한국인이라면 다 알만한... "합쭉이가 됩시다~ 합!" 할 때의 '합'입니다. 그리고 '합'을 하면서 동시에 붑니다. 

'합'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볼 쪽 근육의 이완입니다. 불려고 각을 잡고 있으면 볼 쪽에 긴장이 들어가면서 혀도 제 위치로 못가고 입이 전체적으로 약간 말려/오무라져 있게 되거든요. 약간... 뽀뽀하거나 빨대로 빨아먹는 듯한 형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아담 라파의 '피쉬 페이스' 언급이나 마지오의 침팬지 사진 등으로 '오해한것 아닌가...'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앞으로 모은 입술 모양으로 부는 것은 아니다는 겁니다. 제대로 주법이 갖춰진 상태에서 힘을 모아주는 방향이 그런 느낌이라는 건데 말이죠... 결국, 입의 모양에 있어서는 '바늘처럼 얇은 바람줄기'를 부는 형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걸 불기 전부터 모양을 갖추려고 하면 주법이 망가지고, 이완된 상태에서 불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점이 참... 트럼펫의 신비랄까요. (입의 셋업에 관해서는 요즘 한가지 더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좀 더 생각이 정리되면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셨으면 알겠지만, 저는 요즘 입을 다시 (옆으로) 벌리고 이완시키는 쪽으로 재훈련 중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보니 요즘 다시 무릎(혹은 뒤통수)를 탁 치는 것이 있었는데... 턱 입니다. '턱은 항상 펴져있어야 한다' 이 말이 진짜 기초적인 지침으로 많이 나오는 말인데, 이게 뭔 말인지 이제야 알겠더군요. 받침 / 버팀대(사운딩 보드)로서의 아랫입술이 탄탄하게 펴져있어야 한다는 뜻이었구나 하고...


산책 풍경 #3

캐주얼하게 적기는 했지만, 내심 '트럼펫 암부셔와 주법 개론'의 다음 정리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랄까요... 주법 개론 글은 일주일에 하나씩 골라먹을 수 있는, 짤막한 아이디어들의 집대성 같은 글이라면, 이 글은 현 시점에서 제가 채택하고 있는, 하나의 총체적인 시스템(주법)에 대한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도움 되기를 바랍니다. 아니면 생각할 꺼리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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