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마하기/긴 루틴 - 일과연습 등

크리스 겍커의 여름 훈련 #1/2 (Summer Practice, 2002)

by J.5 2020. 2. 22.

이 훈련법에 대해 언급한지도 벌써 6년이 더 넘었네요. 제 게으름과 시간의 빠르기가 새삼 와닿습니다 ㅜㅠ

 

사실 이 훈련에 대해서 더 쓰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난이도가 높아서 소화하기가 어렵다는 점 (여름방학 중인 전공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또 하나는 필요한 책들 중에 사크시 (Ernst Sachse) 100 에튀드 책이 미국에서도 쉽게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희귀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큐프레스(qPress)에서 이 훈련에 필요한 책들을 ~ 찰스 콜린(링크)만 제외하고 ~ PDF 패키지로 판매하더군요(링크)! 그래서 이번에 다뤄보고자 합니다.

 

(저는 크리스 겍커 님을 좋아해서 이 참에 전 컬렉션을 다 구입했네요. 이미 갖고 있는것도 있었지만...^^;)

 

# 번역하다 보니 분량이 너무 길어서 2부로 나누었습니다. 1부에서 다루는 세가지 플랜이 기본적인 하나의 셋트이구요, 이것들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뒤에 2부의 지침에 따라 연습에 변화(배리에이션)을 주게 됩니다. 클라크 8일, 슐로스버그 3일, 아르방 14일 주기로 짜여져 있으니, 거의 매일 다른 조합으로 세가지 교본을 다루게 됩니다. 즉 다음과 같습니다:

  1일 2일 3일 4일 5일 6일 7일 8일 9일
클라크 1 2 3 4 5 6 7 8 1
슐로스벅 1 2 3 1 2 3 1 2 3
아르방 1 2 3 4 5 6 7 8 9

Summer Practice, 2002

By Chris Gekker

여름은 가장 기본적인 훈련들을 다시 짚어보기에 좋은 시기이다. 기초를 연습한다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풀이될 수 있지만, 여기에 좋은 접근 방법 한가지를 소개한다. 필요한 것은 다섯 권의 책이다:

- 허버트 L. 클라크 – 기법 연구 (Technical Studies)
- 슐로스버그 일일 훈련 (Daily Drills)
- 아르방 트럼펫 교본 (실 사용은 #2번 교본)
- 사크시 100 에튀드 (Sachse 100 Etudes)
- 찰스 콜린 – 고급 유연성 훈련 (Advanced Lip Flexibilities)

 

1. H.L. Clarke - Technical Studies for the Cornet

시작은 클라크와 함께 하라. 이 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번에는 클라크가 의도했던 그대로 해보도록 하자: 각 과제(Study)를 가능한 가장 낮은 조로, 아주 아주 여리게 시작하는 것이다. 요는 극도로 편안하고 경제적인 연주 방식에 숙련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확고하고 또 효율적으로 호흡을 받쳐주는 (air support) 감각과, 강하고 안정적인 암부셔로 지지해주는,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바람구멍(aperture)을 가져야만 한다. 비록 가끔은 가장 높은 음역대까지 올라가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우리의 연주는 매우 “이야기를 나누듯” 해야 한다. ~ 마치 정지 상태에서는 너무나도 조용하여, 운전자가 시동이 걸려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잘 조율된 자동차 엔진을 심상에 새겨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평소 공연 시에 내는 소리보다 작게 연주할 것이니, 음색의 품질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 ~ 이 연습은 극도로 편안한 수준에서 나와 내 악기를 한 몸으로 만드는, 즉 자신의 “엔진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하루에 한 과목(Study)씩 하라. 이렇게 하면, 다양한 요구들로 이루어진 큰 틀 안에서도 매일같이 기초를 다룰 수 있는, 8일 간격의 근사한 사이클을 만들 수 있다.

 

  1번 스터디: 한 호흡에 최소 8번. 여린 속삭임처럼. 중음역대에 이르면, 몇 개는 레가토 텅잉으로 (텅잉 시에는 4번 반복). ※ 클라크 #1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Notes on Practicing” 참조.

  2번 스터디: 처음엔 각 두번씩. 악보가 멈추는 곳에서 멈추고, 그 이상 고음역대까지 이어나가지 말 것 (이것을 하는 날은 “편한” 날로 여길 것). 이 훈련들이 아주 편해진 뒤엔, 각 연습을 4번씩 반복할 것: 슬러, 싱글텅잉, K 텅잉, 그리고 더블텅잉 – 연습 내내 템포는 동일하게 유지.

  3번 스터디: 각 두번씩. 패턴을 익힌 뒤로는 텅잉도 포함시킬 것. 소프트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라.

  4번 스터디: 3번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것.

  5번 스터디: 이 연습에서는 강약조절을 하며 (각 패턴 내에서) 고음으로 갈수록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 최대한 많은 부분을 “대화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할 것. 지금 당장은 99~116번의 스케일 연습은 건너뛰라.

  6번 스터디: 기보된 그대로 연주하여, 각 연습 끝의 아르페지오 시 텅잉이 그전까지의 슬러와는 대비를 이루도록 하라.

  7번 스터디: 이번에도, 기술적으로 편해지면 텅잉을 포함시킬 것. 최대한 소프트하게 유지. 지금은 151~169번의 아르페지오 연습은 건너뛰라.

  8번 스터디: 7번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것.

 

첫 몇번의 사이클 동안에는, 각 스터디 말미에 있는 에튀드는 생략하고, 본 훈련(스터디)들이 충분히 소화가 된 뒤에 익히기 시작하라. 나는 스터디를 마친 뒤에 텅잉을 넣어서 에튀드를 연주하는데, 보통 슬러와 레가토 텅잉을 섞는 편이다. 클라크는 상당한 분량의 복합적인 텅잉 연습을 권하는데, 나는 2번 스터디의 훈련을 제외하면 레가토 싱글텅잉을 고수하는 것을 선호한다.

 

2. Max Schlossberg - Daily Drills and Technical Studies for Trumpet

다음은 슐로스버그의 일일 훈련 교본이다. 나는 이 책은 좀 더 짧은 주기로 세팅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3일 주기로 짜여진 루틴을 적도록 하겠다. 슐로스버그를 할 때에는 메트로놈을 사용하고, 제임스 스탬프의 조언을 항시 유념하도록 하라: “올라갈 땐 아래로, 내려갈 땐 위로 생각할 것.” 이 연습들을 할 때에는 자신의 소리를 정말 잘 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아놀드 제이콥스의 가르침도 기억하라: 자신이 지금 내는 소리가 어떤지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 그보다는, (바라건대) 자기 내면에서 꾸준히 함양하고 있는, 이상적인 컨셉트의 소리를 따라 연주할 것.

 

1일째:

  - #9 (♩=40) 각 줄마다 휴식. 전부 메조포르테로 연주.
  - #17 (♩ ♩=60) 꽉 찬 소리로, 멀리 쭉 뻗도록. 마르카토로 (크고 힘차게) 연주하지만 음이 짧게 끊어지지 않도록.
  - #25 (♩=120) 빠르고 가볍게, 아주 여리게, 전부 싱글텅잉으로.
  - #32 (♩=120) 각 마디의 다운비트(저음)는 텅잉으로. 돌체로 (달콤하게) 연주하되 꽉 찬 소리로.
  - #72 (♩=80) mp~mf 크기로, 전부 싱글텅잉, 맑고 산뜻하게.
  - #116 (♩=96) 전체를 하나의 곡으로 연주. 산뜻하고 또렷하게.
  - #117 위(#116)와 동일.

2일째:
  - #10 (♩=40) 강약을 교본대로. 겹세로줄에서 잠깐 휴식.
  - #18 (♩=80) 모든 음을 레가토 텅잉으로, 아주 소프트하게.
  - #30 (♩=60) 아주 꽉 차고, 잘 뻗도록, 최대한 강렬하게.
  - #63 (♪=120) 메조포르테. 슬러와 레가토를 번갈아서.
  - #76 (♩=60) 아주 강하게, 마르카토.
  - #93 (♩=80) 각 연습(줄)마다 휴식. 아주 꽉 차고 강하게.
  - #118 (♩=96) 산뜻하고 또렷하게.

3일째:
  - #13 (♩=40)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로 생각하라 – 슬러는 티 나지 않게.
  - #20 (♩♩=60) 레가토 텅잉. 노래하는 듯한 소리로.
  - #64 (♩=60) 메조포르테. 슬러와 레가토를 번갈아서.
  - #78 (♪=96) 아주 강하게, 마르카토로.
  - #82 (♩=80) 각 연습마다 휴식, 아주 꽉 차고 강하게.
  - #99 (♩=80) 산뜻하고 잘 뻗도록.
  - #100 (♩=80) 위(#99)와 동일.
  - #119 (♩=96) 강약은 p~mf 사이에서 동일하게 유지. 전부 한 호흡으로.

 

3. Arban - Complete Conservatory Method for Trumpet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아르방 (2권)의 14의 특별한 연습곡을 펼쳐보자. 하루에 하나를 목표로 하면 전부 커버하는 데에 14일이 걸린다. 처음 두 바퀴를 도는 동안에는 클로드 고든에게서 차용한 연습 루틴을 선호하는데, 각 에튀드를 하는 데에 20~30 분이 소요될 테지만, 대부분 곡들은 하루 안에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 곡들을 할 때에는 메트로놈을 너무 많이 쓰지는 말고, 전부 익힌 뒤에 각 곡에서 아르방 본연의 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경험해보기 위해, 군데군데 한번씩 사용해보는 정도면 된다. 이 악곡들은 스타일의 특성상 템포를 유연하게 조절(변동)할 필요가 있기에 곡 전체에 걸쳐 동일한 템포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될 일이다.

 

1번 곡부터 시작하여, 우리는 클로드 고든의 연습 방식을 다음과 같이 차용할 것이다: 우선 마지막 4마디를 4번에 걸쳐 반복하자. 다음엔 그 앞쪽에 있는 4마디를 다시 4번 연주한다. 그런 뒤에 지금 커버한 마지막 8마디를 이어서 연주한다. 이제 그 앞의 4마디 (즉 곡의 끝에서 12마디~9마디)를 4번 반복하고, 다음엔 이것을 포함해 마지막 12마디를 한번에 연주하는 것이다. 이렇게, 4마디씩 4번을 반복하고 거기서부터 곡 끝까지 완주하는 패턴으로 쌓아 나가면서 첫머리까지 도달해 곡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너무 지치지 않고 탄력을 일정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쉬어가면서 하라. 끝까지 완주하는 파트가 길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뻐근(tight)해진다고 느껴지면 짤막짤막한 휴식시간을 넣을 것. 이런 훈련 과정은 멘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이 요령이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더 이상 에튀드 한 곡을 배우는 데에 일주일씩 걸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리

한 번의 주기를 도는 데에 클라크는 8일, 슐로스버그는 3일, 아르방 연습곡들은 14일이 걸리는 것을 주목하라. 이를 따르면 기본기들을 매일 다시 습득하고 확인하면서도, 매일매일 연습을 다르게 할 수 있다.

 

공연 일정이 과하게 잡혀있을 때에는, 연습을 심하게 하려고 하지 마라. 연주 능력의 향상은 제대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는 클라크 연습곡들은 리허설과 공연 일정을 빡빡하게 치뤄야 할 때에도 아주 유익하다고 믿지만, 슐로스버그와 아르방은 좀더 여유로운 날들을 위해 남겨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오직 경험만이 당신을 가르쳐줄 수 있으며, 우리는 모두 어떻게든 남들과 조금씩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원칙만큼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동등하다: 더 나아지고 더욱 강해지는 것은 우리가 아주 열심히 훈련하고, 또 적절한 휴식을 취할 것을 필요로 한다. 둘 중 하나만 가지고는 이룰 수 없다.


여기까지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연습 세트입니다.

이 루틴들이 몇번 돌고 익숙해진 뒤의 과정은 2부에 계속(링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