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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칼리키오 2/7R 조립 - 바움 뮤직

by J.5 2024. 12. 26.

한국에 내린 뒤 1주일 가까이 지난 12월 20일, 서초동의 바움 뮤직 (Baum Musik)에 첫 방문을 하였습니다.

양재역에서 버스를 타고...
예술의 전당 건너편에서 내리면 가깝더군요
이쪽이 출입문 뒷편인데 '헉... 문을 닫았나' 했다가 통유리 덕분에 파악이 가능했습니다. 휴우...

작년 한국에 들렸을때 여분의 칼리키오를 R2/9 세팅으로 되돌렸는데, 조립이 잘 안된 부분이 있어서 상당히 마음이 상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한국에 놓아 두었다가, 이번에 호주로 가져가서 디에페스로 가서 재조립할 생각이었는데, 인사차 군산 시향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예전에 독일에 갔던 그 친구가 귀국해서 서초동에 가게를 냈으니, 기회 되면 한번 가보시라'고 하시는 겁니다.

여기 사장님이 원래 시향 선생님 제자였는데, 진로를 바꿔서 독일에서 악기 제작 쪽으로 배우러 가셨거든요. 가기 전, 학생이셨을 때 두어번 정도 인사하고 얘기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몇년 전에는 군산 시향 선생님과 주변 분들이 쓰실 악기를 제작해서 보내주기도 했었구요.

가서 8년 동안 배우고 일하시다가 와서 작년 12월에 오픈했다고 하시니, 처음 뵈었던 것이 얼추 10년 정도 전인 듯 한데, 햐... 시간 참 빠르네요.

반갑기도 하고, '아, 독일에서 제작까지 하던 분이니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어서 예약하고 찾아뵈었습니다.

넓직한 작업 공간. 통유리도 그렇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간단히 설명을 하고 작업을 부탁드린 뒤에, 방문 사진이랑 찍어서 시향 선생님께 들렸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사장님한테 연락이 가더군요. 아이고 선생님... 😂

원래 알던 사이라 그런지 아니면 시향 선생님께서 뭐라 귀띔을 해주신건지, 들어와서 편히 봐도 된다셔서 두근두근하면서 작업하는 옆에 앉아서 찬찬히 구경했습니다. 사실 신경 쓰이면 작업 집중도만 해칠까봐 어디 나가 있을까도 했었는데...; 단순작업이나 작업 사이사이에 짬짬이 말씀 나누고, 결국은 작업하시는 사진까지 막 찍었네요(...).

옆에서 지켜보는데 하나씩 차분하게 정성들여 하시는 모습이 참 좋더군요. 사실 다른 것 보다는, 모든 게 차곡차곡 합리적이었던 것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해체하고 살펴본 뒤에, 먼저 중심이 되는 벨 부터 자리를 잡고, 거치대에 올려놓은 뒤에 튜닝슬라이드 + 리드파이프가 자연스레 떨어지는 자리를 찾고, 거기에 맞추어 밸브 밸루스터(Baluster)-리드파이프 간 브레이싱 위치를 조절하고, 그렇게 리드파이프를 잡은 뒤에 정해진 벨과 리드파이프 사이의 간격에 맞추어 브레이싱을 다시 조정합니다 (위 마지막 사진). 그때그때 붙는 면의 곡선에 맞추어 브레이싱 접합부의 곡면을 조정해주기도 하구요.

저는 사실 외관적인 부분보다는 기계적인 완성도를 중요시 하는지라, 예를 들어 위 사진에서 브레이싱을 조정하면서 잔기스가 날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 하셔서 그런건 얼마든지 OK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작업을 하니 나팔의 바디나 접합면 등에 무리가 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나팔 조립을 볼 때 중요시하게 보는 것이 나팔의 몸체에 장력/텐션/스트레스가 생기는지 거든요. 마지막에 조립했던 곳에서도 그 부분에 문제가 있어보여서 마뜩잖았던 것이구요.

나중에 말씀을 들어보니 독일에 계실 때 스승님이 항상 천천히 하라고 강조하셨다더군요. "천천히 하면 한번 할 것을, 서두르면 두번 하게 된다"면서요.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마무리로 깔끔하게 납땝 똥도 떼 주시고...
파파팟...! 눈보다 빠른 손으로 마무리 광내기 작업.

교체 작업을 마치고 테스트의 시간입니다. 여기 사장님도 원래는 연주를 배우셨던 분이라, 정통 클래식적인 스타일로 잘 부시지요 :D

칼리키오의 2/7R 조합은 바하로 따지면 43(☆?)벨 + 경량형 바디의 리버스 형태랑 비슷한 세팅입니다. 선생님 피스는 보기에 바하 1.5C 정도 느낌이더군요.

리버스 용으로는 튜닝 슬라이드를 두 가지 주문했었기 때문에, 번갈아 가면서도 불어 보았습니다. 

저도 그자리에서 찬찬히 불어 보았는데... 오랜만에 분 것도 있고, 7번 파이프가 저항이 앞쪽에 있고 상당히 컴팩트한 스타일인데... 숨이 넉넉히 나가는 애들만 불다가 (심지어 최근엔 9번 파이프... 사장님도 처음에 한번 불어보시더니 '어후 힘들어' 한마디 하시더라는 ㅋㅋ) 이걸 오랜만에 부니까 처음엔 적응이 안되더군요 어후 ㅋㅋㅋ🥲

 D 슬라이드는 원래의 칼리키오 1S/7 이 갖고 있던 그 느낌을 비슷하게 내 줍니다. 저항이 벽처럼 딱 있어서 탁탁 쳐내주고, 거기에 맞춰서 슬로팅도 탁탁 꽂혀지는 느낌. 아무래도 벨도 좀 더 넓고, 리버스 형태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넉넉하긴 합니다만, 같은 류의 느낌이에요.

그 저항에 기대서 부는 느낌이 저는 옛날에 오래 불었으니 반가웠는데, 사장님처럼 익숙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라운드형 슬라이드가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좁은 리드파이프인데, 라운드형은 그래도 숨이 뻗는 느낌이 막힘없이 쑥 나가니까요.

라운드 형 슬라이드를 장착하면, 나팔의 느낌이 마치 펜싱 칼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공기 기둥이 좁지만 단단하고, 빠르면서 유연합니다. 부는대로 거침없이 확확 휘는 느낌? 저항이 앞에 있는 스타일 상, 칼을 쥔 손으로 휘리릭 하면 반대편의 칼 끝이 춤을 추는 그런 느낌과 더욱 닮아 보입니다. 영어로 나팔의 연주 특성을 얘기할 때 '자유롭게 불리는 (free-blowing)'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아 이말이 그말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대비가 뚜렷합니다. 단점이라면 이런 특성 상, 자기가 원하는 곳에 꽂을 수 있어야지 안그러면 휙 미끄러집니다. 사장님이 몇번 불어보실 때도, 스케일을 할 때에 곧잘 위 영상처럼 2옥 시에서 오버슛이 돼서 더 윗쪽 배음이 나온다던가. 그래도 이렇게 오버슛이 되는 경우는, 익숙해지면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지요.

사실 지금 이 놈으로 테스트를 해 보니, 그전에 별로였던 마우스피스들 중에 빛을 발하는 애들이 있어서 고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호흡 들어가는 차이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햐아 거 참... 😂 난감하네요.

조립할 때에는 D 슬라이드로 두고 맞추었기 때문에 라운드 슬라이드가 잘 안맞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가져가서 잠깐 조정을 해주시니 마법처럼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너무 잘 맞아서 '와 아니 어떻게 하신거에요?' 하니까 알려는 주셨는데... 이건 업계 비밀일수도 있으니(?) 일단은 비공개로...😋

일단은... 호주로 가져가서 탈착형 브레이스를 한번 써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교체하고 보니 어떻다 라기 보단, 원래부터 한번 해볼 생각이었거든요. 조금 거시기(?)하면 리버스가 아니라 일반형 #7 리드파이프로 돌아갈 생각도 있는데, 일단은 한번 가져가서 테스트를 해 보려구요.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고... 1주일 정도 내에 다음 포스팅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따듯한 연말, 좋은 마무리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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