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칼리키오 - 새로운 조합 궁리, 테스트 평가

by J.5 2021. 1. 16.

'당신이 불어본 최고의 나팔은 무엇입니까?'

누군가 저한테 이렇게 물어본다면, 저는 4개를 꼽을 것 같습니다. 질문의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나팔의 디자인이란 결국 등가교환인지라, 모든 것이 완벽한 나팔도 없고, 등수 매기듯이 일렬로 주루룩 세워놓을 수도 없습니다. 사람 성격이나 좋아하는 색깔 등에 절대적인 등수를 매길 수 없듯이요.

조립하고 이틀 뒤에 찍은 R2/9. 참 새것 같았네요...^^

지난 1년여간 애용한 칼리키오 R2/9 역시 저에겐 최고의 나팔 중 하나입니다. 부는 사람을 감싸는 스위트하고 풍성한 소리는 스르륵 눈을 감고 빠지게 만듭니다. 부는대로 솔직히 받아주는 호흡, 폭넓은 표현력도 굉장한 부분이죠. 반면 그것에 대한 등가교환으로 제가 지불해야 했던 것은... 약간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 불다보니 컴팩트하고 기민한 7번 파이프를 어떻게 다시 써먹어볼 수 없을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돈이 많았으면 3/7 조합을 일단 질렀을지도 모르지만,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치 못한지라...^^

다만 불어보지 않은 3벨에 대한 의혹(?)이 아직 있기도 하고, R2벨이 가진 가능성을 그냥 버리기엔 아쉬움도 많이 남고... 이미 시도해본 2/7 조합도 나쁘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두터운/스위트한/풍성한 느낌이 가미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야마하 8335RGS 같은 나팔을 불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너무 무난하고 올라운드적이 되면 그건 그것대로 모델 특유의 개성이나 맛이 밋밋해지기 마련입니다. R2/7은 붙여본 결과 역(逆)시너지가 나는 느낌이었고...

그러다가 우연히 왼쪽의 모델을 우연히 본 뒤에 리버스 리드파이프 모델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보게 되었습니다. 잘하면 뭔가 될 거 같다는 느낌!

그리고 7번과 동시에 고려해본 것이 칼리키오의 5번 리드파이프였는데, 7번의 모아주는 특성이 R2벨과 맞지 않았다면, 반대로 5번 파이프를 쓰면 9번 파이프가 가진 소리 특성을 크게 잃지 않으면서, 반응은 좀더 컴팩트하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번 파이프의 특징들을 적어보자면:

- 마틴 커미티 느낌
- 2번 벨과의 조합이 한때 꽤 인기가 있었다고 전해짐
  ㄴ 예전 카운트 베이시 밴드 주자들이 좋아했다고 함
- 소리는 일반적인 칼리키오와는 정반대로 흩어지는 (diffused) 느낌
- 칼리키오의 파이프들 중 슬로팅이 가장 느슨함
 ㄴ 이런 슬로팅 특성 때문인지 거꾸로 음정을 잡기가 좋았다는 사용담도.
- 저항은 7번과 비슷 - 앞쪽 (리시버 쪽)으로 당겨져 있음

존 두다 어르신께 문의해보니 5번 파이프는 창고에 만드렐을 넣어둬서 당장 제작은 힘들지만, 다른 사람이 의뢰했다가 취소한 카퍼 5번이 있다고 하더군요. 흐음...🤔 좀 싸게 받을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카퍼 재질이면 그 나름의 극단적인 개성이 있겠구나 싶어서 같이 부탁했습니다. 주문은 이래저래 잘 처리되어... 12/28 도착!

0123
일단 튜닝슬라이드만 꺼내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2,3번 사진은 제작시에 난 자잘한 흠집들 (이 정도 흠집 쯤은 이제 쿨하게 받아줄 수 있습니다 하하). 4번은 부탁해서 받은 여분의 핑거훅과 브레이스들.

피팅에 혹시나 문제가 있을까봐 튜닝슬라이드 아랫단은 두껍게 놔둔 상태. 살살 밀어서 두께를 맞춰야 끼울 수 있습니다. 며칠간 참으면서 R2/9 고별녹음을 마친 후, 스노우뮤직으로 들고 가서 테스트할 수 있게 밑작업만 우선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1월 12일... 대망의 테스트 날!

012

내심 마음속으로 7번이 낫겠거니 하고 있었기에 5번을 먼저 꽂아보았는데, 아니 웬걸... '엇 좋은데?' 싶더군요. 일전에 와서 잠깐 불어봤던 야마하 8335RS 느낌? 금방 결정하고 다른 볼일을 보러 다녀올 심산이었는데... 망했습니다.

카퍼 5번 파이프는 걱정했던 것만큼 느슨하지는 않았고, 소리나 움직임에서 확실히 9번 파이프가 생각나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카퍼 특성상 자칫하면 너무 어두워지려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정도면 바하 37등의 클래시컬한 나팔들이 가진 '두터움'과 꽤 엇비슷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7번 파이프의 경우, 음 이동 시에 파밧! 하면서 가볍고 산뜻하게 탁탁 꽂히는 특유의 느낌이 오랜만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소리가 모이는 정도는 나쁘지 않은것 같은데, 카퍼 5번과 비교해서 그런지 톤이 약간 밝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두개만 오가면서 비교하다가는 답이 안나올 것 같아... 기존의 다른 리드파이프들도 참전!

일반형의 #9, #7 파이프와 튜닝슬라이드, 그리고 리버스 형 #5, #7 파이프와 튜닝 슬라이드 둘

여기에서 약간 답이 보였는데, 그동안 계속 불었던 9번 파이프를 연결하고 연주를 해 보니, 떼어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뭔지 얼추 알겠더군요. (룸 어쿠스틱 차이도 어느 정도 있었겠습니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약간 비어있는 소리? 이 차이를 감안하고 보니, 카퍼 #5번의 경우 '아... 자칫하면 답도 없이 어두워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 황동이었으면 선택이 계속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텐데, 일단 처음 생각했던 대로 R2 벨과는 7번으로 가보자고 마음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이 셋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카퍼 #5 파이프를 일반 2번 벨에 붙이겠거니 했거든요. 결국 모든 것은 예상대로...

또 다른 테스트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는데, 똑같이 D형 슬라이드와 연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반형 #7 파이프와, 리버스 #7 파이프가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는 것입니다. 순간 순간 제 주법에 차이가 났거나, 갭 차이, 혹은 새 제품과 쓰던 제품 차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날 결론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차이였습니다. 일반형이 좀더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 리버스 셋업은 산뜻하고 밝은 느낌이더군요. 구조적으로는 리드파이프 → 튜닝슬라이드로 가는 길에 잠깐 벌어지는 위치가 다른 것 뿐인데...?! 이건 상당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라운드형 vs D형 튜닝 슬라이드 차이는 조금 더 두고 보고 싶습니다만... 라운드형이 좀더 확확 불리는 맛이 있는 것 같고, 너무... 예쁩니다.... ㅜㅠ 아무래도 D형 슬라이드가 톤 적으로나 반응 면에서나 좀 더 단단한 느낌인 것 같지만, 이 둘의 차이는 재조립을 마치고 나서나 좀 더 차분히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마 기존 #7 파이프 특성을 더 잘 살리려면 D형, 자유롭게 절충형으로 가고 싶으면 라운드형...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주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큽니다^^ 과연 어떨런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