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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스케일, 코드, 즉흥연주

재즈 즉흥연주 (임프로비제이션)에 대한 소고 #2

by J.5 2024. 5. 12.

즉흥연주를 배우는 보편적인 방법들을 다루었던 1부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실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과 또 그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대처/해결법에 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 편히 들으면서 읽으시는 것은 어떨까요? :) 쏘니 스팃의 '난데없이 (Out of Nowhere)'

1.

저번 1학기 때 가장 크게, 또 자주 느꼈던 당혹감은 이거였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가 어디지?; (...)


그 전까지 혼자 연습할 때엔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유튜브 영상이든 아이리얼(iReal) 앱이든, 혼자 즉흥연주 연습을 해보면 노래방처럼 지금이 어딘지 표시가 나왔었거든요. 어쩌다 그런 것이 없이 할때에는 무작정 즉흥연주를 막 하기보단 끊어가면서 하던 것이 대부분이라, 생각에 헛점이 생겼나 봅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제가 혼자서 연습해볼때 했던 것들은 이미 '익히 알고 친숙한' 곡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곡 자체도 잘 모르는 생소한 곡을 다짜고짜 하려니, 곡에 대한 감 / 삘(feel)도 제대로 못잡은 와중에 즉흥연주까지 하라니 허허... 이건 답이 없구나 싶더라구요.

제가 아둔해서 그런지, 결국은 들어서 익숙해지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교수님이 '브릿지!'라고 가끔 외쳐주시거나, 튀는 코드가 들어오면 조금은 가이드처럼 쓸 수는 있지만, 곡 전체 흐름에서 여기가 어딘지는 또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고 말이죠 (예를 들어 곡이 A-A-B-A 패턴이고, 즉흥연주는 두 사이클을 돌기로 했으면 전체가 A-A-B-A-A-A-B-A 인데, 지금 나오는 마디가 A 패턴 도중이면 이게 어느 A인지... 라던가).

2.

위의 얘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문제인데, 뭐랄까요... '악상을 생각해내는 머리'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곡을 따라가려면 곡의 진행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따라가야 하는데, 한번 악상을 떠올리는데 빠져들게 되면 그곳은 아예 다른 방이랄까요. 시간의 흐름이 멈춘?

그래서 곡의 진행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즉흥연주를 구상한다는 것은, 마치 왼쪽을 보면서 오른쪽도 봐야 되는 것 같은 기이한 감각을 줍니다.

3.

그리고 나서 실제 표현하는 단계로 들어가면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 음감과 연주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우선 내가 머리 속에 떠올린 음이 정확히 어떤 음인지에 대한 감각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아마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그나마 코드 톤들에 친숙해지면 그것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만 참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머리에 떠오른 것을 연주할 수 있는 연주력이 갖춰져 있는가 하는 것이 큰 숙제가 됩니다.

평소에 하는 연습이나 루틴이 무서운 것이, 즉흥연주를 하다보면 고스란히 몸에 배인 버릇이나 습관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즉흥연주 프레이징을 하는데 거의 모든 라인이 1옥 솔 언저리부터 시작해서 상행하는 스타일로 간다던가 하는 점이죠.


ㄱ. 일단 듣기

일단 친숙하지 않은 곡들일수록 찾아서 들어봅니다. 재즈 스탠다드는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아무래도 실제 모임에서 이루어지는 연주와 조(key)나 템포, 분위기 등이 비슷한 것을 위주로 더 듣게 되더군요. 듣다가 솔로에서 흥미롭거나 좋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잠깐 카피도 해보고, 전반적으로 친숙해지려 노력해 봅니다.


이번주가 2학기 첫 모임이었는데, 새로 주신 4곡 중에 'In Walked Bud'라는 낯선 곡을 찾아듣다 나온 밥 레놀즈의 솔로... 이런 것도 좋은 참고자료가 되죠 ^^ 참고로 테너 색소폰은 조가 트럼펫과 같은 Bb이라서 악보도 그대로 봐도 괜찮습니다. 악보가 보통 한옥타브 높게 표기되기는 하지만(...)

ㄴ. 코드 음 연습하기

옛날에 서울 선생님한테 배운 방법입니다. 곡을 틀어놓고 각 코드의 1음씩만 불어보는 거에요. 코드들이 보통 4화음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1-3-5-7 음이죠. C조로 치면 도-미-솔-시) 처음엔 근음만 불고, 그 다음엔 3음만 불고, 5음만 불고, 7음만 불고.

※쓰여있는 코드가 뭔지 모르겠으면 구글에 코드 이름 + 'piano' 만 쳐서 검색하셔도 건반으로 표기가 나옵니다! 

서울 선생님과는 즉흥연주 쪽으로 가려다가 '일단 그냥 잘 부는 것'을 목표로 방향을 틀게 돼서 깊이 들어가진 않았는데, 혼자 이어가게 되었으니 이제 여기에서 연습 범위를 더 확장합니다: 각 코드 음들이 익숙해지면 다음으로는 코드 음을 두개씩 부는데 처음엔 1-3, 3-5, 5-7, 7-1(=8) 식으로 이어진 두 음을 연달아 불고, 다음엔 인터벌을 벌려서 1-5, 3-7, 5-1, 7-3 식으로 하는 거죠. 상행/하행을 둘 다 커버해야 하는데 사실 하다보면 시간이 없어서 (ㅜㅠ) 충실하게 다 하지는 못하구요... 하지만 하다 보면, 이렇게 '코드당 두 음씩 불기'만 해도 상당한 훈련이 되고, 이미 이때부터도 코드음들 간에 자연스럽게 음을 끼워넣거나 변주를 해보거나,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노래방 기계처럼 영상이나 앱에서 현재 위치를 표시해주는 것도 초기에 감을 익히기에는 괜찮지만, 소리는 반주를 들으면서 눈은 실제로 보게 될 악보를 보는 쪽이 조금 더 실전 대비와 훈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업을 하다보니 이것도 양껏 연습하지는 못하지만 (※), 그 외에 다음의 것들도 있습니다:

ㄷ. 간단한 릭(Lick)/패턴 탐구

이것도 위와 병행해서 같이 야금야금 하려고 하는 연습인데...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냥 1주에 1개, 혹은 1곡에 1개라던지... 정말 조금씩 익히면서 활용해볼까 했는데 아쉽네요. 😂

이 개념에서 나아가서 코드 진행 패턴에 따른 연습들로 나중에는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2-5-1 진행이라던가 말이죠.

그 외에는 스케일 연습도 띄엄띄엄 하는 중인데, 이것도 매일 하지 못해서 좀 아쉽네요. 일단은 디미니시드 음계부터...

ㄹ. 주법 / 발성 (소리내기) 연습

이 부분은 얼핏 거창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기존의 기초적인 연습을 하되 즉흥연주를 좀 더 염두에 두고 하는 정도입니다. 요전 글에서 다룬 내용이 여기에 들어가고, 기존 루틴들 중에서도 제리 헤이 연습이라던가, 2옥타브 대에서의 어택과 연주도 염두에 두고 연습에 좀 더 집어넣는다던가 등입니다. 한 때 자주 했던, 한 곡을 12키로 부는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될 텐데 이것도 시간을 좀 잡아먹어서 그런지 생각만 해놓고 다시 시작을 못했네요. 좀 더 곡 위주로 연습을 하게 된 이후론 전반적으로 워밍 업도 간략하게 처리하고, 루틴 연습도 필요한 것만 두어개 짚어서 짧게 하고 마치는 편입니다.


한달 간의 방학(?) 뒤 2학기 첫 모임에 나가보니, 어째선지 다들 실력이 그전보다 늘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1학기 첫 모임때와 비교가 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특히나 올해 1학기부터 함께 시작한 동기들인 버드(드럼)나 로저(베이스)는 더욱 눈에 띄게 실력이 늘은 것 같구요. 저 스스로도 이제는 예전만큼 헤매지 않는다는 것이 체감으로 느껴지고... 알게모르게 그동안 합도 계속 맞춰지고,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했나 봅니다.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에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첫 모임만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졸(색소폰)과 소피(바이올린)이 둘 다 안 와서 리드악기가 저 혼자더군요(ㄷㄷ;;). 나은 점도 있기는 하지만 (곡당 더 짧은 회전시간과 컴팩트한 밴드 구성,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용이함, 리딩 역에 따르는 책임감과 동기부여 등),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 2학기를 마치면서 카페 공연이 있을 테고, 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생업 관련한 자격증 공부 때문에 하차할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주어진 시간 동안은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만큼 발전해보고자 합니다.

화이팅!

 

※ 2024.05.26: 역시 시간 관계상 코드톤 패턴을 전부 돌리는건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연주에 이어지기 적합하지 않은 부분도 많고... 해서 일단은 각 코드톤 하나하나부터 익숙해지는 데에서부터 시작하고, 나머지는 조금 더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하듯이 적용해보는 식으로 가려 합니다. 각개 코드톤을 바로 꺼내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그 때 패턴을 좀 더 나아가던가 하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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