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한동안은 꽤 꾸준히 고음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 것 같습니다. 인기가 높은 주제이기도 하고, 저 역시도 ~특히 오디션을 생각하다 보니~ 이제는 2옥 솔 위쪽에서도 제대로 된 컨트롤을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도 오선지 위쪽을 간간히 쓰기는 했지만, 그냥 흐름이나 기세를 타고 한번씩 잠깐 찍고 내려오는 정도면 충분했거든요.
얼마 전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문득 재미있는 문답글을 보았습니다.
"소리(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좋은 연습 루틴을 추천받을 수 있을까요? 나팔을 다시 잡고 드디어 4옥타브 근처까지 돌아오는 중인데, 아시다시피 음역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처음엔 좀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음이 그 정도로 올라가려면 (원 질문에서는 '더블'이라고 하였는데 이 수식어는 사람에 따라서 3옥 솔 언저리부터 쓰는 사람도 있고, 4옥 도부터 쓰는 사람도 있고 다양합니다) 기본적인 릴랙스가 받쳐준다는 것이고, 릴랙스가 된다는 말은 곧 좋은 소리가 난다는 것과 거의 직결된다고 보거든요. '아래 음역대에서도 톤이 안좋다'는 것인지, '고음에서 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지에 따라 또 다를 테니 일단 온전한 이해는 차치하고라도, 이건 고음에 매달리는 분들은 다 겪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 이번 기회에 다루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고음을 내는 단계, 혹은 수준은 대략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
- 어쩌다 삑(찍) 소리는 나는 단계
- '어떻게든' 그쪽 음정을 낼 수는 있는 단계
- '제대로 된' 고음을 '낼 수는' 있는 단계 (연습 시, 의식 하에)
- 전 음역대에와 표현에 있어서 하나로 일관되고 통일된 주법이 완성되는 단계 (중간 / 수면 하에 이루어지는 단계)
- 올바른 고음에 관한 메커니즘이 온전히 '체화된' =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연주할 수 있는 단계
이건 특히 제대로 된 교습 없이 독학 위주로 하는 분들이라면 더 극명하게 겪으실 과정일 듯 한데 (애초에 제대로 된 소리가 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테구요), 초기 단계일수록 본인이 갖고 있는 주법이 비틀릴 확률이나 그 일그러지는 폭이 큰 편입니다. 그렇게 해서 내는 고음은 제대로 내고 있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아래의 답변들은 본질적으로 음색 향상이나 좋은 고음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지만, '제자리 / 중심 찾기 (혹은 돌아오기)' 로 생각하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위 스크린샷은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번역한 것인데,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적어주는, 좋은 조언들입니다. 서로간에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도 있고, 공통적인 답변들을 볼 수 있지요? 일단 치코위츠에 대한 답변들이 많은데, 예전에 다룬 글이 있기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흥미가 동했던 건 처음 댓글이었는데, 일반적인 상식에 비하면 논란이 있을만한 주장이지만 (실제로 그 밑에서 대댓글로 얘기들이 꽤 오갔습니다), 저는 이 글에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연습하는 도중에 상태를 봐가면서 상당히 자주 쉬는 편이고, 예전 케니 램튼의 말들을 많이 되새기고 있거든요.
3번과 5번은 음상을 따르는 방식을 추천하고 있는데, 이는 소리내기와 특히 음색에 관해 전방위적으로 권장되는 방식이지요. 9번도 비슷한데 이것은 자유롭게 스스로 톤을 바꿔보면서 테스트해보라는 권유에 가깝고, 10번은 제가 읽어보지 않은 책에 대한 내용 + 마우스피스 버징인데... 개인적으로 해당 댓글이 추천하는 방식의 마우스피스 버징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서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4 / 7 / 8번은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지만, 크게 묶으면 입술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립벤딩과 유연성 연습, 그리고 피스 압력의 최소화 같은 부분들이 있지요. 즉 부드러운 입술을 중심으로 만들어나가는 방식입니다. 이후 다룰 비슷하지만 다른 주제(고음에서의 열린 소리)와도 통하는 부분인데, 이것은 '최소한의 힘으로 소리내기'와도 같은 말입니다. ※ 잠깐 사견을 섞자면, 리드파이프 버징의 기준음으로 쳐주는 파 음정(콘서트 미플랫)과 페달 톤에서 다다르는 0옥 도를 저는 업벤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소리를 위쪽으로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껍게 볼드체 처리한 6번과 14번은 음량, 즉 다이나믹을 오가는 연습인데, 위아래 개념만 생각하느라 놓치기 힘든 또 다른 축의 연습이죠. (※제가 틈틈이 언급한 '분리' 개념의 좋은 예시라서, 다음 글에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한 음을 불면서 음량을 조절하는 연습은 상당히 기본적인 연습에 속합니다. 예전에 다뤘던 빌 애덤 루틴에도 포함되어 있고, 아이언스 교본에서도 3번째 스터디로 짧게 나오기도 하지요. 교본이라면 어디에나 기본적으로 다루는 부분일텐데, 정석적인 교습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평소에 신경 쓸 일이 없어 누락 / 간과하고 넘어갈 공산이 큰 부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위 답글이나 빌애덤 루틴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여기서 음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고 또한 핵심적인 부분인데, 처음엔 이 부분을 놓치고 그냥 하기 쉽습니다. 최대한 유념하시길!
개인적으로 이 연습은 '음색을 전문적으로' 공략하는 연습이라기 보다는, 암부셔와 주법의 중심을 잘 잡아줌과 동시에 적절한 바람구멍(애퍼쳐) 컨트롤을 익히는 연습이라고 봅니다. 주법 개론에도 적어놓았듯, 저는 기능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자신에게 맞는 좋은 주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텅잉과 더불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음량 조절이 가능한가?' 입니다. 이런 '음량' 개념의 연습은 안해보다 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얻는게 많은지라, 저도 생각나서 한번씩 할 때마다 그 효능에 감탄하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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