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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마스터클라스 & 인터뷰

원하는 소리를 내는 방법 - 케니 램튼

by J.5 2023. 10. 2.

마지막 글에 이어 케니 램튼의 조언들을 몇가지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우선은 마스터클라스의 Q&A에서 나왔던 이야기부터 보실까요? *Q&A 내용 부분은 영상이 없어서 짤막하게 테크톤 뮤트 시연하시는 부분을 앞에 넣었습니다 (약 15초). 

소위 '허스키'한 소리를 내는 법에 대해서 예전에 테렌스 블랜차드가 테럴 스태포드에게 (제 기억이 맞으면) 물어봤다는 것도 똑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어떻게 내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그 소리를 내고자 하면 난다.'

암부셔나 주법에 관해서 글을 새로 쓸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트럼펫은 소리에 대한 감각이 생기고 난 이후에는 '어디를 어떻게 해라'라는 각종 기술적인 팁들이 한계가 있습니다. 선생님에게서 좋은 팁을 들었어도 한 1주일 정도나 지나면 약발(?)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보구요. 가장 중요한 것은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이고, 몸의 기능은 그 초점을 따라 맞춰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 특기할만한 것은 협근/볼근 (Buccinator muscle)에 대한 언급입니다. 그 전의 에릭 벌린의 영상에서도 그렇고 보통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도넛 머슬'이라고 부르는 입둘레근/구륜근 (Orbicularis Oris) 이거든요.

요즘 무언가 좀 느껴지는게 있어서 워버튼의 PETE를 다시 잡고 있는데, PETE 연습을 하면서 특히 이 볼근에 자극을 많이 느낍니다. 나팔이 잘 불리고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상황 중 하나가 볼 쪽(팔자주름 주변과 안쪽)이 이빨에 바짝 달라붙어서 텐트처럼 중앙을 지탱해준다는 느낌인데, 안쪽에 있는 근육이라 티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 때 활성화되는 근육 같습니다.

볼근(협근, buccinator)은 위턱뼈(상악골, maxilla)와 아래턱뼈(하악골, mandible)의 어금니쪽에서 일어나 입꼬리로 닿습니다. 이 근육이 수축하면 입꼬리를 가쪽으로 당겨 입술을 치아에 밀착시킵니다. 따라서 볼근은 음식을 씹을 때, 풍선을 불거나 휘파람을 불 때, 악기를 불 때 작용합니다.

출처: 국시합격프로젝트 블로그 (링크)

P.S. 케니 램튼과 성재창 님을 보면 연주할 때에 오른 쪽 볼 아래가 꾹 파이는 걸 볼 수 있는데, PETE 연습을 하면서 거울을 보니 저도 비슷한 부위가 들어가더군요. 같은 현상인지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냥 보조개였다고 생각했는데, 케니가 연주할 때에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보조개와는 좀 다르다는 인상이 들어서요. 긴가민가 합니다 😅)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 패스!

연습

위 영상에서 케니 램튼이 언급하는 연습들은 JLCO의 공식 유튜브 강연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레퍼런스 삼아 링크를 납깁니다 (번역은 안되어 있습니다.)

  1. 트럼펫의 웜업과 연습 방법 1부
  2. 트럼펫의 웜업과 연습 방법 2부
  3. 트럼펫의 웜업과 연습 방법 3부
  4. 트럼펫의 웜업과 연습 방법 4부

여기에서 인상적으로 들은 것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빅터 파즈 (Victor Paz)에게서 배웠다는 '1시간 동안 한 음 불기' 연습입니다. (2부의 4:00 경부터 시범) 처음에는 한시간 동안 롱톤을 하라는 줄 알고 입술이 너덜너덜해졌는데, 다음 날 가서 직접 배워보니 메트로놈을 대략 60정도에 맞춰놓고 발박자와 함께 1박에만 짧게 소리를 내고 다시 나팔을 입에서 떼는 연습이었다고 하더군요. 케니는 임의적으로 2옥 도 음에서 계속 하는 듯 하고, 아무래도 한 시간은 너무 극단적이지만 몇 분 씩만 하더라도 많이 도움될 것이라고 하네요. 본인은 아침에 기초적인 워밍업과 저음 롱톤 뒤에 이 연습을 4~5번만 해도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고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슬쩍 지나가듯이 하는 얘기였지만, 쉬어가면서 하라는 이야기였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항상 좋은 상태에서 부는 습관을 들여야 몸에도 올바른 주법이 익는다. 퍼진 입술을 억지로 불어봤자 나쁜 습관만 들이는 꼴이다.' 라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더 그런지 😂 뭔가 많이 와닿는 데가 있더라구요. 사무실에서 종일 업무를 마친 뒤에 연습을 하다 보니 피곤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억지로 연습해도 상태만 안좋아지는 느낌이라... 아예 의자를 젖히고 잠깐 눈을 감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고 연습을 하면, 연습 시간이 좀 짧아지더라도 더 충실하게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더군요.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과 두 번째 만남

앙콜 공연까지 남은 4인의 마지막 인사. 공연 도중엔 사진을 찍기가 좀 그래서 말이죠...

공연을 최대한 가까이 보려고 앞에서 두번째 줄을 예약했더니, 트럼펫 주자들은 맨 뒤에 앉아있어서 라이언 카이저 배(...) 밖에 안 보였습니다만, 나와서 솔로를 하는 자리가 코앞이라서 케니와 윈튼의 솔로 연주는 가까이 볼 수 있었습니다. 와... 너무 좋더군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 수준 높은 공연에서의 감흥은 역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공연을 마치고 라운지에 잠깐 앉아 있으려니 케니한테서 문자가 오더군요. 오페라 하우스의 높으신 분들하고 리셉션 자리가 있어서 붙들렸는데 20분 정도 기다려 달라고... 알겠다고 하고 내려가서 에드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려니, 얼마 뒤 후줄근한(?) 차림의 케니가 나왔습니다. 아니 공연할 때의 태산같은 멋진 모습은 어디로 가고... 하하 🤣 (막곡 즈음 케니가 앞자리에 걸어나와서 플런저 뮤트를 써가며 솔로 연주를 했는데 와... 너무 멋지더군요) 케니 왈, 다른 분들은 계속 붙들려 있는데 자기는 선약 있어서 나가야된다고 박차고 나와버렸다고 합니다. 이 날 다른 악기 분들은 늦게라도 나와서 근처 자리에 앉아 뒷풀이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트럼펫 주자분들은 한 분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ㅜ.ㅠ

그래서 저는 에드 사장님과 케니 이렇게 셋이서 오페라 하우스 아랫목의 '오페라 바'로 들어가, 문을 닫는 자정까지 두시간 정도 수다랑 잘 떨다 왔습니다. 먹을거 한 그릇이라도 대접해 드려야겠다 싶어서 뭐 드시고 싶냐 했더니 의욕적으로 '여기 치킨은 어떤지 한번 볼까...!' 라시던... 그 전날 펍(주점)에서도 그 말을 들은거 같은데...^^ 치킨을 참 좋아하시는구나 싶었네요. 나온걸 보니 양이 적어서 좀 죄송스러웠습니다(...).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곳이 오페라 바 (Opera Bar)

케니 램튼은 참 소탈하고 겸손하면서도 단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분이었습니다. 첫 마스터클라스 날에도 해산하고 차로 걸어가면서 '이제 돌아가면 뭐하세요?' 하니까 '호텔 돌아가서 연습 해야지...' 하셨던 게 가장 인상 깊었던... 다른 연주자들 얘기가 나올 때면 항상 극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자기는 캐주얼한 것이 좋다면서 아직도 배우는 사람의 입장을 몸에 배고 다니시는... 그런 자세나 마음가짐, 됨됨이 같은 것부터 전해지는 것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오히려 거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이런 분이시니까 이 정도 자리에 계시는구나' 하고 경외심이 느껴지더군요.

아무래도 주최 측도 아니고, 주변에 같이 앉은 분들처럼 프로 주자도 아니다 보니, 얼떨결에 합석한 입장에서 마음같이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나팔 얘기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제 모습이 밝아보여 좋게 보셨는지 같이 잘 어울려서 얘기 나눈 것 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네요. (무대공포증도 이렇게 덜어낸다고 하시더군요. 관객 중에 엄청 얼굴빛이 환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만 딱 보고 연주하신다고...^^) 사실 이번에 케니 램튼과 동행하는 내내 가장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단순한 팬보이(fan boy)가 아니라, 대등한 연주자 대 연주자의 입장에서 교류를 나누고 싶다'는, 오기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꾸역꾸역 하다보면 언젠가 그럴 날도 오지 않을까... 하고 조용히 바래 봅니다.

반갑고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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