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음 & 오디오

근황... 이것저것 다시 세팅 중

by J.5 2023. 5. 14.

마이크도 다시 가져왔겠다, 조금씩 다시 녹음 환경을 세팅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그동안 참아두고 있던 것들이 마치 둑이 무너진 듯 콸콸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다녀오면서 '정신 차리고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한 것이,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음 잡고 어서 녹음을 하자!" 라던가?(...)

요 일주일 동안의 걷잡을 수 없는 지름 행보를 보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요일 (5/7) - 이케아(IKEA) 협탁 구입과 조립

2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사진의 랩탑처럼 보이는 물건) 를 구입할 때부터 이 녀석을 녹음용 콘솔로 써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냉각팬이 달리지 않은 팬리스 모델을 샀던 것인데... 이번에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스탠드를 사용해서 콘솔 데스크처럼 만들어 봤습니다.

사실 이어지는 사진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책상이 작아서 올릴 공간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침대 옆에 둘 사이드테이블도 필요했던 상황인지라, '안되겠으면 침대 테이블로 쓰지 뭐...' 하고 구입했네요. 높이가 책상 높이 언저리까지 나오고,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놓기 좋게 탁상 바로 아래에 선반이 있는 디자인은 딱 이케아의 저 모델밖에 없더군요.

다만 성능적으로 얼마나 받쳐줄지 (영상 녹화까지 동시에 처리하기는 무리 아닐까), 그리고 전원 공급 중에는 이놈 전원이 접지가 안돼서, 항상 케이스 겉면에 누설 전류가 느껴진다는게 심히 압박스럽습니다. 사실 녹음시의 전력공급은 배터리로 하는게 이론적으론 좋기는 한데...🤔 배터리가 버티는 대로 짧게라도 녹음을 할까... 싶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네요.

목요일 (5/11) - 모니터 스탠드 / 라이저 설치

일요일에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모니터 스탠드가 수요일에 도착해서, 당일은 바빠서 손을 못대고 목요일에 꺼내서 설치해 보았습니다. 모니터가 울트라와이드형인 덕에 받침이 상당히 큰 편이라, 맞는 제품을 찾는다고 이것도 고생 깨나 했네요 😂 처음엔 너비가 아슬아슬한, 2단 선반처럼 되어있는 걸 사려고 했었는데, 3일 뒤에 재입고 된다고 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책상 뒤쪽에 클램프(죔쇠)로 고정하는 제품이 생각보다 튼튼하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스탠드 아래 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금요일 (5/12) - 스피커 구입

2년 동안 PC 모니터에 달린 스피커로 소리를 듣고 있다가, 녹음과 모니터링을 하려니 아무래도 스피커를 하나 사야겠는데... 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노이만의 KH-120을 전부터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아직은 도저히 감당할 금액이 아니라서 무난하게 야마하 HS-5 혹은 HS-7 정도를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만... 그 동안 새로 나온 모델들도 있고, 가격대에 대한 명분이랄까요, 참 어렵더군요. 그런데 우연히 중고 장터를 둘러보다가, '아, 이거다!' 하는 스피커를 발견했습니다:

이퀘이터 (Equator) D5 (Mk II?)

2011년에 혜성같이 등장해서 훌륭한 가성비로 호평받았던 물건입니다. 응원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2017년 즈음 갑자기 증발하듯이 회사가 없어져버렸어요. JBL에서 이퀘이터 스피커를 제조하는 중국 공장과 뒷거래를 해서 제품 템플릿을 폐기해버렸다는 얘기도 있던데... 아쉬운 일입니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제품가로 수지를 못맞췄던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 🤔 

다른 중고장터에 MKII 버전이라고 올라온게 있는데, 시리얼 번호가 제것이 100번 정도 뒤쪽인걸 보니 제 것도 아마 마크투 버전인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의 초기 모델과 2버전 모델은 겉에서 보면 차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일을 마치고 왕복 3시간이 넘는 길을 운전해서 다녀왔는데, 잘 샀다는 생각이 드네요. 판매자는 60대 중후반 정도 되는 어르신이셨는데 로케녹음, 방송, 믹싱 등 음향 관련 쪽 분이시더군요. 본인이 첫 구매하고 지금까지 잘 썼는데 은퇴하고 돈이 떨어지셨다고... ㅜㅠ 이런저런 장비랑 홈스튜디오 구경도 재미있었고, 태어난지 한 3개월 정도? 되어보이는 잭러셀 테리어 강아지가 어찌나 귀엽던지... 음향 / 믹싱 관련 코칭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하시더군요. 

이 물건은 한달 전에 $500으로 올렸는데 아무도 안 사서 조금씩 깎다가, 포기하고 내릴 참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350에 올라와 있길래 처음부터 네고할 생각은 크게 없었습니다만, 어차피 필요한 김에 XLR 케이블 남으시는걸 싼값에 집어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아뿔싸... 길이도 제각각이고... 생각해보니까 인터페이스의 아웃풋은 TRS더군요 orz 

토요일② - 타라머라 뮤직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대학시절 1~2년 살았던 동네를 방문했습니다. 여기 악기점이 옛날부터 참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시드니 북부의 대표 뮤직샵이라고 할만한 곳이더군요. 오늘도 가보니 무려 빅터 우튼 (ㄷㄷㄷ) 클리닉을 주선해서, 이달 말에 치를 예정인가 보더라구요.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오랜만에 간 김에 가게 전경들을 찍어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엄청 크고 그런건 아닌데... 참 잘 해 놨어요.

간 김에 건반들도 좀 눌러보고 (고민하다 이번엔 꾹 참고 넘기기로 했는데... 앞으로 남은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합니다), 모니터 스피커들도 들어보았는데... 노이만 KH120 은 마지막 남은 조가 전날 막 매진됐다고 하는데, 대신 비슷한 가격대에서 역시 관심이 많았던 제네렉(제넬렉) 8030, 아담 A7V 를 신나게 돌려봤습니다. 제네렉은 명불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교과서 같달까. 아담 A7V는 사실 A/B 해보면서 애저녁에 '에이 이건 아니지' 소리가 바로 나왔는데, 계속 바꿔가면서 듣다보니 아주 흥미롭더군요. 공간 영향을 더 받는지라 (위 사진에 보이듯) 공간상 밸런스가 제대로 잡힌 소리는 아니었는데, 리본 특유의 부드럽고 화사한 고음과 소리 주변의 하늘거리는 공기감이 오우.... 근데 모니터링이란 용도를 생각하면, 또 거기에는 좀 안 맞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더군요. 

듣고 나와서 직원들한테 소리가 이렇다 저렇다 얘길 하니, 약간 놀란 표정으로 듣더군요. 평소처럼 후줄근한(...) 차림으로 들어가서 이상한(?) 노래들도 막 듣고 즐거워 했더니 시덥잖게 생각했던 건지...? 🤣

하지만 결국 산건 개당 만원 좀 넘는 막선 두 줄이었다는거(...)

토요일① - 디에페스 브라스 수리점

그리고 오랜만에 디에페스 (Diefe's Brass Repair) 에 들렀습니다. 이유는 얼마 전에 받아본 트럼코어 징거 뮤트가 마음에 안 들어서...😂 사실 이 날 가장 중요했던 첫 행선지는 이 곳이었습니다. 토요일엔 12시까지만 영업하는데 이젠 거리가 멀어서... 아침에 운전해 가면서 시간 못 맞출까봐 속이 탔었네요 ㅜㅠ

주루룩 나열돼 있는 뮤트들 보니 또 슬며시 황홀해지는 것이... ㅋㅋㅋ

왼쪽 선반을 돌아서 뒤쪽 까지도 뮤트들이 쭈욱 진열돼 있습니다.
요 셋 중에... 가운데 있는 놈으로!

소울로 뮤트를 사야겠구나 하고 짐짓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딱 집어서 불어보니 바로 아 하고 느낌이 오더군요. 징거 뮤트와의 비교나 상세한 평가는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테스팅을 하다보니 뮤트도 확실히 에이징이 되는구나 싶더군요. 오른 쪽 녀석이 진열돼있던 제품인데, 나중에 보니 이 녀석이 상대적으로 뭐랄까, 확연히 더 부드럽고 수더분해서 내심 꽤 놀랐습니다. 그 다음에 왼쪽 녀석을 불어봤는데, 아마 기술적으로는 가장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반응이나 슬로팅, 쨍할때 울림 같은게 완전 칼같더라구요. "이게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하고 당황해서 하나만 더 새거 뜯어봐도 되겠냐고 하니까 흔쾌히 꺼내주시길래 마지막으로 불어본게 중앙에 있는 녀석인데, 바로 전에 불어본 녀석에 비하면 뭔가 희미하게 덜 기계적이고 유기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요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계속 바꿔가면서 불다 보니 이미 폐점 시간은 지나 있고...😅 사실 새 제품들 두 개 사이의 차이는 플라시보 효과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미했던 데다가, 또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 싶었어요.

징거 뮤트를 여기서 산건 아니지만, 내심 교환(보상판매)을 염두에 두고 징거 뮤트를 풀 패키지로 들고 갔었는데 (비교도 해볼까 했었는데 결국 꺼내지도 않았네요;), 사장님이 쓱 보시더니, '우리 마침 징거 뮤트 떨어졌는데 교환하려면 그렇게 해도 괜찮아!'라고 선뜻 먼저 말씀해주셔서 쾌재를 불렀네요. 뭐 실제로 완전 새거라... 가격 차이도 대략 납품가로 계산해서 차액까지 주셨습니다. 오오 에드 사장님 오오...;ㅂ; 감사해서 저도 오일 하나 더 구입했더니, 또 고맙다고 그것도 조금 깎아서 주시더라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토요일③ - 카슬힐 뮤직센터

이 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슬힐 뮤직센터란 곳입니다.

이곳도 ~ 보면 아시겠지만 ~ 엄청 오래된 곳인데, 신기하게도 트럼펫 레슨, 심지어 트럼펫 즉흥연주 레슨까지도 한다고 써놓은 곳이라 오늘은 가서 얘기 좀 나눠볼까 하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여기 사장님이 아마 트럼펫을 부시나 보다 했는데, 역시나더군요. 그런데 이런... 사장님은 2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 겁니다. 사진들 보면서 혹시나 했었는데...😭 그래도 돌아가시기 바로 얼마 전까지도 홈페이지 업데이트나 인스타그램 홍보까지 하셨던거 생각하면, 굉장히 진취적인 분이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모님과 아드님이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이 곳은 악기보다는 레슨 소개 + 레슨실 위주로 운영하는 느낌입니다. 홈페이지에 있는 재즈 밴드도 사장님이 돌아가신 뒤로는 해산되었다 하고... (홈페이지 자체도 오랫동안 업데이트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도 사모님이나 아드님이나 평생 옆에서 나팔 부는 모습을 봐와서인지, 차에서 연습하는 이야기나 기초연습, 소음 얘기 같은거 나누는데 엄청 좋아하고 웃더라구요. 옛날에 재즈 밴드 할 당시에는 영업시간 마치면 가게 셔터 내려버리고 멤버들끼리 가게 안에서 신나게 연주하곤 했다고... 자식 레슨시키러 와 있던 학부모께서 '와 그거 저 옛날에 쇼핑하러 왔다가 들었던 거 같아요!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했었는데...' 라면서 눈이 동그래지시더군요. 애틋하면서도 미소가 나오는 얘기들이었습니다.

트럼펫 즉흥연주는 원래 돌아가신 사장님께서 가르치는 것이었는데, 아드님께 처음에 물어보니 약간 당황하다가 사모님께 여쭤보시고는, 예전에 아버지한테 배웠던 사람이 지금 여기서 트럼펫 레슨 담당인데 그 사람이 가르칠 수 있다고 합니다. 느낌상 원 사장님 만큼 본격적인 재즈 연주자는 아닌것 같아서 크게 기대는 되지 않지만... 어차피 당장 시작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연락처랑 정보만 일단 얻어두고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학기 기간과 동일하게 맞춰서 학기 단위로 레슨을 끊는 것이 주된 시스템인것 같더군요.

좋은 것 한가지는, 레슨을 끊으면 레슨실은 비어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사용해도 된다고 하는 점! ...이긴 한데, 사실상 가게 오픈 시간을 보면 맞는 때가 토요일 밖에 없기는 합니다 😅

남은 과제들

차에 기름까지 넣고 간신히 집에 도착해서 스피커를 연결해서 들어보니, 바로 탄식이 나오더군요.

"에휴... 저음 부밍이 말도 안되네... 😩"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 실제로 들으니 참... 귀 높이도 맞춰야 되고 말이죠.

그래서 당면한 과제는 소리를 잡는 것인데... 받침으로 쓸 네오프렌과 스피커 뒷쪽 벽에 놓을 사운드 판넬들은 방금 주문해놨고, 내진벽돌은 공구점에서 판다길래 내일이라도 구입할까 하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봐도, 책상을 좀 더 큰 걸로 사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 책상에 공간도 안나오는거 어거지로 배치한다고 이것도 그렇게 고생했는데 퓨... ㅜㅠ 그리고 컴퓨터와 모니터가 활성화 되면 스피커에서 (아주 약하지만) 화이트노이즈가 스며들어서, 아쉬운대로 차폐 기능 (RFI, EMI 필터링) 이 있는 저렴한 멀티탭도 하나 주문해놨고... 제대로 된걸 사기엔 역시 마땅치가 않지만... (애초에 룸어쿠스틱부터 제가 거주한 곳들 중 가장 처참합니다.  마루바닥에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거실이거든요(...).)

또 하나는 영상용 카메라를 어떻게 할까인데...

이것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대로 된 카메라를 사는건 너무 과소비다 싶던 차에, 웹캠 쪽에 드디어!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해오던 제품이 정말 고스란히 상품으로 나왔었거든요.

사실 카슬힐 지역에 들린것도 이거 재고가 있다고 그래서 구경이나 해보자 하고...

그런데 어차피 본격적으로 갖추자면 조명도 사야 하고... 지금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좀 들어서 꾹 참았습니다. 도난방지를 위해 잠금이 걸린 진열대에 있는데, 이건 뭐 시연도 안되고... 일단은 잊고 넘기기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지 핸드폰의 전면 카메라가 16:9 화면비 녹화를 지원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지 뭔가요 🤣 품질에 크게 기대는 못하겠지만, 사실 영상 관련 제품들은 뭔가 더 구입하기에 앞서 조명 공부부터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최근 매트리스를 환불받아서 자금적으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살 것들은 사야 하긴 하는데, 그 와중에 낭비하는 돈 없이 최대한 절약하면서, 정말 필요치 않은 것들은 나중으로 미루자 미루자 하는 중입니다. 실은 조금씩 조금씩 어떻게 발전하는지 함께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컨텐츠입니다만...^^ 최근 일주일 남짓한 사이에 너무 빨리 채비를 갖추는 바람에 글도 참 갑작스럽고 길어졌네요. 당분간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사실 그동안 어지간하면 아무것도 사지 않았던 이유가, 언제 돌아갈지 모르니까 그랬던 것이 컸습니다. 그리고 가정을 꾸리게 될 수도 있으니 지금은 움츠리고 대비를 하자... 했던 때문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돌아가는 건 이제 선택지에 없다. 생각을 다잡고 여기 사는 것에 마음을 붙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어쩌면 오히려 이것저것 꾸려나가면서, 반 강제로라도 스스로 돌아갈 여지를 줄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일단 10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요즘은 가끔, 눈을 질끈 감고, '뒤돌아보지 말자, 이 곳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이르는 심정이 들곤 합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뒤부터 계속 유난히 분주한 것도, 아마 그런 연유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낯설기는 하지만, 이제는 멈추지 않고 계속 붓질을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