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참 큰일이었습니다. 올라가는 물가에 더해 호주에서도 드디어(?) 금리를 다시 올린다고 발표가 나니, 월세 값이 '엇, hoxy?!' 하고 반짝 뛰는 시기에 집들을 알아보느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집이 잘 구해지지가 않더군요. 그 와중에 한번 급한대로 잡았던 곳은 번복하고 물리기로 해서 선예약금만 고스란히 날려먹고... 😭
다행히 초창기에 봤던 집 중에 가끔 생각나던 집이 있었는데, 나중에 월세를 10%+ 인하한다는 문자가 날아오길래 냉큼 잡았습니다. 그쪽 동네 월세들이 전반적으로 너무 올려쳤다는 인상이었는데... 그럼 그렇지 요넘들! +ㅁ+
첫 출근은 10일인데, 부동산에 원서를 넣은 것이 1일, 승인 난 것이 4일... 다음 주에 입주 가능하다는 것을 사정해서 7일로 앞당기고, 부랴부랴 가스 전기 인터넷 등 이전하고 있는데, 7일 낮에 짐 옮겨놓고 저녁에 청소해놓겠다고 하니까... 스팀청소 하면 하루 정도는 말려야 하고, 8일부터 바로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기로 되어있는데 그 전에 최종점검도 해야 한다고 해서 청소팀에 급하게 양해 구하고, 새 부동산에도 연락해서 열쇠도 하루 먼저 받기로 하고, 이삿짐 업체에도 연락해서 보통은 해주지도 않는 저녁 이사... 아휴,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아주 피똥을 쌌습니다.
새 집으로 옮겨와 보니 신축 건물이어서 그런지 제가 첫 입주민이더군요. 그런데 무리하게 입주일을 앞당겨서 그런건지, 깔끔하기는 한데 공사하고 난 뒤에 쌓인 먼지같은 것들이 온통 얇게 깔려 있어서... 짐들을 바로 확 풀 수가 없더군요. 거기다가 새로 갖춰야 될것들도 많아서... 예를 들면 이번엔 마루바닥이다 보니, 침대를 놓기 전에 바닥에 깔 카펫을 먼저 사야 한다던가... 해서 아직도 짐정리가 100% 되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문제라도 생기면 오롯이 제 책임이다 보니, 새 집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가 봅니다.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책상 뒤쪽 벽에도 발이 닿아 때가 탈까봐 가벼운 담요(throw)를 사서 책상에 두르고...
그 외에도 여기저기 주소 변경이라던가, 자잘하게 할 것들이 많이 있네요. 무엇보다 우선은 새 직장에 안착하는 데에도 4~6개월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기분좋게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저 빼고 다 호주 백인들만 있는 회사에 다녀보니 이것저것 참 신기하고 좋다는 생각도 들고, 외떨어진 동네에서 (서울-경기도민 기준으로 치자면... 부여 정도?) 그러고 있자니 뭔가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삶이 되겠거니 했는데, 몸으로 체험하고 있자니 실감이 남다르네요.
나팔은 한동안 가방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 간헐적으로 한번씩 불어보는 중입니다. 사실 아직은 때가 안됐다는 느낌이기는 한데... 그래도 어떻게든 해나가야 되지 않겠나 싶어서 😂 심지어 친구 녀석한테 애정어린 꾸지람까지 들으니 좀 더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네요.
위 사진의 공원을 찾아서 일단 날이 좋을 땐 여기서 연습하면 좋겠구나 싶기는 한데... 연습 장소와 시간을 어떻게 해야할지 꾸준히 보고 있는 중입니다. 새벽에 기상해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연습이랑 운동을 하는게 이상적이긴 한데, 과연 가능할런지...🤔 일단은 안정부터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예전 일은 7시-3시 근무라 오후에 그래도 조금 여유를 부릴만 했고, 그 전까지 한국에서는 근무시간이 유연했던지라 연습할 시간 확보가 용이한 편이었는데, 정석적인 9시-5시 일을 하다보니 뭐랄까... 얄짤 없군요 😂 일을 마치고 나서 연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우선은 주변정리부터 다 마치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간만에 마음 잡고 연습을 해 보니,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겁니다. 각잡고 몰입해서 연습을 들어가면 이래저래 한 4시간 정도는 하게 되는데, 이러다 보면 시간 관리가 전혀 안됩니다. 소요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해소(?)가 될 때까지 잡고 하다 보면... 직장이나 생활적인 부분의 일과는 완전 뒷전으로 미뤄지는 느낌. 이렇게 되면 조금씩 일상 생활에 지장이 나타나는 걸 알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제 성격 상 칼로 베듯이 딱 딱 나누고 하는게 참...ㅜㅠ 이런 부분 때문에 올인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갈증을 계속 느껴왔던 건데... 참 어려운 부분이네요.
새로 온 피스가 두 가지 있는데, 연습할 시간 자체가 없다 보니 정말 잠깐씩 맛보기만 한 상태입니다. (마지막에 온 피스는 일주일 동안 포장도 못 뜯었을 정도ㅠ) 대략적인 특징이랑 판단은 서기는 했는데... 원래 오늘 이 녀석들 리뷰 글을 쓸까 했는데, 조금 더 컨디션이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시간을 들여보고 난 뒤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황 이야기도 어느 정도 끝맺음을 내놓는 것이 낫겠다 싶기도 했구요.
이런 저런 생각들이 참 많이 지나가고, 깨닫기도 많이 깨달은 10월이었습니다. 왜 음악이나 예술을 하면 외로움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하는지, 다큐 3일 명언들 중에 유독 고진감래 부분은 약간 갸웃한 감이 있었는데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이대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면서 나팔이나 음악, 블로그 활동과 완전히 멀어지는 건 아닌지 등등. 독자 분들과 종종 이야기 나누는 것도 그리웠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는데, 시간도 없었지만 나팔과 음악 얘기에서 너무 멀어지면 블로그의 정체성이나 존립 자체에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싶어서 쉽사리 펜(?)을 들지도 못하고, 참 그랬네요.
이후 궁극적으로는 온전한 연습공간과 시간의 마련이 목표가 될 터인데, 그 말은 곧 단독주택을 사고 (= 공간), 프리랜스 활동(= 시간)으로도 어느정도 수입이 보장되는 경력과 기술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내가 이 것들에 닿을 때까지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까. 그 때가 되면 뭐라도 할 기력이나 남아 있을까. 누군가와 만나서 애라도 낳으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음악에 신경쓰면서 제대로 갈 수는 있을까.
'더 이상의 큰 변화는 어렵다. 마음 붙이자' 하고 이것 저것 집에 채워넣고 싶으면서도, '아직은 1년 정도의 유예 기간이야. 지금 회사에서 계속 다닐 수 있을거란 보장도, 아직 충분한 수입이 보장된 것도 아니잖아? 내년이라도 돌아갈지 몰라'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민들이 많지만, 가만히 접어두고 주어진 지금에 충실하려 합니다. 아마 세상살이란게 다들 크나 적으나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하...
그래도 아마 올 한해는 돈을 모으기 보다는, 그 동안 눌러왔던 것들을 질러갖춰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반, 오디오, DIY 방음부스 등... 어떻게 될지, 한번 가 보도록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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