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들 하셨는지요?
송구스럽게도 포스팅 주기가 계속 늘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당분간은 험난한 일정이 예상되어서 말씀을 먼저 드려두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정이라도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겠다 싶기도 하구요.
한국을 떠났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중순에 호주로 건너온 (돌아온?) 이래, 지금까지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지인의 말을 믿고 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이야기와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따로 준비한 것이 없는 입장에서 갑자기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고... 참고로 호주는 한달 생활에 약 $3000 정도가 들어갑니다. 당장은 생활을 해나가야 하니 대화를 시도해보면서 상황을 보자 하였는데, 거두절미 하자면 그 분과 일적인 관계로 계속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사실 저의 인생 목표는 음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주로 오려고 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트럼펫과 재즈, 음악에 관한 인프라, 교육방식, 정서 등이 한국보다는 호주가 낫겠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뒤늦게나마 트럼펫과 음악의 길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였습니다. 오히려 어릴 적에 할 만큼 해 보았으면 그런대로 판단이 서고 납득도 했을 터인데,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 때문에 온전히 사회인의 길을 걷지도, 음악인의 길을 걷지도 못하는 미생(未生)의 삶이 답답하더군요. 이 곳에 오면서도 몇년 정도 터를 다진 뒤에 파트 타임으로라도 음대를 갈 계획을 속으로 은밀하게 세워놓고 있었지요. 그런데 참... 사람 사는게 역시 생각대로 되지를 않네요 하하.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길어야 2~3주 정도만 더 일하고 그만 두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월세 계약이 10월 초 까지인데, 이것저것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그런데 막상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다 하니, 감사하게도 주변의 여러 분들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 하시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한국 쪽에서는 한 전문대의 음악과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돈이야 어떻게든 마련해가면서 전문대 → 일반 음대로 넘어가는 코스를 밟던지, 아니면 부모님 댁의 안 쓰는 방에 방음부스를 설치하고 독자적으로 공부와 활동에 매진하던지 할 계획입니다. 사실 저는 성장기를 호주에서 보냈기에 이곳에서의 생활이 많은 부분 더 자연스럽고 편하기도 합니다만, 반대로 보면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한국이 더 나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곳에 있으면 음악을 ~취미에 가깝겠지만~ 최대한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형태가 되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즉 간단하게 얘기하면 '생활이냐(호주) vs 꿈이냐(한국)'의 문제인데...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단계는 지났고, 거의 짜장이냐 짬뽕이냐 같은 정도의 느낌입니다. 제가 결단을 내려서 반드시 이렇게 한다기 보다는, 향후 몇 주 동안의 추이에 따라서 맞추어 움직이려 합니다. 양 쪽 다 장단점이 있고, 어차피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은 취할 수 없음을 알기에... (호주에 온 뒤로 가장 크게 실감한 부분이네요. 온전한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선택을 어렵게 한다는 점과 더불어...😂) 일종의 동전 던지기처럼, 삶이 나에게 던져주는 대로 흐름에 맞추려 합니다. ...그저, 마음에 들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까지 억지로 있지는 않겠다는 정도?
상황이 이러한 지라, 틈틈이 주변 분들의 도움에 따라 이곳 저곳에 지원서도 쓰고 있고, 주변 정리와 관련해서도 하나 둘 씩 챙기고 있는 요즘입니다. 물론 틈이 나는대로 포스팅은 계속 하려고 합니다만, 아마 일러도 10월 중순까지는 삶의 고갯길에서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이 블로그는 저의 고군분투기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하고 언젠가 적은 적이 있었는데... 현실로 몸비틀기 하는(?) 이야기를 적게 될 줄은 몰랐네요 😂 부족한 저를 부디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라며... 양해를 구합니다. 조만간 또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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