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마하기/레슨

스튜어트 커완 - 레슨 #2 기록

by J.5 2022. 4. 19.

지난 토요일 (9일)에 두번째 레슨을 받았습니다. 3주가 지나기도 했고, 이번 주말은 부활절이라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생각되었거든요.

마지막에 지시받았던 루틴을 간략하게 같이 훑어보았는데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결론적인 얘기로 건너뛰자면, 처음 시작할때 머뭇거리던 문제가 두드러져 보였는데 이제 많이 개선된 거 같으니, '너 정도로 불 수 있고 그만큼 스마트하면 내가 이렇다 하고 딱히 가르칠 만한 건 없는 것 같다. 나머지는 ~루틴 등으로 기본적인 것들만 다지고~ 너가 원하는 쪽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냐' 고 하십니다. 한켠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이 말씀은 지금 당장 제가 엄청 잘 불고 완성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어디에 포커스를 둬야 하는지, 어느 부분을 좋아지게 하려면 뭘 해야 되는지 등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그런 부분에서 자신이 뭐라고 손보거나 잡아주지 않아도 알아서 집중하고 정진하면 될 것 같다는 말씀으로 이해되는데... 어디 100% 그렇겠습니까? 😂

개인적으로 스튜어트 커완 선생님이 좋고 편한 것은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쉽게 쉽게,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해 주신다는 점입니다. 

대가들을 만나서 얘기하거나 조언을 들어봐도 결국은 항상 우리가 맨날 알고 하는 기초적인 훈련으로 돌아간다. 제임스 톰슨과 만났을 때도 그랬고... 운좋게 고등학생 나이때 윈튼 마살리스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암부셔를 더 튼튼하게 다지고 싶다고 물어보니까 아르방에 있는 립슬러 연습을 하라고 그러더라.

 

루틴 면에서는 치코위츠의 플로우 스터디를 추가로 해 보았는데, 평소처럼 뒤쪽 고음은 뭔가 시원치 않았습니다. 2옥 A~Bb 너머로는 뭔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더니, '괜찮아 괜찮아 나도 그랬어. 숨을 계속 보내주는 느낌(airflow)에 집중하고 계속 하다 보면 두터워 질거야' 라면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말라는 투로 말씀하십니다.

고음 쪽에서의 어택과 텅잉도 더 잘 잡고 싶다고 문의해보니, 아르방의 125쪽 인터벌 연습과 슈브룩을 소개시켜 주시는데... 사실 아르방 P125 연습은 저도 수년 전에 한동안 열심히 했었지만, 그 뒤로는 어쩌다 보니 안하고 있었는데(...) '아 맞지' 하고 뒤통수 한대 맞은 느낌이더군요. 슈브룩(Richard Shuebruk)은 예전에 미국 학파들 간의 회담에서 언급이 나와서 뭔가 했는데 와... 이거 정말 골때리더군요; 1930년대에 써진 책이라는데 설명이 굉장히 솔직합니다. 도중에 아예 이렇게 쓰여있어요:

These are the kind of bits which come to annoy the Artists in the GRAND ORCHESTRAS.
그랜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을 열받게 하는 것들이 바로 이런 부류의 악보들이다.

 

박자와 음정 (인터벌 간격), 셈여림 같은 것이 거의 랜덤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잠깐 예시 두 가지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슈브룩 Grade III - Attack No.3 (Line 1)
슈브룩 Grade III - Attack No.4-A

선생님하고 잠깐 이 두 가지는 같이 했는데... 종잡기가 어려워서 건드리기가 무섭더군요. 사실 ~모든 금관이 그렇겠지만~ 트럼펫이 음감이 좋아야 되는 이유가 있는데, 내가 무슨 음을 불지 머릿속에 그 소리가 정확히 있을 때랑 없을 때랑 들어갈 때가 천지차이 입니다.

초보 분들에게 연습시 간단한 팁을 드리자면 - 정확한 음정을 잘 모르겠을 때는 일단 그 음이 어떤 소리인지 한번 확인하고 다시 해 보시면 알고 들어갈 때는 훨씬 더 긴장이 없어져 있을 겁니다. 이건 당연한 거에요! ... 다만 이런 점 때문에 슈브룩은 섣불리 손대기가 부담스러워서 (건반이라도 옆에 두고 하면 좀 나을텐데...ㅠ) 아직은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아르방 125쪽 연습부터 어느정도 다지고 하려고 하는데... 아마 이번주~다음주 안으로 조금씩 시작해볼 것 같습니다. 다행히 리듬이나 셈여림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각 음 내는것만 집중하라고 해주셔서 부담은 좀 덜 합니다.

선생님 본인은 3옥 파 까지만 연습하고 그 이상은 못낸다고 하시는데, 옆에서 소리를 듣고 선생님을 모방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어떤 음을 불더라도 똑같은 느낌으로, (스탬프 학파 계열의 표현을 빌자면) '소리의 중앙을 뚫는' 느낌으로 부는 것. 선생님이 특히 더 신경써서 시연해주실 때는 정말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안좋은 습관이 이 부분이기도 해서... (알면서도 참 고치기 어렵네요 😂) 재미있는 건, 문제가 보일때 뭔가 기술적인 조언으로는 '숨을 더 줘라' 이 한마디로 거의 다 퉁친다는(?) 점인데, 역시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는게 가장 좋구나 싶기도 합니다.

유별난 것 없이 캐주얼한 분위기의 레슨 진행이지만, 저는 참 많은 도움을 받는 중입니다. 암부셔랄까... 전반적인 주법을 교정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뭔가 아리송했던 마지막 퍼즐조각이 끼워맞춰지는 듯한 느낌? 어렵게 생각하는 것을 지양하는 쉽고 간단한 접근법도 머릿속의 정리와 자신감을 심어주고요.

심지어 아르방 125쪽 다음 페이지에 있는 하행 인터벌 연습은 어떠냐고 여쭤보니, '응? 그게 뭔데? 난 몰라. 나는 뭐든지 첫 페이지만 해!' 라고 큭큭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는데 참... ㅋㅋㅋㅋ 마음이 홀가분해지더군요. 모든 교재를 그렇게 접근하시지는 않겠지만, 스탬프도 1번 패턴만, 클라크도 1번 패턴만 하신다며... '하긴, 트럼펫은 무엇을 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부느냐가 중요하니까요'라고 응해드렸습니다. 실제로도 그러하니까요.

틈틈이 좋은 말씀이나 재미있는 말씀도 툭툭 던져주시는데, 예를 들면

잘 하는 건 굳이 시간 투자해서 연습할 필요 없어.
잘 못하는 것, 잘 안되는 것을 집중해서 연마해야지.

 

라는 말씀. 이 얘기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정말로 느끼고 곁에 두기는 어려운 격언이거든요. 새삼 이 말의 뜻과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립슬러 연습에 비중을 많이 둔 것도 캐치하셨는지 '넌 립슬러 연습 많이 한거 같은데, 그건 이제 많이 안해도 되니까 다른 부분에 더 집중해 봐.' 라고 해 주시고...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참고용으로 몇가지 파일과 링크를 드랍박스에 올려놨었는데, 그 중에 쳇 베이커의 솔로 악보도 잠깐 같이 했습니다. 본인도 시창을 참 못한다면서, 실용적인 팁을 주시더군요. "나는 이런거는 대략적인 흐름만 보고 적당히 알아서 맞춰분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거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가 불 때 밀어불기가 쉬운 부분을 더 명확하게 불라고 잡아주시거나, 대중적인 릭이 어디 쓰였는지 짚어주시고...

학생들을 오디션이나 콩쿨 등에 보낼 때는... 시작과 끝만 좋으면 된다! (특히 엔딩) 도중에는 좀 흘리더라도 심사위원들은 크게 신경 안쓴다... 라는 얘기도 해주시고, 참... ㅋㅋㅋ 두번째 레슨도 좋은 시간 가졌습니다. 얘기를 좀 더 나누고 싶어서, 레슨 마치고 제가 살테니 식사라도 하자고 했었는데, 다른 일이 생겨서 식사는 다음 기회에...

다만 선생님 본인의 말씀대로,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연주에 관해 앞으로도 그때 그때 점검 + 레슨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특정한 전문 분야쪽으로 깊이 파고들거나 할 것은 없을 것 같아서... 향후 진행이 어떻게 될런지, 기본적인 부분이 충분히 다뤄졌다 싶은 시기가 오면 특정 분야에서 좋은 선생님을 소개받고 넘어가게 될지... 약간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일단은 복잡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주어진 것들부터 조금씩 숙달해가면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루틴 외의 시간에 제 나름대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고 접근할지 야금야금 궁리해봐야 할 듯 합니다.

 

댓글